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무제한 요금제...이통사에 놀아나는 미래부
휴대폰 무제한 요금제...이통사에 놀아나는 미래부
  • 정우람 기자
  • 승인 2014.09.22 01:13
  • 댓글 0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말 뿐인 '양두구육'성 마케팅...결과적으로 책임을 소비자에게 미룬 셈

양두구육(羊頭狗肉)-.

양 머리를 걸어놓고 개고기를 판다는 뜻이다. 춘추(春秋)시대 제(齊)나라 영공(靈公)은 궁중의 여인들은 남장을 시켜 놓고 즐기는 괴벽이 있었다. 곧 이 습성은 일반 민간에도 펴져 남장 여인이 나라 안 도처에 퍼져 나갔다. 이 소문을 듣고 영공은 궁중 밖에서 여자들이 남장하는 것을 왕명으로 금지시켰다.
 
그러나 이 영이 시행이 잘 안됐다. 그래서 왕은 그 이유를 물었다. 안자는 "폐하께서 궁중 안에서는 남장 여인을 허용하시면서 궁 밖에서는 금하시는 것은 마치 양의 머리를 문에 걸어놓고 안에서는 개고기를 파는 것과 같습니다. 이제부터라도 궁중 안에서 여자의 남장을 금하소서."라고 했다. 영공은 안자의 말대로 궁중에서도 여자가 남장하는 것을 금했더니 한 달이 못 되어 온 나라 안에 남장 여인은 없어졌다.
 
양두구육은 이처럼 겉은 훌륭해 보이나 속은 그렇지 못하고, 겉과 속이 서로 다름 또는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음을 말한다. 이동통신 3사의 ‘무제한 요금제’가 실제로는 무제한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말로는 무제한 요금제라고 광고하지만, 기본 데이터 모두 사용하고 나면 속도를 제한하거나 추가요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통사의 ‘가짜’ 무제한 요금제를 허가해 준 미래창조과학부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한다. 미래부는 이통3사가 새롭게 선보이는 요금제에 대해 심사를 거쳐 인가(SK텔레콤)하거나 사후검증(KT·LG유플러스)을 통해 수정·보완해야 할 책임이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이통 3사와 알뜰폰 3사가 출시한 LTE 요금제 223개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 “대부분의 무한요금제가 월 기본제공 데이터(8∼25GB)를 다 쓰면 무한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추가 데이터(하루 1∼2GB)를 제한적으로 제공해왔다”고 지적했다.
 
추가로 지급하는 데이터도 LTE가 아닌 3Mbps(초당 3메가비트)로 속도를 제한했다. 이에 대해 소비자원은 “무한요금제라는 용어를 사용하면 소비자가 오인할 우려가 있다”며 “요금제에서 ‘무한’이나 ‘무제한’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말고 소비자에게도 제한조건을 정확하게 알려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소비자원이 소비자 1054명에게 스마트폰 요금제 등에 대한 설문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 가운데 무한요금제를 사용하는 428명 중 과반수(57.3%)가 무한요금제의 제한조건을 모른다고 답했다. 무한요금제 사용자 4명 가운데 1명(24.1%)은 이러한 제한조건을 모르고 사용하다가 초과요금을 낸 경험이 있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은 신규 요금제를 만들 경우 정부 측으로부터 인가를 받아야 한다. 만약 인가 심사과정에서 요금 계산방식, 소비자 혜택유무 등 보고한 내용과 다를 경우 요금제 출시를 불허할 수 있다. 예를 들어 SK텔레콤의 무제한 요금제의 경우 데이터를 소진하면 3Mbps(초당 3메가비트)로 속도제한에 들어간다. 따라서 완벽한 무제한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미래부가 제대로 검증했다면 이를 수정·보완하도록 하거나 판매불허 등의 조처를 했어야 한다.
 
정부의 요금인가를 받지 않는 KT나 LG유플러스도 미래부가 사후검증을 통해 요금제에 문제가 없는지를 검증해야 한다. 하지만 미래부는 이들 업체의 무제한 요금제가 실제로는 속도 등의 제한을 두고 있는 ‘가짜 무제한 요금제’ 였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미래부 관계자는 “기업들이 사용하는 무한, 무제한 등의 마케팅 용어를 막을 방법이 없고, 이미 출시된 요금제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이 부족하다”고 해명했다. 미래부는 현재 요금제의 사후보완과 관련한 법안을 준비하고 있으나 현재로서는 소비자들이 주의 깊게 요금제에 대한 내용을 살펴보는 것이 피해를 막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책임을 소비자들에게 미룬 셈이다. 소비자단체들은 “실제로는 제한이 있는 통신상품을 ‘무제한’으로 포장해 판매하는 것은 과장 광고이고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사기행위인데 정부가 이런 행위를 단속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성토했다.미래부가 이통사들의 ‘양두구육’성 마케팅에 마냥 놀아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주)서울이코미디어
  • 등록번호 : 서울 아 03055
  • 등록일자 : 2014-03-21
  • 제호 : 서울이코노미뉴스
  • 대표 : 김명서
  • 발행인·편집인 : 박미연
  •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58, 1107호(여의도동, 삼도빌딩)
  • 발행일자 : 2014-04-16
  • 대표전화 : 02-3775-4176
  • 팩스 : 02-3775-41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미연
  • 서울이코노미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0 서울이코노미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eouleconews@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