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하락기에는 재벌들의 주식 증여가 왕성해진다. 같은 지분을 물려주더라도 주가가 내린 만큼 세금을 덜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 개장 첫날인 지난 1월2일 코스피 종가 1967.19에서 시작한 올해는 이달 들어 지난 7일 1939.87로 장을 마치면서 전형적인 약세장을 보이고 있다.
9일 재계 사이트 재벌닷컴에 따르면 상장사 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을 조사한 결과 주식가치 평가액이 1억원 이상인 미성년자(1994년 11월7일∼올해 11월6일 출생 기준)는 7일 종가 기준으로 269명에 달했다. 1년 전보다 15명(5.9%) 늘었다. 이 가운데 10억원대 이상인 미성년자는 107명으로 5명 증가했고, 100억원대도 8명에 이른다.
이들 미성년 주식부자 상위권은 GS와 KCC 일가 자녀가 휩쓸었다.
허용수 GS에너지 부사장의 장남(13)은 주식가치 평가액이 325억원에 달해 가장 많았다. 재벌닷컴의 지난해 조사에 이어 올해도 정상을 지켰다. 허 부사장은 허창수 GS 회장의 사촌동생이다. 올해 10살인 허 부사장의 차남은 주식가치가 133억원으로 4위를 기록했다. 허태수 GS홈쇼핑 사장의 장녀(14)도 102억원으로 8위에 올랐다.
올해 들어 KCC 주가는 상장을 앞둔 제일모직 지분을 보유한 덕분에 상승했는데, 이 가문의 미성년자도 그 덕을 봤다. 정몽익 KCC 사장의 장남(16)이 보유한 주식가치는 165억원으로 불어나 3위로 올라섰고, 정몽열 KCC건설 사장 장남(19)도 6위인 108억원에 달했다.
이 밖에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의 초등학생 손자와 손녀 7명은 증여 등으로 각각 82억∼85억원씩의 주식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차녀(18)의 보유액은 46억원으로 집계됐다. 젖먹이 주식부자도 3명에 달했다. 김흥준 경인양행 회장의 한 살배기 손자는 10억원대를 보유했고, 김정돈 미원상사 회장의 친인척과 김형웅 미원스페셜티케미칼 회장의 친인척도 억대 주식을 자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