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권 세진 국민연금
발언권 세진 국민연금
  • 강민성 기자
  • 승인 2014.12.02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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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재편 성공 판가름..기업 성장성 담보해야

"100세 시대 동반자, 평생월급 국민연금"

국민연금의 표어다. '차근차근 준비하고 차곡차곡 쌓다보면 노후가 행복해질 것'이라고 홍보한다. 하지만 최근 국민연금을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꼭 필요한 제도라는 인식과 함께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민연금을 낼 바엔 차라리 그 돈으로 개인이 자금을 운용하는 게 낫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국민연금 수익률은 전 세계 6대 연기금 중 꼴찌인 탓이다.
 
그러나 운용규모가 워낙 크다보니 자본시장에서 국민연금의 파워는 갈수록 막강하다. 최근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을 무산시킨 사례가 대표적이다. 국민연금은 두 회사의 합병을 반대하고 나섰고, 그 결과 주식매수청구가 몰려들었다. 이 자금을 감당할 수 없게 된 두 회사는 합병을 '없던 일로' 했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삼성그룹 계열사의 합병 등 중대 사안의 의결권 행사에서 대조적인 행보를 보인 점은 의아하다. 제일모직과 삼성SDI 간 합병에 대해선 반대 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았던 반면 최근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 합병에 대해선 반대 매수청구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해 취소 결정을 이끌어낸 것이다.
 
옛 제일모직은 패션사업부를 떼어내고 삼성SDI에 흡수 합병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옛 제일모직이 패션사업부를 떼어내는 작업을 할 때 지분 11.16%(585만여주)를 보유한 제일모직의 단일 최대주주였다. 당시 제일모직은 합병 등에 반대하는 주주들을 대상으로 주당 8만9298원에 주식을 사주겠다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신청을 받았다.
 
당시 매수청구권 행사에 나섰던 교직원공제회와 개인투자자 등과 달리 국민연금은 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해당 합병은 성사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제일모직 주주들이 주가 하락 등으로 2000억원대의 손실을 봤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반면 최근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간 합병에 대해서는 국민연금이 이에 반대하며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나서 양사의 합병은 결국 취소됐다. 국민연금은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각각 5.91%, 6.59%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합병이나 매각 사안이 기업 가치에 부정적이면 반대 의사를 표하지만, 긍정적이면 찬성한다”며 주가에 따른 손익 계산에 따른 단순 결정임을 밝혔다. 삼성측은 시장 상황과 주주의견 등을 신중히 고려해 합병을 재검토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연금은 최근 기업들이 배당을 늘리도록 하고 주주총회 임원 선임 반대 의사를 표하기도 하는 등 주주권 행사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기업들에게 배당을 늘리도록 하면 당장은 국민연금의 수익률 개선엔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의 장기 성장성을 담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배당만 했다면 장기성과는 더 떨어질 뿐이다.
 
국민연금의 규모가 더 커지면 이같은 움직임은 더 강해질 전망이다. 2040년 자산규모 2400조를 확보하면 상장 기업 대다수의 대주주를 국민연금이 차지할 수 있다. 국민연금이 이처럼 단기 차익에만 중점을 두고 의사 결정을 한다면 대한민국 기업들의 미래 성장성은 기대하기 힘들다.
 
국민연금은 내세운 표어처럼 '100세 시대를 대비하는' 연금이다. 국민연금은 올 여름 네덜란드 공적연금(ABP)을 제치고 일본 공적연금(GPIF)과 노르웨이 국부펀드(GPF)에 이어 세계 3위 연기금 반열에 올랐다. 국민연금이 ABP를 앞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산운용의 판단 잣대도 100년 앞을 내다보는 게 바람직하다. 최소한 기업의 중장기 성장성을 담보하면서 주주권을 행사하는 게 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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