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의 저주'?...'돈의 전쟁'에 10조원 지른 정몽구 현대차 회장
'승자의 저주'?...'돈의 전쟁'에 10조원 지른 정몽구 현대차 회장
  • 강민우 기자
  • 승인 2014.09.18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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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마지막 노른자위 땅 한국전력 본사 부지의 새로운 주인...삼성과의 경쟁서 승리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경쟁에서는 이겼지만 승리를 위하여 과도한 비용을 치름으로써 오히려 위험에 빠지게 되거나 커다란 후유증을 겪는 상황을 뜻하는 말이다

1950년대 미국 석유기업들은 멕시코만의 석유시추권 공개입찰에 참여했다. 당시에는 석유매장량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이 부족했다. 기업들은 석유매장량을 추정, 입찰가격을 써낼 수 밖에 없었다. 입찰자가 몰리면서 과도한 경쟁이 벌어졌다. 그 결과 2,000만 달러로 입찰가격을 써낸 기업이 시추권을 땄지만 후에 측량된 석유매장량의 가치는 1,000만 달러에 불과했다. 결국 낙찰자는 1,000만 달러의 손해를 보게 됐다.

이때 미국의 종합석유회사인 애틀랜틱 리치필드사(ARCO, Atlantic Richfield Company)에서 근무한 카펜(E.C. Carpen), 클랩(R.V. Clapp), 캠벨(W.M. Campbell) 등 세 명의 엔지니어가 1971년 발표한 논문에서 처음 언급했다. 미국의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탈러(Richard Thaler)가 1992년 발간한 <승자의 저주 The Winner’s Curse>라는 책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이때의 상황을 카펜과 클랩, 캠벨은 ‘승자의 저주’라고 말했다. ‘승자의 재앙’이라고도 한다. M&A 또는 법원 경매 등의 공개입찰 때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했지만 이를 위해 지나치게 많은 비용을 지불함으로써 위험에 빠지는 상황을 가리킨다.

현대자동차 그룹이 서울의 마지막 노른자위 땅인 한국전력 본사 부지의 새로운 주인이 됐다. 재계 1,2위인 삼성과 현대차의 '쩐의 전쟁'에서 승리한 것이다. 현대차의 승리 소식보다 더 놀라운 것은 현대차가 한전 부지 획득을 위해 지른 돈의 액수다. 무려 10조 5500억원! 예상가를 훨씬 웃도는 규모에 그야말로 '헉'소리가 나올 정도다. 당초 한전 부지는 감정가 3조 3천여 억원으로 알려져 재계에서는 최종 낙찰가로 4조원은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5조원까지도 예상을 했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고보니 현대차가 지른 돈의 규모는 예상가를 훨씬 뛰어 넘었다. 한전 입찰 공고가 알려진 지난달 29일 이후 아무리 한전 부지 입지가 좋다고 해도 낙찰가가 너무 클 경우 새로운 주인은 자칫 '빛좋은 개살구'를 넘어 '승자의 저주'라는 덫에 빠질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이에 대해 현대차 그룹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래를 내다본 투자금액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라며 "충분한 투자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 "본사 등에 함께 있지 못하는 계열사 등의 한해 임대료만도 2천4백억원이 넘는다"며 "여러가지를 종합해 봤을 때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는 "부지 매입 비용을 제외한 건립비와 제반비용은 30여개 입주 예정 계열사가 8년 간 순차 분산 투자할 예정이어서 사별 부담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입찰 공고 이전부터 현대차 그룹은 글로벌 시대에 맞춰 그룹의 총사령부로서 통합 콘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실수요' 측면을 강조해 왔다.이에 따라 입찰 마감 때까지 참여 여부 조차 밝히지 않았던 삼성과는 달리 공공연하게 한전 부지 획득의 필요성을 누차 설명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이제 자신이 원하던대로 제2의 도약과 100년 앞을 내다 본 글로벌 콘트롤 타워를 건립할 수 있는 부지를 확보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높은 낙찰가에 주가는 급락했다. 이날 현대차 주가는 전일보다 2만원(9.17%)나 하락한 19만8000원에 마감되면서 20만원선이 붕괴됐다. 현대차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은 낙찰가에 대한 논란 때문이다. 현대차의 한전부지 낙찰가가  감정가 3조3346억원보다 3배 이상 높은 데다, 4조원 안팎이 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은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엄청난 낙찰가에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자신하고 있지만 시중에서 돌고 있는 '승자의 저주'라는 덫에 빠지지 않을 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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