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 '보이스피싱' 피해자에 첫 배상 판결
씨티은행 '보이스피싱' 피해자에 첫 배상 판결
  • 김영준 기자
  • 승인 2014.10.22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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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보안소홀’ 은행 책임 인정.."은행이 50% 배상하라"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한국씨티은행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이겼다. 보이스피싱 피해자에게 은행이 피해를 배상하도록 결정한 것은 국내에서는 처음이다.시중은행들은 이번 결정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1단독 문광섭 부장판사는 지난 17일 “은행은 피해금액의 절반을 10월31일까지 지급하라”고 강제조정을 결정했다.다만 씨티은행이 2주 내에 이의를 제기하면 재판은 재개된다.

2012년 1월 직장인 김모씨(38)에게 검찰청이라며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 속 인물은 “당신 통장이 범죄조직의 대포통장으로 이용돼 형사사건에 고발됐다”며 “몇 가지 인적사항을 확인하겠다”고 했다. 전화 속 인물이 불러준 주소, 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 등은 김씨의 것과 일치했다. 심지어 검찰청 사이트 내 등록된 사건번호까지 불러줬다. 그러면서 “금감원 신고 사이트에 피해사실을 등록하면 형사처벌을 면할 뿐 아니라 앞으로 명의도용도 되지 않는다”고 했다.

잠시 후에는 다른 인물에게서 “금감원 직원”이라며 같은 내용으로 전화가 왔다. 그래도 미심쩍었던 김씨는 전화를 끊은 뒤 걸려온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금감원을 알리는 음성안내가 흘러나왔다. 정부 당국이 확실하다고 믿은 김씨는 전화 속 인물이 알려준 금감원 신고 사이트에 접속해 각종 내용을 입력했다. 하지만 이 사이트는 범인들이 만들어 놓은 가짜 사이트였다.

김씨의 은행거래 관련 추가 정보를 확보한 범인들은 인터넷 뱅킹을 통해 4200만원을 빼갔다. 김씨의 계좌에 예치한 2000만원과 김씨의 적금을 담보로 한 담보대출 2200만원이었다. 김씨가 피해를 확인하는 데는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김씨는 은행 측에 피해를 신고했지만 “개인 잘못”이라는 말만 돌아왔다. 이때부터 김씨의 전쟁이 시작됐다. 김씨는 자신의 돈이 빠져나가는 데 사용된 대포통장 주인을 상대로 소송을 했다. “70% 배상하라”는 승소 판결을 받았지만 대포통장 주인들은 배상할 여력이 없었다.

김씨는 포털사이트 내 보이스피싱 피해자 모임을 찾았다. 10여명이 소송을 내기로 했지만 나서는 변호사가 없어 유야무야됐다.그래서 김씨는 지난 4월 한 법무법인을 통해 한국씨티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김씨는 “지난 2년간 홀로 싸운 기억이 너무 끔찍해 다시 되돌려 생각하기 싫을 정도”라며 “보이스피싱에 속은 사람만 바보처럼 보이는 사회 분위기가 더욱더 견디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보이스피싱 피해는 579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2% 급증했다. 금액도 586억원으로 121%나 늘었다. 악성코드를 활용한 파밍 등 신종 피싱 피해금액도 45% 늘어난 300억원을 기록했다. 보이스피싱 피해자 중에는 금융 관련 교수, 대학원생, 언론인 등도 있다. 유출된 개인정보를 갖고 작정하고 달려들면 누구나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금융사가 계좌동결을 지연처리하는 등의 명백한 실수를 하지 않는 한 피해는 소비자가 감수해야 한다는 게 당국의 그간 판단이었다.

하지만 해외의 경우 금융사기 피해가 발생하면 금융사에 책임을 강하게 묻고 있다. 미국은 금융 소비자가 비밀번호 등을 도난당해 피해를 본 것을 인지한 뒤 2영업일 이내에 신고하면 피해자는 50달러만 낸다. 3~60영업일 내 신고하면 최대 500달러를 낸다. 영국과 독일은 13개월까지 통지하면 면제다.

시중은행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직접 책임이 입증되지 않아도 소비자 피해구제에 방점을 찍은 판단으로 보인다”며 “자칫 사기 피해자들이 집단소송에 나설 경우 예기치 못한 대규모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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