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의 이익집단화를 경계한다
국회의원의 이익집단화를 경계한다
  • 장태평
  • 승인 2014.09.23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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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평칼럼> 최근 몇몇 국회의원들의 청탁 뇌물수수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을 보면서 암울한 두려움이 느껴졌다.

  국회의원 2명이 구속되고, 3명이 불구속 입건되었다. 우리나라가 정말 좋은 나라라면, 온 나라가 떠들썩하고, 관련 정당은 존립을 위협받는 등 정치권이 소용돌이 쳐야 한다. 그런데도 사안에 비해 너무 조용했다. 참으로 신기하다. 이 문제도 세월호 참사사건 이상으로 시사하는 바가 많은 참사이다.

  먼저 이 문제를 다루는 국회의 태도가 사뭇 상식에서 벗어난다. 검찰이 국회에 요구한 어떤 의원의 체포동의안은 찬성 73표, 반대 118표, 기권 8표, 무효 24표로 부결되었다. 참으로 어이가 없는 일이다. 동료애가 극진하다. 그런데 무효 24표는 의원님들이 투표방법을 몰라서 실수한 것일까? 이 숫자는 투표 당시의 분위기를 여실히 짐작할 수 있는 좋은 징표이다. 이렇게 많은 무효표는 하루에도 몇 번씩 투표하는 똑똑하기 그지없는 이 분들에게는 도저히 설명이 되지 않는 일이다. 진심은 동료의 구속을 자기 일처럼 생각해서 반대하고 싶은데, 그래도 무엇인가 양심에는 꺼렸던 갈등의 고육지책이 아니겠는가?

  국회의원의 동료의식은 놀랍기만 하다. 국무총리와 장관들의 인사청문회를 보면 일반적으로는 참으로 사소한 것까지도 휘집어 파면서 후보자가 국회의원일 때는 참으로 관대하다. 국회의원들의 청렴성이 특별히 강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처럼 서로간의 잘못에 대해 관대하다. 국회의원들은 한 푼도 내지 않고 적지 않은 연금을 받는다. 이것을 폐지하겠다고 큰 소리 치더니 실천할 생각은 전혀 없는 듯하다. 불체포 특권도 마찬가지이다. 정상적이라 생각하지 않으면서도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에 바꾸고 싶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극도의 지역갈등 때문에 호남과 영남지역은 특정 정당의 공천이 거의 당선이나 다름없게 되었다. 이는 우리나라 정치의 많은 문제점을 야기하는 큰 요인 중의 하나이다. 이런 폐해를 모두가 알고 있어서 지난 대통령선거 때는 여야 할 것 없이 기초단체의 장과 지방의원들에 대한 공천폐지를 대선 공약사항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정작 지방선거 때는 제도를 유지하기로 결정하였다. 왜냐 하면 기초단체의 장과 지방의원 자리는 국회의원들의 조직역할을 하는 사람들의 월계관이기 때문에 절대로 포기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국회의원들은 법을 만들고 예산을 확정하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돈을 받으면서 특정단체의 이익을 대변하고, 지역사업을 위해 원칙에 맞지  않는 예산편성을 하면 되겠는가? 심지어 자신들의 보수를 무리하게 인상하고, 보좌관들의 숫자를 늘리고, 시대에 맞지 않는 특권을 유지하면 되겠는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것처럼 국민들이 불안해하면 되겠는가? 예전의 선배 국회의원들도 사람인지라 그런 유혹을 똑같이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국가를 먼저 생각하고 정의를 먼저 생각해서 자신들의 욕심을 억제했다. 욕심이 목에까지 올라 와도 참을 줄 알았다. 그러나 지금의 국회의원들은 표를 핑계 대며 이익 챙기기에 바쁘다. 국가보다 당이 먼저이고, 당보다 지역이 먼저이고, 지역보다 자신의 이익이 먼저이다. 이렇게 되어서는 안 된다. 국회의원은 지역이나 직능에서 뽑혔지만 국가 일을 다루는 독립적 헌법기관이지 동료들의 이익집단이 아니다.

  간혹 의원들은 걸핏하면 플래카드를 앞세우고 시위를 한다. 심지어 본회의장에서도 시위를 한다. 일반 국민들의 갈라진 여론을 조정해서 문제의 실타래를 풀어야 할텐데 그런 정치력은 찾아 볼 수가 없다. 거의 집단이기주의에 빠진 시민단체와 같다. 최근 4-5개월을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보수는 다 챙기고 추석 보너스까지 챙겼다는 보도가 있었다. 어느 나라의 국회의원들이 이럴까? 그래도 자신들을 비난한다고 오히려 화를 낸다. 국회의원들이 사리사욕의 민원인이 되어서야 하겠는가? 우리나라는 정치만 잘 되면 정말 발전할 것이라는 말이 상식이 되다시피 했다. 이런 국회를 바라만 봐야 하는 국민들이 불쌍하기만 하다. 그럼에도 국회해산론이 정말 현실화될까 걱정이 앞선다. 국회의원들은 우리가 뽑은 나라의 지도자들이다. 이들이 국민과 국가를 ‘절대가치’로 생각하도록 무엇인가 해야 한다. 좋은 선거제도와 유권자들의 각성이 필요하다. 나라 발전을 위하여 너무나 절실하다.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필자소개 
   
   장태평 ( taepyong@gmail.com )  
    (재)더푸른미래재단 이사장
    (전) 한국마사회 회장
    (전) 제58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전) 기획재정부 정책홍보관리실장, 국가청렴위원회 사무처장
 
   (전) 농림부 농업정책국장, 농업구조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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