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패니스 드림과 아메리칸 드림
저패니스 드림과 아메리칸 드림
  • 정종석 발행인
  • 승인 2014.10.13 00:13
  • 댓글 0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의 고국 비판..'코리안 드림'의 현실은?

 
일본이 '노벨 과학상 최강국'이 된 비결이 뭘까.

우리나라가 이제 일본을 많이 따라잡고 어떤 업종은 앞서기까지 한다. 하지만 노벨상은 일본에게 맨발로 뛰어도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족탈불급(足脫不及)이다. 최근 한국 최초의 노벨 화학상 수상이 무산된 가운데 이웃나라 일본은 올해 노벨 물리학상에 일본인 교수 3명이 공동 선정되는 등 역대 22명(미국 국적 과학자 2명 포함)이 과학분야에서 노벨상을 거머쥐었다. 분야 별로는 물리학상이 이번 수상자를 포함해 10명, 화학상 7명, 생리의학상 2명이다. 고(故) 김대중 대통령이 지난 2000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한국과는 천양지차다.
 
‘일본이 노벨 과학상 최강국이 된 비결은 특유의 장인(匠人)정신, 현장 중심 연구활동, 정·재계의 초당적 지원 등 3박자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세계 3위 경제대국 일본의 밑받침이 되는 기초 과학기술은 이 3박자가 맞아떨어진 것이라는게 일본 언론의 분석이다.
 
올해 노벨물리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된 나카무라 슈지 미국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학교(UC 샌타바버라) 재료물성학과 교수의 씁쓸한 뒷얘기가 화제다. "저패니즈 드림(Japanese Dream)은 없다. 성공하려면 미국으로 오길 권한다"고 발언했기 때문이다. 필자로서는 다소 충격적이다. 그는 노벨물리학상 수상 소감을 묻는 고국 언론의 방송 카메라 앞에서 이렇게 잘라 말했다. 보통 질리지 않고는 할 수 없는 말이다.
 
나카무라 교수는 "나의 노벨상 수상 원동력은 조국 일본에 대한 분노"라고 설명했다. 그는 수상자 발표 직후 기자회견에서 "미국에서는 누구나 열심히 노력하면 '아메리칸 드림(American Dream)'을 이룰 수 있지만, 일본은 그렇지 않았다"며 일본의 기업 문화와 사회 전반에 걸친 경직성을 통렬하게 비판했다. 그는 2000년 일본을 떠나 미국에 정착했고, 미국 국적을 취득해 조국과 연을 끊었다. 그는 인터뷰에서 "일본의 경직된 기업문화로 인해 미국행을 선택했다"며 창업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에 대한 조언 부탁에도 "성공하려면 미국으로 오라"고 일갈해 깊은 불만을 나타냈다.
 
나카무라 교수는 현재 국내 LED 조명용 패키지 제조사인 서울반도체와 자회사인 서울바이오시스의 기술고문을 맡아 연구작업에서 협력하고 있다. 약 10년 전 서울반도체 공장(당시 서울 가산동 소재)을 방문한 그는 이후 자신이 재직 중인 학교에 서울반도체 연구인력을 초청해 연수시키는 등 교류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성공하려면 일본을 떠나서 미국으로 오라는 그의 발언은 ‘아메리카 드림’을 말하는 것 같다. 자신의 조국을 등지고 미국으로 떠나서 일본에 대해서 쓴 소리를 아끼지 않는 나카무라 교수는 일반적인 일본인의 모습이 아닐 지도 모른다. 또한 경쟁국인 한국의 기업을 도우면서도 일본에 격한 감정적인 표현을 쓰는 걸 보면 그가 조국에 맺힌 것이 너무 많았을 수도 있다.
 
일본 언론은 나카무라 교수의 국적이 미국이란 사실을 굳이 밝히지 않고 있다. 그만큼 노벨상 수상자가 일본 태생임을 강조하고 싶은 속셈일 것이다. 그러나 일생의 궤적을 볼 때 그는 일본을 등진 과학자이다. 일본 시스템에 좌절을 느끼고 미국으로 떠났다. 이 뿐 만이 아니라 "일본 시스템에 실망했다, 기술자들이여 일본을 떠나라"라고 공개적으로 외친 사람이다. 철저한 '싸움닭'이자, 조직에 순응하지 않는 '일본인답지 않은 일본인'이 나카무라 교수인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나카무라 교수의 발언은 우리에게도 많은 점을 시사한다는 점이다. 한국과 일본이 유사한 동양적인 문화를 가진 데다가 우리나라도 인재관리에 실패해 조국을 등진 사람들이 적지 않은 까닭이다. 여기서 지난 해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낙마한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생각난다. 김 후보자는 당시 ‘재산 7800억원 살아있는 벤처신화-박 정부 ‘파워 장관’에‘라는 제목으로 국내 신문에 대서특필됐다. 언론들은 ‘드라마 같은 김종훈 후보자의 삶’을 비중 있게 소개하고 그의 ‘성공신화’에 적지 않은 지면을 할애했다.
 
서울에서 태어난 김 후보자는 중2때인 1975년,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메릴랜드주 흑인 빈민촌에서 자랐다.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편의점 심야 아르바이트 등을 하면서 고등학교를 다녔다. 고등학교를 차석으로 졸업한 그는 ‘명문’으로 꼽히는 존스홉킨스대학교 전자공학·컴퓨터과학과에 입학했고, 메릴랜드대학교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3년 만에 따냈다. 그가 언론의 조명을 받은 것은 미래창조과학부가 박 당선인의 공약과 구상을 결집할 ‘핵심 부처’라는 점과, 이를 담당할 장관으로 재미동포 1.5세대가 ‘파격 발탁’됐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는 언론과 야당의 집요한 인사검증을 통과하지 못하고 끝내 낙마한 뒤 미국으로 돌아가 버렸다.
 
해외에서의 성공이 국내에서의 성공을 보증하는 것도 아니다. 얼마 전 퇴임한 서남표 전 KAIST 총장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는 20세가 되기 전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서 전 총장은 미국 명문으로 꼽히는 MIT에서 기계공학과 학과장, 석좌교수 등을 역임하고 미국과학재단(NSF)의 공학 담당 부총재 등을 맡았던 ‘성공한 학자’였다. 그가 KAIST에 부임할 때만 해도, 여러 장밋빛 기대들이 쏟아졌다. 그러나 그가 ‘KAITS를 한국의 MIT로 만들겠다’며 도입한 개혁 조치들은 그가 총장으로 재직하던 6년 내내 크고 작은 충돌과 갈등을 빚었다. 전면 영어강의 도입, ‘징벌적 등록금제’ 등 일련의 정책들은 역설적으로 교육에 대한 ‘철학의 빈곤’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2011년에는 학생들의 잇따른 자살 사태가 불거지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아메리칸 드림은 미국 사람들이 갖고 있는 미국적인 이상 사회를 이룩하려는 꿈을 뜻하는 말이다. 미국인이라면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공통된 소망이다. 무계급 사회와 경제적 번영의 재현, 압제가 없는 자유로운 정치 체제의 영속되는 등의 개념을 포함한다. 아메리칸 드림은 반드시 미국인들에게만 해당되는 말은 아니다. 미국 이민의 역사를 되돌아 보았을 때, 비교적 이민이 자유롭던 미국으로 건너간 외국인들이 미국에 가면 무슨 일을 하든 행복하게 잘살 수 있으리라는 생각 또한 아메리칸 드림에 해당한다. 아메리칸 드림은 단결된 미국을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아온 동시에 거기에 버금가는 높은 기대치 때문에 비난을 받아왔다.
 
역사적으로 하류층의 미국시민들이 아메리칸 드림 덕분에 사회적으로 조금 더 평등해지거나, 영향력이 커진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 그런 반면 미국의 부의 구조는 항상 상류계층에 사람들로 하여금 이익을 챙기도록 했다. 아서 밀러의 책 '세일즈맨의 죽음' 또한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비평작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세일즈맨은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희망을 쫓아가다가 끝내 파멸을 한다. 이 주인공의 삶은 월스트리트의 붕괴로 말미암아 자신의 가족이 운영하던 기업이 파산하게 된 저자의 아픈 기억을 반영하는 것이다.
 
필자는 어느 자리에선가 일본 사람들이 도요토미 히데요시 다음으로 좋아하는 사람 가운데 중요한 한 명이 일본에서 ‘경영의 신(神)’으로 불린 마쓰시다 고노쓰케(1894-1989년/세계적인 전자업체 내셔널 & 파나소닉 회장)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의 패배로 일본 전체가 극심한 경제,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을 때 뛰어난 창의력과 굳건한 신념으로 가내 수공업 수준이었던 회사를 세계적인 대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그는 1965년 고희가 지난 뒤 그룹의 총수자리에 올랐다. 94세 말년에는 570개 기업, 종업원 13만명을 거느린 대그룹 회장이 됐다. 이런 자리에 오르기까지는 그는 남다른 눈물과 비애의 길을 걸어왔다. 일찌기 초등학교 4학년을 중퇴하고 자전거 점포 점원으로 고생스런 삶을 살아가며 밤이면 어머니가 그리워 눈물로 지새웠다.
 
그러나 그는 하늘로부터 받은 세가지 약점을 가장 소중한 하늘의 은혜로 간직하고 이를 성공의 발판으로 삼았다. 그가 하늘로부터 받은 세가지 은혜는 첫째가 가난-그래서 그는 이를 극복하기위해 부지런히 일했다. 둘째가 허약-신체가 허약하기 때문에 몸 관리와 건강에 힘썼다. 셋째가 못 배운 것-그래서 세상 모든 사람을 스승으로 모시고 배우는데 힘썼다는 것이다.
 
마쓰시다를 ‘경영의 신’이라는 부르는 이유가 무엇일까? 고노스케라는 인간은 끊임없이, 정말 죽을 만큼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성공할 때까지 계속한다면 실패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었다. 전구를 발명한 에디슨을 닮았다. 실제로 고노스케도 전기분야에서 성장했으며 에디슨을 존경했다고 회고하고 있다. 미국에 ‘아메리칸 드림’이 있다면 일본에는 ‘저패니스 드림’이 있다고 생각한다. 중,장년층의 일본인들은 나름대로 저패니스 드림을 꿈꿀 때 대부분 마쓰시다 고노스께를 머리에 떠올린다고 한다. 그만큼 마쓰시다의 창업정신이나 경영철학이 일본인들의 기업경영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얘기다.
 
여기서 필자는 성공을 위해서라면 미국으로 건너가 아메리칸 드림을 추구하라는 나카무라 교수의 주장에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 ‘아메리칸 드림’은 이미 추락할 대로 추락하고 상처를 많이 받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미국은 지금 부와 불평등의 대명사로 평가를 받는다. 미국은 역사상 가장 불평등이 심했던 제1차 세계대전 직전의 상황이나 다름이 없다. 미국이 가장 부유했던 1990~2000년 사이 많은 사람들은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렸다.
 
나카무라 교수는 1954년 일본 에히메현에서 태어났다. 명문대학이라고 할 수 없는 지방대인 도쿠시마 대학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가 말한 분노의 대상은 학벌이었고, 조직이었고, 사회시스템이었다. 지인들은 한결같이 나카무라 교수의 성격이 '정열적이고 지기 싫어한다.'라고 말을 한다. 결국 그의 승부욕이 분노를 만들어 냈고, 그 분노는 연구의욕으로 승화돼 노벨상 수상의 영광을 얻어냈는 지는 모른다. 그러나 차라리 마쓰시다 고노스께처럼 자신의 불행을 담보로 고국 일본에서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고 세계적인 기업을 일으킨 경영정신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시야를 세계로 넓혀보자. 지금 글로벌 경제 위기설이 다시 퍼지는 가운데 소득불평등이 심각한 수준이다. 우리나라도 중산층이 붕괴하고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등 사회적으로 큰 변화의 길을 걷고 있다.  주목할 것은 산업화 시대에는 자신의 능력과 노력으로 일군 ‘성취적 지위’가 빛을 발했다면, 이제는 타고난 ‘귀속적 지위’가 인생을 결정하는 시대로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의 대물림과 함께 빈곤의 대물림이 이어져 사회적으로 '신분의 양극화'가 고착되는 심각한 현상이 뚜렸하다. 다시 말해 '중세적 세습사회'가  21세기에 한국에 귀환했다는 것이 요즘 각광 받는 프랑스 경제학자 피케티의 경고이기도 하다.
 
저성장과 함께 인구침체의 늪에 진입한 한국은 앞으로 사회적 불평등 해소문제가 중요한 정치,경제적 현안이 될 전망이다. 세계의 경제학자들은 우리의 사회적 불평등이 벌써 미국 수준으로 치솟았다고 진단한다. 불평등은 의욕과 정의감을 망가뜨리고 사회기반을 갉아먹는다. 한국을 더 이상 살 곳이 못된다고 탄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서는 안된다. 그렇게 되면 ‘탈(脫)한국 러시’가 일어나고, 코리안 드림(Korean Dream)은 이뤄질 수 없는 꿈이 되고 말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주)서울이코미디어
  • 등록번호 : 서울 아 03055
  • 등록일자 : 2014-03-21
  • 제호 : 서울이코노미뉴스
  • 부회장 : 김명서
  • 대표·편집국장 : 박선화
  • 발행인·편집인 : 박미연
  •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58, 1107호(여의도동, 삼도빌딩)
  • 발행일자 : 2014-04-16
  • 대표전화 : 02-3775-4176
  • 팩스 : 02-3775-41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미연
  • 서울이코노미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2 서울이코노미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eouleconews@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