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헌 네이버 사장이 다음카카오의 감청영장 불응방침 파문과 관련해 사생활 자유와 공정한 법집행이 조화될 수 있는 사회적 합의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김 사장이 감청영장 논란과 관련해 발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음카카오에서 시작된 정부의 ‘사이버 검열’ 논란이 국내 IT기업 전반으로 확대되면서 네이버 밴드와 라인 등 네이버도 이용자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판사 출신으로 미국 변호사 출신인 이석우 다음카카오 대표와 마찬가지로 법조인 출신 IT기업 대표다. '법과 프라이버시' 논란에서 향후 어떤 해법을 내놓을 지 주목된다. 그는 25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U클린 청소년문화콘서트에 참석해 “사생활 자유와 공정한 법집행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사회적 합의 마련이 급선무”라고 밝혔다.
김 사장은 “양쪽(수사당국과 다음카카오) 다 감정적으로 나서서는 안 된다”며 “언론도 기업과 수사당국의 갈등을 고조하는 데 초점을 맞추지 말고 해결점을 찾을 수 있는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날 발언은 이석우 다음카카오 대표가 13일 기자회견에서 감청영장 불응방침을 밝힌 뒤 네이버 의 첫 공식입장으로 받아들여진다. 네이버는 그동안 다음카카오에 쏟아진 사이버 검열 논란과 감청영장 불응방침에 대해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김 사장이 공개적으로 입장 표명에 나선 것은 네이버로서도 정부와 IT업계 간에 벌어지고 있는 법과 프라이버시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사이버 검열 논란과 관련 국민적 관심이 다음카카오로 집중됐으나 네이버도 이 때문에 상당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랭키닷컴이 지난 20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사이버 검열 논란이 불거진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4일까지 네이버 라인 이용자는 239만 명에서 전주보다 132만 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이 기간에 카카오톡 이용자가 40여만 명 감소한 것에 비하면 네이버 쪽이 사이버검열 논란으로 오히려 더 큰 화를 입을 셈이다.
네이버 라인은 글로벌시장에 주력해온 탓에 국내에서 이용자 충성도가 높았던 카카오톡보다 다른 모바일 메신저로 이탈하는 이른바 ‘사이버 망명자’수가 더 많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네이버 라인은 일본에 서버를 두고 있어 국내 수사기관이 영장집행을 하기가 사실상 쉽지 않다. 그런데도 사이버 검열 논란으로 토종 모바일 메신저에 불신이 커지면서 네이버 라인도 타격을 받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