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름깊은 '중산층'
시름깊은 '중산층'
  • 강민성 기자
  • 승인 2014.11.16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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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닫힌 지갑..빚 갚고 전·월셋값 마련에 '올인'

 
가계빚 1040조원 돌파, 주택담보대출 급증, 가계의 재무건전성 악화 등 지난 해부터 쏟아진 우울한 소식의 ‘진앙지’가 중산층이다. 소득에 비해 가계빚이 가장 많이 늘었다.

돌이켜 보면 지난 1997년의 외환위기가 중대 분기점이었다. 하루아침에 빈곤층으로 추락한 이들은 지옥을 경험했다. 추락을 비켜간 중산층도 ‘생존자 증후군’에 시달렸다. 이제 베이비붐 세대는 생산적 일거리가 없는 ‘퇴직 후 30년’이 두렵다. 그 자식 세대는 어떻게 불안과 평생 동거할 수 있을 지 고민스럽다. 과거에도 실업이나 질병 등의 위험이 있었지만, 기댈 곳이 있었다. 그런데 비빌 언덕이던 확대가족은 빠르게 해체됐다. 정부의 복지정책은 미덥잖다.
 
젊은이들은 결혼, 출산, 창업을 기피하지만, 9급 공무원시험에는 20만 명씩 몰린다. 개인으로선 합리적일 수 있다. 하지만 국가수준에서는 노동력 부족과 성장 잠재력 저하라는 재앙을 잉태한다. 우리 사회는 젊은이들의 창조적 실패를 허용할 위험관리제도가 없다. 능력 있는 부모만이 유일한 ‘빽’이다. 주식 투자에 올인을 하든, 창업을 하든, 자녀에게 ‘실패해도 괜찮아’라고 말할 수 있는 부모만이 ‘진짜 중산층’이 되고 말았다.
 
전체 가구로 보면 소득은 4.4% 늘었지만 가계의 지갑은 꽁꽁 닫혔다. 대출상환 부담과 치솟는 전·월셋값을 맞추느라 허리띠를 바짝 조인 것으로 풀이된다. 아이들 교육비도 줄였다. 돈을 풀어도 내수 경기가 살아나지 못하는 이유를 방증한다. 흔들리는 중산층의 ‘대차대조표’가 나타난다. 부채는 지난 3월 말 현재 가구당 5994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858만원)보다 2.3% 증가했다. 반면 자산은 가구당 3억 3364만원으로 2.1% 늘어나는 데 그쳤다. 부채 증가율이 자산 증가 속도보다 빠르다.
 
부채 증가에서 중산층의 팍팍한 삶이 묻어난다. 중산층에 해당하는 소득 3분위(소득 상위 40~60%)의 부채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6% 늘었다. 소득 1~5분위별 가운데 가장 큰 폭의 증가세다. 금융부채가 있는 가구의 경우 소득 3분위의 부채 증가율이 10.6%다. 반면 소득 증가율은 6.0%에 그쳤다. 4.6% 포인트 격차만큼이나 빚이 소득보다 더 빨리 늘고 있다는 얘기다.
 
전체 가구를 봐도 소득이 늘었지만 원리금 상환과 전·월셋값 마련 등으로 쓸 돈이 없다. 아꼈다기보다는 빚을 갚느라 혹은 전·월셋값 마련 때문에 지출을 못 한 것으로 풀이된다. 소득에서 비소비 지출을 뺀 처분가능소득은 전체 가구의 52.3%가 3000만원 이상이었다. 전년 대비 3.2% 포인트 늘었다. 반면 처분가능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 비율은 21.5%로 전년에 비해 2.4% 포인트 증가했다.
 
하지만 국민들이 생각하는 소위 주관적 중산층의 모습이 다소 황당하다. 현대경제연구원 조사 결과 중산층은 4인 가족 기준 부동산과 금융자산을 합해 6억6000만원은 돼야 한다. 세금과 4대 보험을 제외하고 월평균 515만원을 벌어 341만원을 쓰고 매주 12만원 상당의 외식을 즐기는 한편 소득의 2.5%를 기부하는 수준이다. 2013년 한국사회학회 조사에 따르면 중산층이라면 자산 10억원, 연봉 7000만원 정도는 돼야 한다. 그런데 이는 상위 4~6%의 최상층에 해당한다. 이런 눈높이를 갖고 판단을 하면 주관적 중산층이 20%까지 곤두박질친다.
 
이재열 서울대 교수는 최근 출간한 공저 ‘당신은 중산층입니까’에서 국민들이 비현실적으로 높은 중산층 기준을 갖는다. 따라서 상대적 박탈감으로 심각한 자학증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자 비용과 세금이 포함된 비소비 지출이 조금 증가한 반면 소비 지출은 소득에 비해 늘지 않고 있다. 가계 지갑이 사실상 닫힌 셈이다. 그런데도 주관적인 중산층 수준은 한없이 높다. 어찌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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