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IT기업의 '좌절'...'사이버 망명'과 다음카카오 파장
창조적 IT기업의 '좌절'...'사이버 망명'과 다음카카오 파장
  • 이보라 기자
  • 승인 2014.10.1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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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를 표방하는 정부가 몇십 년만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창조적인’ IT 기업을 앞장서서 죽이는 꼴이 아닙니까?"

합병으로 탄생한 거대 정보기술(IT) 기업 다음카카오가 출범 초부터 위기를 맞자 업계에서 나온 볼멘소리다. 정부 감시를 피해 ‘사이버 망명’ 행렬이 이어지면서 가입자가 줄고 주가가 급락했다. 다음카카오가 검찰 요구에 따라 가입자들의 메신저 대화 내용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주가가 곤두박질친 것이다.

주된 원인은 ‘카카오톡’(카톡) 가입자 이탈에 있다. 정부 감시를 피해 카톡을 버리고 외국산 모바일 메신저로 이동하는 가입자들이 급증했다. 대체재로 급부상한 ‘텔레그램’의 경우 국내 가입자가 150만명으로 늘었다. 카톡의 국내 점유율은 95%다. 업계는 텔레그램 가입자 대부분을 카톡 이탈자로 간주한다.
 
카톡의 대응방법이 서툴었다. 다음카카오는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문 및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사과 이후 주가 하락폭이 더 커졌다. ‘뒷북 사과’가 오히려 문제를 키운 셈이다. 카톡 대화 내용이 일정 기간 저장되고, 이 대화가 수사기관에 제공될 수 있다는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것은 불법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불거진 ‘설화’ 또한 문제다. 다음카카오의 구태언 고문변호사는 가입자들을 향해 “비겁한 중생들”이라는 비난글을 남겼다가 삭제했다. 이재웅 다음 창업주도 “정부 탓을 해야지, 카카오톡을 탓할 거면 이민가야 할 것”이라는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가입자 이탈이 계속될 경우 다음카카오가 생존에 위협을 받을 수도 있다. 한때 국내 최대 가입자를 기록했던 ‘싸이월드’는 가입자 이탈이 시작된 지 2년 만에 고사 직전까지 갔다. 모바일 메신저 시장은 대체재가 많고, 서비스 간 품질 차이가 크지 않다. 가입자 이탈을 빨리 막지 못하면 카톡의 추락은 싸이월드보다 빠를 수도 있다.
 
정부도 책임을 면키 어렵다. 통신업계에서는 각종 규제와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정부가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다음카카오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불공정행위 등으로 제재를 앞두고 있거나 조사를 받고 있다. 업계에서 “다음카카오가 검찰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동정론’이 나온다.
 
다음 카카오톡을 사용하는 국내 이용자가 수는 2,600만 명이 넘는다. 말 그대로 국민 메신저다. 만약에 검찰이 이메일같은 것을 사이버 검열한다면 이렇게 크게 문제되지 않았을 것이다. 카카오톡은 많은 국민들이 내심의 마음과 감정을 친구나 상대방에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수단이다. 연애부터 부부, 자녀, 직장동료와 상하관계 문제 같은 개인의 내밀한 사적인 대화들이 오간다. 그래서 국민들이 화가 난 것이다.

당연히 '공안기관이 내 사생활까지 엿보는 구나 '하는 우려가 커졌다. 또 '정부를 비판하다가는 큰 일 나겠구나' 하는 우려가 커졌다. 헌법상 표현의 자유까지 거론되기에 이르렀다. 시민들은 누구나 자기가 쓰고 싶은 글, 표현하고 싶은 글을 쓸 수 있는 자유가 있다. 바로 그런 식으로 국민들을 통제해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게 하겠다는 것이 검찰 전담팀의 목적이라면 곤란하다.

트위터 검열이나 민간사찰로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던게 이명박 정권이다. 그때는 'PD수첩'이나 미네르바 형사처벌 시도 등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검열을 했다. 후기에는 민간사찰을 통해 반정부 활동을 선제적으로 감시했다. 하지만 현 정부는 사이버 명예훼손 전담팀을 꾸려 검열과 감시를 동시에 하려고 한다.

카톡 압수수색이 국민의 사생활을 제한하는 부작용을 낳는다면 당국은 생각을 달리해 봐야 한다. 반정부 요소들을 골라내 형사처벌하겠다는 것이라면 공연히 엉뚱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탓이다. 과거 중국 진시황 때부터 보면 '사생아 논란'이 제기됐고, 국민과 백성들은 어느 정도 나라님 비판하는 재미로 산다. 그런데 그 비판이 '사실과 다르다'고 처벌하겠다고 하면  엉뚱하게도 창조적 IT기업들이 문을 닫아야 할 지도 모른다. 어느 정도까지 알아도 모른 척 하고, 몰라도 모른 척하는 지혜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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