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 '풀베팅'…현대차 ‘승자의 저주’ 오나
10조 '풀베팅'…현대차 ‘승자의 저주’ 오나
  • 정진건 기자
  • 승인 2014.09.1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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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회장, 한전부지 인수..주가는 폭락사태

 
현대차그룹의 '삼성동 시대'가 열린다. 18일 현대차그룹은 서울 강남의 마지막 금싸리기 땅으로 불리는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부지 입찰에 낙찰자로 선정됐다. 10조5500억원이라는 ‘통 큰 베팅’을 통해 경쟁 상대인 삼성을 따돌렸다.

현대차그룹은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계동 시대에 이어 정몽구 회장의 양재동 시대를 지나 정의선 부회장의 삼성동 시대로 본격 접어든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삼성동 사옥이 본격 가동에 들어가는 오는 2020년은 정의선 부회장으로의 경영승계가 마무리될 시점이다. 삼성동은 ‘정의선 시대’의 상징이 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아버지 정몽구 회장이 후계자이자 아들인 정의선 부회장을 위해서 ‘비단카펫’을 깔아준 셈이다.

현대차 그룹은 이번 한전부지 인수로 정 회장의 4대 숙원이 모두 해결했다.정 회장의 4대 숙원이란 글로벌 상위 5위 진입, 현대건설 인수로 현대가(家) 적통 계승, 고로제철소 준공 그리고 통합사옥 건립을 말한다.

현대차그룹은 외환위기 이후 기아차를 인수해 사업을 키우면서 2010년에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 5위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2010년에는 현대그룹의 모태인 현대건설도 손에 넣었다. 당시 현대차그룹과 현정은 회장의 현대그룹이 맞붙은 현대건설 인수전은 반전을 거듭했고, 결국 현대차그룹의 역전승으로 막을 내렸다.

현대차그룹의 삼성동 비즈니스센터 건립 프로젝트는 내년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한전은 오는 11월 광주ㆍ전남 혁신도시로 본사를 이전할 계획이다. 비즈니스센터 건립에는 5~6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새로 들어설 삼성동 본사는 정의선 부회장 시대의 본거지가 된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삼성동 사옥이 본격 가동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2020년은 정의선 부회장으로의 경영승계가 마무리될 시점이다”며 “삼성동은 정의선 시대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또 다른 관계자는 "고 정주영 명예회장은 계동사옥에서 국내 최고 기업인 현대그룹을 일궜고, 정몽구 회장은 양재동 사옥에서 글로벌 TOP5 자동차그룹을 만들어 냈다"며 "정의선 부회장이 삼성동 사옥에서 이뤄낼 현대차그룹의 미래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이곳 부지에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건립할 예정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곳에 현대차그룹 제2 도약을 상징하는 차원이 다른 공간을 만들 것"이라며 "100년 앞을 내다 본 글로벌 컨트롤타워로서 그룹 미래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자동차메이커들과 경쟁하기 위해선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통합사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지를 여러 번 밝힌 바 있다. 서울시 소재 현대차그룹 계열사는 30개사, 소속 임직원은 1만8000명에 이르지만 양재사옥 입주사는 5개사에 불과하고, 근무인원도 5000명 안팎에 불과하다.나머지는 역삼동을 비롯한 서울 및 경기 일대 외부 빌딩을 임대해 입주해 있으며 주요 임원의 업무회의 참석을 위한 이동에 적지 않은 시간이 허비되고 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뚝섬에 110층 규모의 사옥을 짓는 뚝섬 프로젝트를 추진했지만 초고층 규제에 갇혀 무산된 바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전 세계 각지에 산재한 사업장과 자동차를 중심으로 수직계열화된 계열사를 일괄 관리할 수 있는 통합컨트롤타워 건립이라는 현실적 필요성과 글로벌 경영계획, 미래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결정"이라며 "한전 부지 인수는 단순한 중단기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글로벌 경영 차원에서 30여개 그룹사가 입주해 영구적으로 사용할 통합사옥 건립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회장이 입찰금액을 무려 10조원 넘게 제시한 것은 한전부지를 놓칠 경우 서울 시내에서 그만한 땅을 더 찾기 어렵다는 절박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한전 부지를 결국 손에 넣음으로써 마지막 숙원까지 해결했지만 정 회장의 이번 베팅에 대해선 '과감한 승부수' 혹은 '무리수'라는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감정가에 낙찰을 받더라도 개발비용과 세금 등을 합치면 투자비용이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다. 낙찰을 받더라도 ‘승자의 저주’에 빠져들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일었다. 따라서 한전 터는 낙찰가만 시장 예상의 갑절인 10조원을 넘어서, 현대차그룹의 과감한 배팅이 적절했는지 논란이 일 전망이다.

이날 증시에서 현대차 관련주가는 폭락했다.현대차는 전날보다 1만8500원(8.49%) 내린 19만9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때 19만7500원까지 추락하며 52주 신저가를 찍었다.현대모비스도 1만7000원(6.09%) 떨어진 26만2000원을 가리키고 있다.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52주 최저치(25만8000원)를 헤매고 있다. 기아차는 4900원(8.31%) 내린 5만4100원에 거래 중이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한전부지 인수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 보여준 입찰가"라면서 "그러나 좋은 물건을 제값에 주고 사는 것도 경영능력의 하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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