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함정(Japan trap)'...아베노믹스 전철과 항구적 구조개혁
'일본의 함정(Japan trap)'...아베노믹스 전철과 항구적 구조개혁
  • 김준희 기자
  • 승인 2014.11.11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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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전철(前轍)-.

2012년 12월 아베 내각 출범 이후 엔화가 지속적으로 약세를 보였지만 일본의 수출실적은 거의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일본기업들이 ‘엔저(低)’ 덕을 별로 보지 못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 후에도 강력한 부양 정책을 천명했다. 앞으로 한국 수출에 미칠 타격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베노믹스’ 이후 일본 정부가 강도 높은 금융완화 정책을 펼치면서 엔·달러 환율은 2012년 말 85.86엔, 2013년 말 105.04엔, 지난 7일 115.22엔까지 가파르게 올랐다. 세계경제가 금융위기 이후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엔화 약세가 더해지면 일본의 수출 증가세가 확장될 것이라는 게 아베의 예상이었다.
 
하지만 엔저가 본격화한 이후에도 일본의 수출 및 무역수지는 별로 효과가 없었다. 달러 기준으로 2013년 일본의 수출금액은 7986억 달러, 전년 대비 3.0% 감소했다. 무역수지는 1177억달러 적자를 기록했고, 수출 물량도 1.6% 줄었다. 올해도 1~8월까지 수출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3.4% 감소 상태다. ‘엔화가치 하락→달러 기준 수출단가 인하→수출물량 증가→달러기준 수출금액 증가’로 이어지는 엔저 효과가 좀처럼 가시화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일본 기업들이 수익성 개선을 위해 수출 단가를 낮추지 못한 것이 원인이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수출단가를 내려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일본은 과거 엔화 절상기에 악화된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수출단가를 크게 낮추지 못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신흥국 성장둔화 등으로 환율 전망도 불확실할 수 밖에 없다. 기업들이 엔저 지속을 가정하고 수출가격을 내리기는 쉽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2012년 10월부터 올 3월까지 달러 대비 엔화는 14.6% 절하됐지만 수출물가는 1.8% 내리는 데 그쳤다.
 
정작 문제는 앞으로 벌어질 일들이다. 달러강세·엔화약세가 맞물려 향후 수출단가를 내릴 여지가 커지기 때문이다. 한국과 경합관계에 있는 승용차, 일본기계·반도체 등 품목에 따라 일본 제품과의 경쟁이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연구개발 투자 확대 및 산업구조 전환 등 다각적 노력이 필요한 때가 아닐 수 없다.
 
주목할 것은 일본과 비슷한 경기부양책을 쓰고 있는 한국 경제의 앞날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4일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한국이 일본과 같은 길을 가지 않기를 바란다고경고했다. 그러면서도 최 부총리가 일본의 ‘아베노믹스’와 같은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WSJ는 ‘한국의 혼란스런 성장 계획’이란 제목의 사설을 통해 최 부총리의 경제정책인 ‘초이노믹스’를 비판했다. ‘초이노믹스’의 주택담보대출(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완화 등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이다. WSJ는“한국 가구의 부채 수준이 연간 가처분소득의 1.6배이며 이미 차입투자가 최대한도에 다다른 상황이라서 이자율이 오르면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초이노믹스 내용 중 가장 최악인 것으로 ‘사내유보금 과세’를 꼽으며 “이는 재벌 문제를 다루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전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 부총리가 초이노믹스를 통해 한국 경제의 장기성장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국이 글로벌 경기둔화에 취약하게 만든 것은 바로 정부의 개입 때문이라는 것이 WSJ의 논조다.
 
한국경제는 지금 위기다. 백방의 묘약을 모두 던져도 경기가 회생할 기미가 별로 없다. 규제를 보다 완화해 국내 시장에서 경쟁을 촉진하고, 항구적인 틀의 구조개혁을 완성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일본의 함정(Japan trap)’에서 벗어나 새 길을 찾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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