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사찰'?...악플러 잡으려다 '표현의 자유' 잡을라
'사이버 사찰'?...악플러 잡으려다 '표현의 자유' 잡을라
  • 정우람 기자
  • 승인 2014.09.30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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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메신저 '텔레그램(Telegram)'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업체 '엘로(Ello)'가 국내 네티즌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정부의 검열과 개인정보 보호 등의 이유로 메신저를 갈아 타는 수요가 늘고 있는 탓이다.

인터넷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범죄는 갈수록 늘고 있다. 사이버 명예훼손 범죄가 점증하자 대검찰청은 지난 18일 '사이버 명예훼손 전담수사팀'을 신설해 인터넷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사이버 명예훼손 전담수사팀'의 성격이나 활동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이 사실상 '사이버 사찰'에 나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용자들 사이에서 수사팀이 사적 영역까지 검열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늘고 있다. 이같은 불안감은 네티즌들의 '사이버 망명'으로 이어졌다. 텔레그램(Telegram) 다운로드 열풍이 분 것이다. 독일에 서버를 둔 메신저인 텔레그램은 메시지 내용을 암호화해 기록이 남지 않는다.

네티즌들의 불안감에는 나름대로 근거가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철도노조 파업 때 노조 지도부를 검거하려고 모바일 메신저 접속 위치를 추적한 바 있다. 철도노조 부산본부장이 지난 2월 부산지방경찰청에서 받은 '통신사실확인자료제공요청 집행사실 통지'를 공개하면서 이 같은 사실이 알려졌다.

논란이 확산하자 검찰은 SNS는 사적 공간인 만큼 고소 및 고발이 없으면 수사하지 않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한국 법의 규제를 받는 모바일 메신저 회사로선 수사기관이 적법하게 요구하면 로그 기록을 알려주지 않을 도리가 없는 만큼 검찰의 이 같은 해명이 네티즌들에게 먹힐 지는 의문이다.

검찰의 사이버 명예훼손 사범 소탕 작전이 성공할까. 그렇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악플러들의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는 끼닭이다. 실제로 사이버 명예훼손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자 IP 우회용 웹브라우저 '토르'를 이용해 자신의 흔적을 지우고 사례가 늘고 있다.

사이버 명예훼손의 처벌 규정이 모호한 것도 문제다. 어디까지를 풍자와 조롱으로 보고 어디까지를 허위사실 유포로 볼지 애매모호한 사례가 많다. 따라서 무작정 법리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건 지나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과잉처벌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친고죄처럼 다뤄지는 사안에 개입함으로써 비판 세력의 입을 막으려 한다는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에 올리는 글에 대한 제제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6년 전 사이버모욕죄 도입에 반대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낸 바 있다. 2008년 장윤석ㆍ나경원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의원은 사이버공간의 명예훼손과 모욕행위를 가중처벌하는 내용의 형법과 정보통신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그러자 입법조사처는 사이버모욕죄를 법률로 규정한 국가로는 중국이 있고 민주주의 국가 중 사이버모욕죄 도입을 추진하는 국가는 한국이 처음이라면서 사실상 사이버모욕죄 도입을 반대했다.

교각살우()-.'쇠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인다'라는 뜻이다. 결점이나 흠을 고치려다 수단이 지나쳐 도리어 일을 그르친다는 의미다. 사이버 명예훼손은 현행법으로도 충분히 처벌할 수 있다고 한다. '사이버 명예훼손 전담수사팀'이 어떻게 활동할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문제는 정부 입장에 맞지 않는 사안만 선별해 처벌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또 수사팀의 활동이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과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네티즌들이 법을 피해가는 우회적인 방법을 개발해 또 다른 부작용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 사이버상의 괴담 등은 댓글보다는 인터넷 언론이 댓글을 기사로 재생산하는 과정에서 확산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단순히 악성 댓글을 제재하는 것 만이 근본적인 대책은 아닌 듯 싶다.

감찰은 이런 문제점들을 해소하면서 사이버 명예훼손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연히 '교각살우'의 어리석음을 범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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