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핵심 계열사인 삼성SDS와 제일모직이 기업공개(IPO)에 나서며 시중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공모주만 배정 받으면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기관자금은 물론 가계 부동자금까지 몰리고 있다.
삼성SDS는 오는 14일 상장을 앞두고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 청약을 5~6일 이틀 동안 실시한다. 공모가는 지난달 말 19만원으로 확정됐다.
일반투자자 배정 주식은 121만9921주로 공모가를 적용하면 2317억원 규모다. 지난달 31일 마무리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는 청약증거금이 면제됐지만 일반투자자는 청약물량의 50%에 해당하는 증거금을 내야 한다. 청약 경쟁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돼 수십조원의 자금이 청약 대기자금으로 증권사에 흘러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일반투자자 공모 청약경쟁률이 기관투자자 경쟁률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투자자의 경쟁률은 651.5대 1이었다. 기관 배정 물량 365만9762주의 650배 이상인 23억8436만2876주가 몰렸다.
일반투자자 공모 청약경쟁률이 이 기록을 넘어선다고 가정하면 최소 75조원의 자금이 한번에 몰리게 된다. 지난 8월 말 단기부동자금 757조원의 10%에 해당하는 규모다. 경쟁률이 100대 1만 넘는다고 해도 11조원의 증거금이 모인다. 현재까지 일반투자자 공모에서 가장 많은 자금이 몰린 2010년 삼성생명의 공모 청약증거금은 19조8444억원이었다.
한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최종 공모가보다 50% 이상 비싼 주당 30만원에 사겠다고 신청한 경우도 있었다"며 "이런 분위기를 감안하면 일반투자자 공모에 몰리는 자금은 삼성생명 기록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는 5일 하루 동안 진행되는 우리사주조합 청약 물량까지 감안하면 증권가로 몰리는 돈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사전 배정된 우리사주조합 물량은 일반투자자 공모 물량과 같은 121만9921주로 청약대금의 100%를 청약증거금으로 입금해야 한다. 당장 5일 납입될 우리사주조합 청약증거금만 2317억원으로 집계된다.
증권사들은 오랜만에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다. 공모 청약증거금 규모가 커지면 전자단기사채시장 등을 통한 단기자금 운용으로 거둘 수 있는 이득도 늘어난다. 삼성SDS 공모주 청약이 가능한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대투증권, 동부증권 등 총 5곳이다.
청약경쟁률이 100대 1 정도 나온다고 가정하면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은 청약증거금 환급일인 오는 10일까지 단기 자금 운용만으로도 각각 6억원대의 이익을 낼 수 있다. 나머지 증권사들도 각각 3000만원대의 수익이 기대된다.
조만간 제일모직 상장이 진행된다는 점도 호재다. 삼성SDS 공모에 나섰던 투자자들이 제일모직 공모주 청약에도 나서기 위해 자금을 해당 증권사 계좌에 남겨둘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마케팅부서 관계자는 "삼성생명 공모 당시에는 청약증거금이 환급되자 대부분의 자금이 은행 등으로 빠져나갔지만 이번에는 제일모직 상장이 남아있는 만큼 청약을 받는 증권사들이 고객 자금을 붙잡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