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이사회-책임안지고, 뒷수습'눈살'
KB이사회-책임안지고, 뒷수습'눈살'
  • 이민혜 기자
  • 승인 2014.09.22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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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개월 갈등 수수방관…초고액 연봉에 독립성부족도 문제

     
 
 
KB내분 사태로 금융지주회장과 은행장이 사퇴하는 파국을 맞고 말았으나 정작 책임이 큰 금융지주 이사들은 아무 일이 없다는 듯 태연히 뒷수습에 나서 빈축을 사고 있다.

KB금융이 후임 회장 추천을 위한 선임절차에 착수했다. 그러나 마무리 단계인 듯한 일련의 수습 과정이 개운치는 않다. 사태 중심에 있었던 KB 이사회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은 채 사태 수습의 주체가 됐기 때문이다. 어느 것도 책임지지 않는 사외이사제도의 문제를 이번 기회에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당국도 1년 넘게 지지부진한 사외이사 감시 강화릉 위한 모범규준 제정, 관련법 개정안 통과 등에 힘을 써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KB 이사회는 지난 5월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 과정의 갈등이 표면에 떠오른 때부터 깊숙이 개입했다. 당시 이사회는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이 상정하려고 했던 주전산기 교체 계획 관련 감사 결과 보고서 채택을 거부했고, 그러자 이 전 행장은 이를 금융감독원에 보고해 조사를 의뢰했었다. 이사회는 임영록 전 지주회장과 이 전 행장 사이 갈등 상황에서 표결이라는 권력행사를 통해 임 전 회장을 암묵적으로 지지하는 ‘거수기’ 역할만 하며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이사회는 3개월 직무정지 결정을 내린 금융위의 눈치를 보며 임 전 회장에 대한 해임을 결의하는 등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그러나 경영 감시·견제 등의 역할을 위임받았던 이사회는 누구 하나 책임지기는커녕 공식적 사과 한번 하지 않았다. 그러던 이사회가 향후 KB금융을 책임질 후임 회장 선출 작업을 주도하는 역할을 하면서 비난을 받고 있다. ‘일하지 않고 책임지지 않는’ 사외 이사들이 회의 한 번에 500만∼600만원을 받는 것도 논란거리다. 주주에게 명백한 피해를 입힌 만큼 노조가 우리사주 지분을 활용해서라도 ‘주주의 이사 해임권’을 행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사외이사 제도의 문제점은 KB금융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지난 해 6월 금융 당국이 민관 합동 TF(태스크포스)에서 매년 사외이사 재신임 평가, 사외이사 추천 절차 규제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금융회사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을 토대로 모범규준을 마련키로 했지만 지금껏 완성되지 못했다. 금융 당국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른 시일 내에 사외이사 감시 강화를 비롯한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 방안 등을 담은 모범규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에서도 관련 법률 제·개정 논란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현재 국회에는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안’이 계류돼 있다. 국회 정무위원들과 노동계는 금융지주사 회장과 사외이사 권한 및 책임 명문화, 지주사 회장·은행장 겸임 등을 중점적으로 주장할 계획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법률이 국회에 계류돼 있는 만큼 당국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모범규준이라도 먼저 만들자는 것이 방침이었지만 아직 모범규준을 완성하지 못한 상태”라고 밝혔다. 금융권 관계자는 “공청회와 의견수렴 과정에서 금융지주회사 소속 회사, 산업자본이 소유한 회사 등 지배주주의 차이에 따라 지배구조가 다른데 모범규준에 어떻게 이를 반영할 것인지 등을 놓고 논란이 있었다”며 “금융 당국이 이후 다른 현안들에 치여 사실상 손놓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금융지주회사 사외이사들의 독립성 부족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기본적으로 '책임감, 사명감'의 문제이지만 구조적 문제도 있다. 국회 박인숙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4년제 대학 정교수의 평균연봉은 9178만원이었다. 지주회사별로 다르지만 사외이사들이 받는 연간보수는 적게는 6000만원에서 많게는 8000만원까지 받고 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사외이사로 받는 돈이 본인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다 보니 자리에 연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그러다 보니 사외이사들이 소신 발언보단 눈치를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KB금융에서 국민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데 어떻게 그 문제가 은행의 문제냐"며 "이사들이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전혀 모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사회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하다는 사실은 다른 부분에서도 확인된다. 유로존 최대은행으로 꼽히는 스페인의 산탄데르은행은 이사회내 리스크관리위원회만 연간 100회가 열린다. 국내 금융지주사 이사회는 어떨까. KB금융, 신한금융, 우리금융의 리스크관리위원회는 지난해 각 5회씩 열렸다. 하나금융은 7회 개최됐다. 은행도 마찬가지다. 국민은행 이사회의 리스크관리위원회는 12회 열렸다. 이사회가 얼마나 살아있는지 여부를 보여주는 단적인 차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외이사들이 권한이 강한 평가보상위원회는 선호하면서 일이 많고 복잡한 리스크관리위원회는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초임 사외이사들은 대부분 리스크관리위원회에 배치된다. 경영진 등에 대한 보상을 책임지고 있는 만큼 소위 까칠한 이사는 보상위원회에 배치하지 않는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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