KB 사태가 결국 '모피아(재무부 영문 약자 MOF(모프)와 마피아의 합성어)' 선후배 3인방의 '의리'를 갈랐다. 사태가 악화하자 끈끈한 응집력은어디가고 볼썽사나운 '책임전가'만 한창이다.
정부부처 가운데 밀어주고 끌어주는 조직문화가 최고인 모피아 간에 그것도 행정고시 선후배들끼리 '네 탓 다툼'을 벌이는 볼썽사나운 모습이다. KB 사태의 당사자인 임영록(59) KB금융지주 회장은 행시 20회이며, 임 회장에게 예상외의 직무정지 징계를 결정한 신제윤(56) 금융위원장은 행시 24회이다. 또 임 회장에 대해 징계 수위 논란을 일으키며 사태를 증폭시킨 최수현(59) 금융감독원장은 행시 25회 출신이다.
한때 옛 재무부에서 한솥밥을 먹던 '모피아' 선후배들이다. 하지만 KB 사태가 터진 이후 이들이 보인 행태를 보면, 고급 관료(출신)답지 않은 B급 공무원들 같았다는 평가다. 12일 임 회장에 대한 징계 수위를 확정 짓는 금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들은 한자리에 모였다.
이 자리에서 임 회장과 최 원장은 1시간여 동안 치열한 설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 원장은 자문기구인 제재심의위원회의 경징계 결정을 뒤집고 중징계를 건의한 상황이어서 자신의 결정이 옳았다는 점을 최대한 밝히는 데 치중했고, 임 회장은 중대한 책임을 질 정도로 잘못한 일은 없다며 조목조목 최 원장 논리를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경제부처 관료는 "두 사람은 재무부 근무 당시엔 동갑내기에 서울대 사범대 출신이란 인연으로 가까운 사이였지만, 이번 사태 이후 서로 등을 돌리는 사이가 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서울대 사범대 국어교육과를, 최 원장은 서울대 사범대 생물교육과를 각각 나왔다.
KB 사태의 최종 결정권을 쥔 신제윤 위원장은 임 회장과의 사전 조율에 실패하자, 임 회장에 대해 금감원보다 한 단계 높은 중징계 카드를 들고 나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 위원장은 지난 4일 금감원의 중징계 권고 이후 모피아 출신 선후배들을 통해 임 회장의 자진 사퇴 의사를 타진했지만 설득하지 못했다"며 "이번 사태를 조기 매듭짓지 못할 경우 자신에게 돌아올 책임 추궁 때문에 임 회장에게 나가라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초강수 징계'를 선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