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금융위원회와 여신금융협회는 국민들을 우습게 아는가.
50만원 초과 금액을 신용카드로 결제시 신분증을 제시토록 한 당국의 감독규정이 다시 폐지된다. 금융위원회가 카드업계와 수개월의 협의를 거쳐 개정한 표준약관 조항을 돌연 폐지하겠다고 발표해 소비자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6일 소비자 불편 해소를 위해 50만원 초과 신용카드 거래시 신분 확인 의무를 폐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신금융협회는 본인 확인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개인회원 표준약관'을 다음 달 30일부터 일괄 시행키로 하면서 여기에 50만원 이상 카드결제 시 신분증 확인 절차를 포함시킨 바 있다.
50만원 초과 신용카드 결제에 신분증을 통한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규정은 2002년에 도입돼 사문화된 상태였다. 카드업계와 금융당국은 이를 다시 부활시켜 타인의 부정사용을 방지해 소비자를 최대한 보호하겠다는 취지였다.
금융감독원은 여신협회에 약관에 이 규정을 포함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초 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신용카드 보안을 강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반영된 것이다. 여신협회는 사전에 금융위와 금감원과 약관 개정 내용을 조율하고 나서 지난 9월부터 카드업계의 의견을 청취해 약관 개정 내용을 확정했다.
하지만 소비자 불편 논란이 일면서 금융위가 감독규정에서 이를 삭제키로 한 것이다. 금융위는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은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 카드거래시마다 카드회원 본인 여부를 가맹점이 확인토록 규정하고 50만원 초과 신용카드 결제시 신분 확인 등 구체적인 방법도 규정하고 있다.
금융위는 "최근 여전협회의 개인회원 표준약관 개정은 이같은 내용을 소비자들에게 고지해 불필요한 분쟁을 예방하고자 한 것"이라며 "신용카드 거래시 서명비교 또는 비밀번호 입력 등으로 본인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만큼 신분 확인 의무는 12월 중 폐지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가 처음부터 소비자의 눈으로 어떤 가치가 우선인지 고민하지 않았다"면서 "여론에 밀려 성급한 결정을 내린 것도 사려 깊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소비자단체들은 "그렇지 않아도 소비가 부족해 국민경제가 침체에 빠져있는 이 때 부작용이 뻔히 예상되는 정책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가 불과 며칠 만에 거둬들이는 것은 대표적인 주먹구구식 탁상행정이 아닐 수 없다"고 비난하고 "이같은 '작심삼일'식 구태행정의 재현에 대해 금융위와 여신금융협회는 국민들에게 공식 사과부터 먼저 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