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임영록'...CEO 리스크로 혼란 빠지면 KB금융에 악영향
'포스트 임영록'...CEO 리스크로 혼란 빠지면 KB금융에 악영향
  • 이민혜 기자
  • 승인 2014.09.16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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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의 퇴진이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KB금융그룹 안팎에선 벌써부터 '포스트 임영록' 시대의 하마평이 무성하다. 누가 수장에 오를지, 반복된 회장과 은행장 간 갈등이 해소될지, 리딩뱅크의 위상을 복원할 지 등이 주요 관심사다.

KB는 경영공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최고경영자(CEO) 공백이 불가피해지면서 중요 의사결정이 더욱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골이 패일대로 패인 내부 갈등을 봉합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 탓이다. 더욱이 이번 KB 사태에서 낙하산 인사의 폐해가 고스란히 민낯을 드러냈다. 강력한 카리스마의 CEO를 금융권에서 찾을 수 있을 지 의문시된다.
 
관치→낙하산→파워게임으로 이어지는 'KB의 굴레'=KB금융그룹은 2008년 9월 지주체제로 전환한 이후 단 한 번도 내부승진을 통해 회장을 뽑은 경우가 없었다. CEO 선출과 승계시스템이 촘촘하지 못한 탓도 있지만 어김없이 빈자리에는 '관치'가 개입된 영향이다. KB금융은 지분구조상 정부와는 무관하지만 정부는 규제산업이라는 이유로 경영이나 CEO선출, 혹은 사퇴에 관여하는 경우가 많았다.

현재처럼 회장과 행장의 동반 퇴진 후 고질적인 조직내 '줄서기' 또한 문제다. 이를 바로잡는 차원에서 한차레 인사파동도 예상된다. 금융권은 KB 내분 사태의 주요 원인을 낙하산 인사의 ‘기싸움’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KB 사태가 지배구조의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신한금융은 회장과 행장간의 다툼을 계기로 CEO 선출 과정을 다듬으며 지배구조를 안정시켰다.
 
임 회장이 사퇴하면 KB금융은 사외이사로 구성된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가동해야 한다. 그러나 회추위가 누구의 통제 아래 어떤 절차를 통해 회장 후보를 선임하는지 정해진 게 없다. 더욱이 사외이사들은 KB금융 이사회 멤버인데, 이들은 그동안 경영진을 견제하지도 갈등을 중재하지도 못했다. ‘거수기’로 전락한지 오래다. CEO와 짬짜미가 이뤄지기도 한다.
 
지배구조를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CEO 선출에 있어 체계적인 승계 프로그램을 시급히 도입해 정착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0년 CEO 승계 문제를 둘러싸고 내홍을 치렀던 신한금융지주의 사례를 본받을 필요가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라응찬 회장과 신상훈 사장, 이백순 행장 간 파워게임 이후 내부이사 중에서만 CEO가 선임될 수 있도록 이사회 규정을 개정한 바 있다.
 
문제는 회장과 은행장 간 역할 분담이다. KB금융그룹의 수익 대부분은 은행에서 나온다. 행장의 권한이 막강할 수 밖에 없다. 금융지주의 경우 CEO가 은행장에서 지주 회장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지배구조가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았다. 갈등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회장의 은행장 겸직 가능성이 흘러나온다.
 
이제 KB의 차기 회장과 은행장에 누가 오를 지 관심이 집중된다. 재무관료 출신의 임 회장과 금융연구원 출신의 이건호 전 행장이 갈등을 일으킨 만큼 이제 '모피아'나 '연피아'는 배제될 전망이다. 이들의 밥그릇 싸움은 끊임없이 되풀이됐다. 결국 내부 출신이나 베테랑 금융권 인사로 눈이 돌려진다.
 
지배구조가 흔들리면 위험관리나 대응전략을 제대로 추진하기 어렵다. 지속적인 성장은 물론 존속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회사가 CEO 리스크로 혼란에 빠지면서 부실이 발생하면, 하나의 금융회사가 문을 닫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금융시스템에 이어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법이다. 그래서 ‘포스트 임영록 체제’가 벌써부터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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