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판 '돈과 우정'
동양그룹판 '돈과 우정'
  • 박미연 기자
  • 승인 2014.10.01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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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갤러리 '씁쓸한 共生'

 
고대부터 우정은 인간의 가장 고귀한 덕목이다. 우정은 사랑과 권력이라는 이름으로 끊임없이 시험을 받아 왔고, 언제나 그것을 이겨냈다. 우정은 모든 인간적 욕망을 초월하는 힘이었다. 그리고 20세기. 이제 우정을 위협하는 또 다른 적이 등장했다. 그것은 바로 돈이다.

동양그룹 사태로 재산이 가압류 되자 고가의 미술품을 빼돌린 이혜경(62) 동양그룹 부회장이 법정에 서게 됐다. 또 이 부회장을 도와 그림 등을 미국과 국내에서 매각한 홍송원(61) 갤러리서미 대표는 구속 피고인 신분으로 '친구'인 이 부회장과 나란히 재판을 받게 됐다.

홍 대표는 이 부회장의 성북동 자택, 동양증권 사옥 등에서 지난해 11월께부터 올 3월까지 모두 107점에 이르는 그림과 고가구 등을 빼돌린 혐의(강제집행면탈)를 받고 있다. 검찰은 갤러리서미 창고와 이 부회장의 자택 등에서 총 400여점의 그림, 고가구 등을 확보했지만 107점을 제외한 나머지 물건은 재산적 가치가 적다고 보고 강제집행면탈죄를 적용하지는 않았다. 이 부회장은 개인채무가 121억원에 이르는 데다 동양그룹 사태 후 동양네트웍스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하면서 성북동 집이 가압류된 상황이었다. 올 4월에는 이 부회장 소유의 그림과 도자기, 가구 등도 가압류됐다.
 
두 사람이 갤러리서미 직원들을 동원해 빼돌린 그림 중에는 시가 7억원 상당의 웨인 티보(Wyne Thiebaud) 작품 '캔디 스틱스(Candy Sticks)'와 3억5천만원 상당의 데미안 허스트(Demien Hirst)의 작품 등 고가 미술품도 포함돼있다. 이 부회장은 또 웨스트파인 골프장에서 직원을 시켜 시가 800만원 상당의 클라우스 괴디케 작품 1점 등 총 4점의 미술품을 빼돌려 회사 창고로 옮겼다. 빼돌린 작품 중 13점이 미국과 국내에서 총47억9천만원에 판매됐다.
 
이 과정에서 홍씨는 지난해 12월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와 알리기에로 보에티(Alighiero Boetti)의 작품을 각각 90만 달러, 80만 달러에 미국에서 판매하고 약정기한이 도래한 다른 고객의 미술품 판매대금으로 지급했다. 홍씨 역시 개인채무로 주거지가 가압류되고 법인세 체납 때문에 갤러리서미의 미술품 26점이 압류되는 등 갤러리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었다. 미처 팔지 못하고 검찰에 압수된 미술품 중에는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 작품(추정 시가 1억원) 등도 포함돼 있다.
 
검찰은 홍씨가 강제집행절차를 잘 알고 있으면서도 갤러리 운영이 어려워 자금이 필요하자 이 부회장의 미술품을 팔아 갤러리 운영자금을 조달하려고 한 것으로 보고 구속했다. 검찰 관계자는 "동양그룹 사태 피해자를 위해 법원 파산부와 협의해 압수물, 현금 전부를 가압류 했다"며 "이혜경 부회장은 소유권 포기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지난 2001년 개봉된 곽경택 감독의 '친구'는 우정과 배신을 그린 영화다. 무대는 부산. 이야기는 주인공들이 초등학교 5학년쯤 되는 1976년에서 시작한다. 준석, 중호, 동수, 상택 등 네 친구는 어렸을 때부터 ‘꾀복쟁이’ 친구이다.고등학교 때까지는 그들의 우정전선에 이상이 감지되지 않는다.하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가 되자 각자 가는 길이 엇갈리면서 그들의 우정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

준석이와 동수는 학교에서 퇴학을 당하고 조직에 들어간다. 준석과 동수는 같은 길을 가면서 점점 갈등에 빠진다.두사람 간에 오해가 쌓인 끝에 준석의 부하들이 갑자기 그를 급습하여 난도질한다. 동수는 30여 군데나 칼에 찔린 채 숨을 거둔다. 그 후 준석은 수배를 피해 전국을 떠돌며 도망 다니지만 결국 양심의 가책을 이기지 못해 술집에서 난동을 부리다 경찰에 체포된다. 우정은 이렇게 해셔 산산조각이 나고 만다.

홍송원·이혜경 기소는 친구의 가압류 미술품을 빼돌리고 대금의 '배달사고'가 난 경우다. 영화 친구와는 우정의 각도가 다소 다르지만 돈 앞에 '친구' 없는 재벌과 갤러리 간의 씁쓸한 '우정과 공생관계'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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