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검열' 논란, 조기 종식 만이 해결책
'사이버 검열' 논란, 조기 종식 만이 해결책
  • 이종범 기자
  • 승인 2014.10.14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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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상 표현의 자유 보장..건전한 IT기업 제자리 잡도록 해야

 

검찰의 '사이버 검열' 논란이 올해 국정감사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야당 의원들은 현 정부의 검열 정국이 사이버 망명을 불러오고 국내 ICT산업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에 여당 측은 사이버 명예훼손과 유언비어 유포에 대한 적절한 대처라면서 정부를 지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는 "법과 프라이버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에는, 어떠한 경우에도 프라이버시를 우선하는 정책을 실시하겠다"면서 감청 영장에 불응하겠다고 밝혔다. 실정법 위반을 무릅쓰고  ‘초(超)강수’로 나선 셈이다. 이래저래 사이버 검열논란의 파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미래창조과학부 국감에서 야당 의원들은 주무부처인 미래부가 검찰의 '사이버 검열' 움직임에 안일하게 대응함으로써 ICT 산업위축 등 악영향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여야의 사이버검열 논란은 경찰청 국정감사와 법제사법위의 법무부 감사를 벌인 안전행정위원회에서도 큰 쟁점이 됐다.
 
당초 세월호 사태를 집중적으로 따질 것으로 예상됐던 올해 국감은 엉뚱하게도 검찰의 사이버검열을 둘러싼 표현의 자유와 인권문제로 주제가 옮겨간 인상이다. 이는 지난 달 검찰이 사이버상 명예훼손 등에 대한 수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이후 국내 인터넷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 따른 것이다.
 
실제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카카오톡과 네이버의 라인, 네이트온 등 국내 메신저 서비스는 총 160만명 이상이 해외 사이트로 넘어가는 등 혹시나도 모를 감시 가능성을 피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3,500만 가입자를 둔 카카오톡은 메시지 보관 기간 단축 발표 등 사활을 걸고 가입자 이동 차단에 나섰지만, 현재의 사이버 검열 정국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 알기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검찰의 사이버 명예훼손 및 유언비어 수사강화는 사실상 '인터넷 재갈물리기'라는 비판을 받는 가운데 그 불똥이 카카오톡 검열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사태가 이같이 일파만파로 번진 것은 검찰의 사태의 파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불쑥 ‘사이버 사찰’이란 카드를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카카오톡은 지금 우리나라 국민들과 매우 친숙한 사이버 공간이다. 이런 사생활의 영역에 공권력이 들어와서 일일이 대화내용을 들여다볼 수도 있다는 개연성 때문에 국민들이 대거 안전한 제3국의 텔레그램같은 해외 서비스로 ‘사이버 망명’에 나서는 전례없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사이버 검열’에 대한 논란은 검찰과 경찰이 세월호 집회 등과 관련한 수사를 하면서 3천여명의 개인정보가 담긴 두 달치 카카오톡 대화록을 사찰한 사실이 확인하면서 불이 붙었다. 이들이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45)는 지난 8월18일 서울 종로경찰서로부터 ‘전기통신에 대한 압수·수색·검증 집행사실 통지서’를 받았다. 이 통지서에는 지난 5월 1일부터 6월 10일까지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 대화 상대방 아이디 및 전화번호, 대화일시, 수발신 내역 일체, 그림 및 사진 파일’ 전체를 압수수색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카카오톡에는 개인의 현금카드 비밀번호, 재판과 관련해 변호사와 나눈 이야기, 초등학교 동창들과 나눈 이야기 등 보호돼야할 사생활 내용까지 포함돼 있음에도 경찰이 막무가내로 압수수색을 통해 이를 검열했다. 
 
1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다음카카오 건물 앞에서 열린 ‘카카오톡 정보제공 진상규명 요구 기자회견’에서는 ‘믿었던 카카오톡에 배신을 당한’ 시민들의 성토가 쏟아졌다. 이날 기자회견에 모인 대다수는 정진우 부대표와 같은 카톡방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아이디와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가 강제 공개된 시민들이었다. 그래서 어떤 직함이나 지위를 이야기하기보다 어느 동네에 거주하는 누구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따라 카카오가 검찰의 감청과정에 이용자의 프라이버시 보호에 적극 나서지 않는다는 비판도 함께 커지고 있었다.
 
우리 국민들은 지난 이명박 정권 때 트위터 검열이나 민간사찰로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던 것을 생생히 기억한다. 그때 정부는 'PD수첩'이나 미네르바 형사처벌 시도 등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검열을 했다. 후기에는 민간사찰을 통해 반정부 활동을 선제적으로 감시했다. 하지만 현 정부는 사이버 명예훼손 전담팀을 꾸려 검열과 감시를 동시에 하려고 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모바일 메신저에 대한 압수수색은 일반적 압수수색과 성격이 다르다. 일반적 압수수색에선 먼저 수색을 한 뒤 혐의사실과 관련된 부분만 선별적으로 가져간다. 그러나 디지털정보는 통째로 수사당국에 제공된다. 따라서 혐의와 무관한 개인의 내밀한 사생활 정보도 포함될 수 있다. 이 같은 정보는 추후 특정인을 겨냥한 불법사찰에 악용될 수 있다. 또한 SNS나 메신저를 통한 통신에는 복수의 상대방이 존재하는 만큼 광범위한 인권침해로 이어질 소지가 크다.
 
검경은 “법원의 영장을 발부받은 만큼 합법적이며, 피의사실 관련 내용만 봤을 뿐”이라 해명했다고 한다. 다음카카오 측도 “카카오톡 대화는 최대 7일만 저장되기 때문에 수사기관이 몇달치 자료를 요청해도 실제 제공되는 건 서버에 남아있는 며칠치 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해명치고는 매우 군색하다. 다 한 사람이라도 카톡대화를 들여다봤다는 점에서 많은 일반 국민들이 불안감과 공포감을 느끼고 이미 사이버 망명길에 나섰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자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이다. 카카오톡은 많은 국민들이 내심의 마음과 감정을 친구나 상대방에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수단이다. 연애부터 부부, 자녀, 직장동료와 상하관계 문제 같은 개인의 내밀한 사적인 대화들이 오간다. 그래서 국민들이 성화가 난 것이다. 국민들이 이웃의 가까운 벗이나 가족과 소통하는 메신저에서조차 속마음을 털어놓기 어렵다면, 멀쩡한 ‘국민 메신저’를 버리고 해외 메신저를 써야 한다면 대단히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인터넷을 통한 사이버 상의 명예훼손과 유언비어 유포에 대한 적절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석우 대표가 검찰의 감청영장 집행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은 실정법 위반논란을 낳는다. 영장은 법원이 발부한 것이고 강제력을 전제로 한 것이다. 정당한 법집행을 거부할 경우 법치주의를 거부한다는 오해를 부를 수도 있다. 다음카카오가 만일 수사기관의 영장 집행을 막으면 공무집행방해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형법상 공무집행방해에 대한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1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정해져 있다
 
우리는 일파만파 번지고 있는 사이버 논란이 슬기롭게 해결되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검찰이  이 문제에 대해 조속히 온당한 대책을 마련해서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 다만  아무리 좋은 대책이라도 헌법상 표현의 자유와 일반국민의 사생활 보호가 전제돼야 한다는 것을 강조해 둔다. 어떤 좋은 정책이나 입법이라고 하더라도 대한민국 법질서의 최상위 개념인 헌법과 헌법정신을 위배할 수는 없는 까닭이다.
 
합병으로 탄생한 거대 정보기술(IT) 기업 다음카카오가 출범 초부터 위기를 맞고 있다. 정부 감시를 피해 ‘사이버 망명’ 행렬이 이어지면서 가입자가 줄고 주가가 급락한 탓이다. 정부와 검찰은 하루 빨리 사이버검열 논란을 종식해서 이 땅에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건전한 IT기업이 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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