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부호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878억달러ㆍ97조6,500억원)가 지켰다. 멕시코 통신재벌 카를로스 슬림(798억달러·88조7,500억원)과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727억달러·80조8,500억원)도 각각 2위, 3위 자리를 유지했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부자(父子)가 국내 부자(富者) 순위 1ㆍ2위도 나란히 접수했다.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가 집계한 세계 400대 억만장자 순위에 따르면 지난 달 27일 기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산은 62억달러(약 6조8,900억원)로 세계 224위에 올랐다. 이 순위를 국내로 한정하면, 이 부회장은 122억달러(13조5,600억원ㆍ세계 92위)로 ‘최고 부자’ 자리를 지킨 부친 이건희 회장에 이어 처음으로 2위에 올라서게 됐다.
9월 집계 때만해도 국내 5위였던 이 부회장의 약진은 삼성SDS 상장 때문이다. 이 부회장이 지분 11.25%를 보유하고 있는 삼성SDS는 지난 달 14일 증시에 상장했다. 상장 첫날 시초가는 공모가(19만원)의 2배인 38만원이었는데, 이후 상승세를 타 25일에는 42만8,0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최근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2일 종가 기준으로 35만원대까지 떨어졌지만, 이 부회장의 자산은 삼성SDS의 상장 대박에 힘입어 크게 늘어났다.
이전 집계까지 2위였던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3위(세계 229위)로 한 단계 내려앉았다. 서 회장은 지난달 초 세계 200대 부자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지만, 아모레퍼시픽의 주가 하락 탓에 재산 6조7,800억원으로 세계 229위를 차지했다. 한때 이 회장 다음가는 부자였던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서 회장에 이어 이 부회장에게까지 추월 당하면서 4위로 주저 앉았다. 9월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의 고가 매입 논란과 엔저 등이 겹쳐 현대차의 주가가 하락한 게 뼈아팠다. 정 회장의 재산은 58억달러(6조4,500억원)로 세계에서는 245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