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회항’ 사건에서 황제경영의 민낯을 본다
‘땅콩 회항’ 사건에서 황제경영의 민낯을 본다
  • 류동길
  • 승인 2014.12.18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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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길칼럼>참으로 황당한 ‘땅콩 회항’사건이었다. 아무리 그 항공사의 부사장이고 재벌오너의 딸이라고 하지만 땅콩 한 봉지가 뭐라고 이런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했을까.

  더욱이 사건이 터진(12월5일) 후의 대처과정이 가관이다. 대한항공의 첫 입장발표(8일)는 "조현아 부사장은 기내 서비스를 책임지는 임원으로서 가능한 지적"이라는 것이었다. 여론이 악화되자 조 부사장의 보직 사퇴를 발표(9일)하면서 부사장 신분은 유지했다. 꼼수를 부렸으나 여론의 뭇매에 못 이겨 부사장직도 사퇴(10일)한다고 했다. 이런 한심한 대응은 사태의 심각성과 분노한 여론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기업 오너의 딸을 두둔하려는 잘못된 기업문화 탓이었다. 잘못한 자가 전문경영인이었다면 그렇게 했을까.

  비행기에서 내쫓긴 사무장은 “나와 여승무원이 무릎을 꿇린 상태에서 모욕을 받았다”고 했고 회사 측이 이 사건에 관해 거짓진술을 하도록 강요했다고 밝혔다. 당시 목격자였던 일등석 승객의 진술도 "고성을 지르고 폭행도 있었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조 전 부사장은 "처음 듣는 일"이라며 잡아떼는 거짓말까지 했다.

  기장의 회항결정도 큰 잘못이다. 공항규칙에 어긋나고 항공법에도 저촉된다며 부사장의 부당한 명령을 거절했어야 했다. 그렇게 못한 것은 주인과 하인관계 때문인가. 잘못된 기업문화에 익숙해져 직업윤리를 저버린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런 식이라면 세월호 선장과 무엇이 다른가.

  지난 해 포스코에너지의 어떤 상무가 미국행 비행기 기내에서 여승무원을 폭행하는 ‘라면소동’이 있었다. 대한항공 사내게시판에는 “승무원 폭행사건 현장에 있었던 승무원이 겪었을 당혹감과 수치심이 얼마나 컸을지 안타깝다. 승무원의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법률조항도 마련될 것”이라는 글이 올랐다. 이 글을 조현아 부사장이 썼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에 그의 욕설과 폭행을 당한 승무원과 사무장이 어떤 당혹감과 수치심을 느꼈을까를 생각해 봤을까. 이런 그의 두 얼굴을 보는 우리는 차라리 민망하다.

  조 전 부사장의 아버지, 조양호 회장은 "여식의 어리석은 행동, 교육 잘못시킨 내 탓"이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나이 40살이고 부사장인 딸의 행동에까지 아버지가 책임을 져야하는지 알 수 없다. 마음대로 안 되는 게 자식이라지만 인성도 갖춰지지 않고 경영능력도 검증 안 된 자식을 기업의 중요자리에 앉힌 잘못에 대해서는 사과하는 게 마땅하다.

  이번 사건으로 재벌 2,3세 경영자들의 일탈행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그렇다고 기업경영의 대물림을 나쁘다고 매도해서는 안 된다. 세계적 대기업 중에는 가족기업이 많다. 문제는 후계자의 자질과 경영능력이다. 일부 재벌 2,3세의 공통점은 ‘스스로 잘나서 그 자리에 있는 것’으로 착각한다는 점이다. 기업은 오너 일가의 사유물이 아니고 사회의 공기(公器)인데도 직원을 머슴 또는 하인처럼 다루는 사례가 많다. 이번 땅콩사건이 그 본보기이지만 그런 예는 다른 기업에도 분명 있다.

  세계 주요 언론은 한국 대기업들의 '황제 경영 때리기'에 가세했다. 외신의 논조를 보면 대한항공의 이미지는 물론 한국도 나라망신을 당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재벌 후계자 교육의 중요성을 다시 일깨운다. 이런 사건 한 번 터지면 그렇지 않아도 우리 사회에 만연한 반(反)기업·반재벌 정서는 확산되고 대기업과 재벌이 도매금으로 매도당한다.

  모든 기업에서 “내 기업이니까 내 마음대로 한다”는 ‘황제경영’ 폐단부터 털어내야 한다. 일그러진 기업문화를 바꾸지 않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조성과 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건 설득력이 없다. 재벌과 가진 자가 앞장서서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다짐하고 실천하는 노력 없이 세계적 기업으로 발돋움하거나 우리가 선진국으로 도약할 길이 있겠는가.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류동길 yoodk99@hanmail.net ) 
    숭실대 명예교수
    
남해포럼 공동대표
 
   (전)숭실대 경상대학장, 중소기업대학원장
 
   (전)한국경제학회부회장, 경제학교육위원회 위원장
 
   (전)지경부, 지역경제활성화포럼 위원장
    
 
  저  서
    경제는 정치인이 잠자는 밤에 성장한다, 숭실대학교출판부, 2012.02.01
    
경제는 마라톤이다, 한국경제신문사, 2003.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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