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금융권에 따르면 모뉴엘 사태 이후 무보는 오픈 어카운트(OA) 방식의 신규 보증을 일절 해주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시중은행 일선 영업점에서는 “무보가 더이상 OA로 신규보증서를 발급해 주지 않기로 했다”는 ‘설’들이 퍼지고 있다. 실제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모뉴엘 사건 이후론 OA 신규 보증서를 들고 찾아오는 중소기업을 찾아볼 수 없다”며 “기존에 보증서로 OA 거래를 하던 업체들에도 매출채권 할인을 해주지 않고 있다”며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수출 기업들에는 OA가 자금을 요긴하게 융통할 수 있는 수단이다. 건건이 보증서를 발급받을 필요없이 보증 한도 안에서 자유롭게 자금을 끌어다 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연말 결산 시기가 다가오면 수출기업의 OA 할인이 잦아진다. OA는 재무제표상 부채로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OA로 자금을 융통해 금융기관 대출을 일부 갚으면 부채비율이 내려간다. 재무재표 개선 효과가 있어 이듬해 신용등급 산출에도 유리한다. 하지만 A사처럼 당장 OA로 할인을 받을 수 없게 되면 신용등급이 1~2단계 하락한다. 등급이 1단계 하락할 때마다 중소기업들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이자는 연간 0.5~0.7% 포인트다. 연간 500억원 규모의 대출을 쓰고 있는 A사의 경우 신용등급이 한 계단 하락할 때마다 연간 최고 3억 5000만원의 금융 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A사 연간 순이익(약 20억원)의 20%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모뉴엘 낙인 효과로 수출 중소기업들도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해외 매출이 진짜인지 확인되지 않는 이상 신규 대출이나 만기 연장을 해주지 않겠다는 것이 내부 방침”이라면서 “서류만 가지고는 (모뉴엘처럼 사기매출을 일으켰는지) 확인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금융 당국은 모뉴엘 사태 대책 마련보다는 ‘징벌’에 더 주력하고 있다. 지난 5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모뉴엘 사태를 계기로) 금융권에서 담보나 보증서만 믿고 이자만 내면 대출하는 관행을 근절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이 부실감독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사후약방문’에만 급급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일선 현장에서 나오고 있다. 그 사이 수출 중소기업들은 ‘벼랑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용어해설]
■OA(Open Account) 수출업자가 수입자와 선적 서류 등을 주고받은 뒤 수출채권(외상매출채권)을 은행에 팔아 현금화하는 방식이다. OA 방식은 선적 서류 등이 은행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은행은 무역보험공사의 보증이나 기업의 재무제표만 보고 대출하는 경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