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마 수준에 그치고 있는 국내 핀테크(Fintech)시장에 본격적인 '빅뱅'이 일어날까.
'사전 규제'로 옥죄기에만 급급했던 금융당국이 핀테크 산업 육성을 천명하며 규제 완화를 예고했다. 이에 따라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공룡들이 핀테크 영역확장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시장진출을 선언한 국내 ICT 강자들과의 치열한 승부가 펼쳐질 전망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19일 결제대행업체(PG사)인 LG유플러스 본사에서 열린 '정보기술(IT)·금융 융합 지원을 위한 제2차 현장 간담회'에서 "결제 간편화 방안 등 이미 발표한 전자상거래 관련 정책들을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전적 규제 방식에서 사후점검 방식으로 기존 규제 패러다임을 전환할 것"이라며 "오프라인 중심의 금융규율을 온라인·모바일 시대에 맞게 재편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국내 핀테크시장 활성화의 걸림돌이었던 전자서명법, 전자금융거래법의 30만원 이상 공인인증서 의무사용 규제가 '천송이코트 이슈'를 계기로 폐지됐지만 여전히 규제에 묶여 글로벌시장에서 뒤처지고 있는 실정이다.
신 위원장은 "올해 결제 간편화 방안을 추진해왔지만 이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이 국내 핀테크시장 육성을 선언하면서 글로벌 기업들과 정면 승부를 벌이기 위한 국내 기업들의 빅뱅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SK C&C는 미국 핀테크 전문 기업인 모지도(Mozido)와 공동으로 모바일 커머스 솔루션 전문 합작기업(JV)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SK C&C는 미국 법인 SK C&C USA가 보유한 모바일 결제 및 커머스 솔루션 '코어파이어(CorFire)' 브랜드와 기술, 지적재산권 등을 현물출자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내년 무선 모바일 결제 서비스 도입을 위해 전자결제 스타트업 루프페이(LoopPay)와 거래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루프페이가 가진 기술로 삼성폰을 가진 사람들이 제휴 상점에서 스마트폰을 신용카드나 현금 대신 사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네이버의 글로벌 모바일 메신저 라인도 모바일 송금 기능인 '라인페이(LINE Pay)' 서비스를 16일부터 시작했다. 라인페이의 결제 기능은 한국과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모든 지역에서 제공되며 송금 기능은 일본에 한정된다.
핀테크는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을 결합한 합성어다. 모바일결제, 모바일송금, 온라인 개인 재정관리, 크라우드 펀딩 등 금융 서비스와 결합된 각종 신기술을 의미한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핀테크 산업의 초입이라 할 수 있는 전 세계 모바일 결제 시장은 2013년 2558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9% 고성장했다. 2014~2016년 연평균 34%의 고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핀테크의 경우 미국과 중국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은 페이팔을 선두로 3~4년 전부터 주요 ICT 기업 대부분이 핀테크 산업에 참여하고 있다. 구글은 2011년 근거리무선통신(NFC) 기반 모바일·오프라인 결제 서비스인 '구글월렛'을 출시한 데 이어 2013년 G메일 보유자끼리 송금할 수 있는 전자지갑 서비스를 추가했다.
애플도 지난 10월 아이폰6, 6+, 애플워치에 NFC 및 지문인식 기반 모바일 오프라인 결제 서비스인 '애플페이'를 탑재했다. 아마존, 페이스북도 올해 시장에 진출했다.
중국은 알리페이가 중국 제3자 결제시장의 48%, 모바일결제 시장의 69%를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텐센트, 바이두 등 중국의 대표 ICT 기업들도 최근 핀테크 시장에 진출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국내 다수 가맹점을 확보하는 등 국내시장도 넘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