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자 이재용의 '덫'...삼성의 '절묘한 투자'와 ''국민의 눈''
황태자 이재용의 '덫'...삼성의 '절묘한 투자'와 ''국민의 눈''
  • 정우람 기자
  • 승인 2014.12.12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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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열풍이었다. 제일모직이 기업공개(IPO) 사상 가장 많은 자금을 끌어 모았다. 제일모직 일반 공모에 무려 30조원이 몰렸다. 195대1의 경쟁률. 역대 최대 청약증거금을 기록했던 2010년 삼성생명 공모 때보다 10조원 이상 많다. 투자자들은 에버랜드와 합병한 제일모직이 어떤 회사라는 것을 아는 것이다. 한국 증시에서 ‘삼성의 힘’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이날 마감한 제일모직 공모주 일반청약에 몰린 뭉칫돈 30조원은 지난 달 삼성SDS 일반 공모 때의 청약증거금(15조5520억 원)은 물론이고, 역대 최대였던 2010년 5월 삼성생명(19조2216억 원)을 훌쩍 넘어서는 금액이다. 저금리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투자자들이 이번 공모청약에 대거 몰려들었다.
 
삼성그룹은 제일모직이 삼성생명을, 삼성생명이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이른바 '순환출자 구조'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정작 삼성전자의 지분은 거의 없다(0.57%). 제일모직 지분 25.1%(공모 전)를 가진 대주주로서 삼성전자를 간접 지배하는 셈이다. 그룹을 승계하려면 지배구조의 정점에 자리한 제일모직의 기업가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삼성그룹 전체를 가급적 온전한 형태로 지배하려면 맏아들 격인 제일모직을 장악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핑요하다. 모처럼 몰려든 투자자들도 이 점을 알았을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제일모직 주식 3136만9500주를 갖고 있다. 공모가는 53,000원. 공모가 기준 지분가치는 약 1조 6600억원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1996년 전환사채 인수를 통해 (제일모직과 합병한) 당시 에버랜드 지분을 확보했을 때 실제 투자액은 약 48억원이다. 48억원이 1조 6600억원이 되고, 후계 구도를 완성하는데 필요한 일종의 '실탄'으로 사용될 전망이다.
 
오는 18일 공식 상장되는 제일모직 주가가 삼성SDS처럼 상장 직후 2배로 뛰기라도 한다면 이 부회장의 평가차익은 3조원을 넘어선다. 당시 에버랜드가 전환사채를 헐값으로 발행했다는 이유(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당했던 에버랜드 경영진은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편법과 변칙이지만 법적으로는 승인된, 우리나라에서 거의 삼성 만이 할 수있는 대단히 ‘절묘한 투자’가 아닐 수 없다.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화재 지분 취득. 삼성SDS 상장.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 추진(일단 무산되기는 했다). 삼성테크윈과 삼성종합화학 매각. 삼성전자의 제일기획 자사주 인수.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 최근 한 달 사이에만 벌어진 일들이다. 이건희 회장의 와병을 전후로 삼성은 팔고, 합치고, 사고.. 경영권승계를 앞둔 삼성은 연일 바쁘다.
 
글로벌 기업인 삼성의 경영권 승계과정이 다른 기업처럼 단순하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제일모직 상장을 계기로 그룹 내 '헤쳐모여'는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 어떻게 쪼개고 어떻게 붙여서 경영권 승계를 완성할 지에 대해 재게와 증권가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내놓는다. 삼성의 손에서 일반 투자자들이 춤을 추는 지금 이재용 부회장은 무엇을 생각할까. 앞으로 진행될 삼성의 황태자 대관식을 앞두고 더욱 절묘한(?) 승부수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앞두고 이재용 부회장 몫의 자산가치는 무척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삼성이 과거처럼 혀를 내두르게 하는 '절묘한 투자'와 이리저리 실정법을 피해가는 '묘기부리기'를 계속할 것인가. 이제 세상이 옛날과는 다르다. 삼성이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서 편법과 변칙을 통해 부를 창출하고 기업가치를 키우는 데만 정신이 팔린다면 앞으로는 국민적 외면을 받을 지도 모른다.
 
이번 제일모직 IPO에서는 정작 높은 경쟁률 탓에 일반투자자들이 받을 수 있는 제일모직 공모주는 별로 많지 않다. 195주를 청약해야 겨우 1주를 받을 수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천문학적인 최고의 수혜자가 됐지만 개미투자자들의 이득은 그야말로 '찔끔'에 불과하다. 청약한도가 가장 높은 대우증권에서 우대고객 한도인 55억6500만 원(21만 주)을 증거금(청약금액의 50%)으로 넣어도 손에 쥐는 건 1076주에 불과하다. 가히 '간에 기별이 갈 정도'도 안되는 셈이다.
 
지금 한국사회는 실정법보다도 '여론의 힘'이 매우 무섭다. 성숙한 민주사회롤 가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대한항공의 '땅콩회항 사건'이 기업을 흔들고 존망을 좌우할 정도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상이 과거와 다른 점이 있다면 국내외 시장에서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예리하게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을 항상 지켜보고 있다는 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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