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회사들, '거수기' 사외이사 정리해야
금융지주회사들, '거수기' 사외이사 정리해야
  • 정우람 기자
  • 승인 2014.09.22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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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당국 관치금융 속 약삭빠른 '무소신 처신'에 빈축

KB금융지주 임영록 전 회장과 국민은행 이건호 전 행장 간의 ‘희대의 내분’을 통해 금융지주회사 사외이사들이 관치금융을 막지도 견제하지도 못하는 ‘핫바지 신세’임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또 다른 새로운 사실은 옥상옥(屋上屋) 구조로 군림하는 이들 사외이사들이 회의 한 번에 500만~600만원씩 받는다는 것이다. 깜작 놀랄 만한 액수가 아닐 수 없다.고액연봉은 거수기 대가가 아니냐는 의문이 든다.

그렇다면 이들이 과연 엄청난 연봉에 걸맞은 역할을 했을까. KB사태에서도 사외이사들은 수수방관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임 전 회장에게 국민은행 주 전산기 교체에 관한 보고를 받아 사정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회장과 국민은행장 간 내분 사태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임 전 회장을 암묵적으로 지지할 뿐, 경영을 감시하고 견제한다는 사외이사의 역할은 온데간데 없었다.
 
그러던 사외이사들은 임 전 회장의 '항명(抗命)' 후 금융당국이 압박을 가해오자 임 회장을 전격적으로 해임시켰다. 임 전 회장이 금융위원회의 직무정지에 반발해 효력정지 가처분을 낸 후 "제발 가처분 결정이 나올 때까지만 기다려달라"고 읍소(泣訴)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임 전 회장의 가처분 신청 후 하루 만에 그를 해임시킨 사외이사들의 모습은 관치금융 시나리오의 '절정판'이라는 비판마저 나온다.
 
문제는 사외이사들이 고액 연봉을 받고 회장과 은행장의 선출에 관여하는 막강한 권한을 누리면서도 정작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번 사태로 임 전 회장과 이 전 행장이 물러나고 신제윤 금융위원장, 최수현 금융감독원장마저 사퇴 압력을 받고 있지만 사외이사들은 아예 성역(聖域)에 있다. 누구도 사퇴한 사람이 없고,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또 다른 문제점은 전문성 부족이다.국내 금융지주회사 이사회에 참여하는 등기이사는 총 83명(반기보고서 기준)이다. 이중 사외이사는 62명으로 75%다. 이사회의 과반수 이사를 사외이사로 구성토록 한 규정 때문이다.
 
현직 및 출신별로는 교수가 28명으로 사외이사 전체의 45.2%를 차지했다. 절반이 '교수님'이라는 얘기다. 이어 관료 출신이 15명으로 24.2%였다. '사외이사는 교수 아니면 관료'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경영인은 11명으로 19.4%에 불과했다. 법조인이 5명으로 8.1%, 언론·회계 등 기타 3.2%였다.

교수 출신 사외이사가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비중이 높은 게 문제다. 금융권에선 '교수 중심 이사회'의 문제점으로 크게 전문성과 독립성의 부족을 꼽는다. 전문성의 부족은 이론적으론 금융회사에 대해 잘 알지만 대부분 실무적인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부분에서 모르는 게 너무 많다는 것이다. 교수 출신으로 은행 경영진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은행에 대해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내가 아는 은행은 펑션(function, 기능)으로써의 은행이었다. 조직으로서의 은행을 이해하는데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사외이사들의 전문성이 떨어지다 보니 안건 하나하나를 이해시키는데 너무 힘이 든다, 돈 주면서 교육시켜 드리는 것 같다"는 말까지 나온다. 
 
주식회사에서 이사회는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 논리상으론 이사회는 주주의 권한을 위임받아 경영진을 감시하고 주주의 이익을 대변한다. 하지만 실제 이사회가 그같은 역할을 한다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KB사태에서 이사회가 보여준 모습이 대표적이다. 국민은행이 주전산기 교체 문제로 내홍을 겪고 있는 동안 KB금융 이사회가 보여준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임영록 전 회장이 "은행장과 이사회간 해결할 문제"라는 어정쩡한 입장을 밝힌 게 전부다.
 
사외이사들이 거수기 역할에 그치는 것은 다른 지주회사들도 마찬가지다. 사외이사들이 회장이나 금융당국의 '거수기' 역할만 할 뿐 고액 연봉에 걸맞은 감시와 견제의 역할은 제대로 못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고액 연봉과 막강한 권한을 누리면서도 책임은 전혀 지지 않는 사외이사들은 이제 금융권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느낌이다.
 
앞으로의 관치금융의 폐해를 막기 위한 금융회사 지배구조 관련 법률 제ㆍ개정 작업에서 금융지주사 회장과 함께 사외이사 개혁을 최우선 순위로 놓아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개혁은 위,아래 모두 해야 하며,이 가운데 ‘거수기(擧手機)’로 전락한 사외이사들의 책임이 누구보다도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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