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카드가 현대차와 갈등 끝에 기존 가맹점 수수료율 1.85%를 1.5%로 인하했고, 비씨카드는 결국 협상을 이뤄내지 못해 가맹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 같은 자동차업계와 카드사의 갈등 배경에는 2009년 출시된 복합할부 상품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것이 주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복합할부의 구조는 어떻게 이뤄져 있고, 또 상품 출시 이후 이용액은 얼마나 늘어났는 지 알아본다.
◇자동차 복합할부란=복합할부는 자동차 구매자-판매사-할부금융사(캐피탈)로 이뤄진 기존 할부금융 구조에 신용카드사가 추가된 형태를 말한다. 할부금융의 경우 자동차 소비자가 자동차 구매계약 후 할부금융사에 대출을 신청하면 할부금융사가 자동차 판매사에 대금을 지급하고, 소비자는 할부금융사에 대출 원리금을 상환하는 구조다.
이와 달리 복합할부는 소비자가 자동차 대금을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카드사가 판매사에 가맹점 대금을 지급하고 할부금융사는 대출금으로 소비자의 카드대금을 선결제한다. 즉, 판매사에 자동차 대금을 지급하는 주체가 할부금융사에서 신용카드사로 바뀐 형태다.
2009년 롯데카드와 아주캐피탈이 제휴해 복합할부금융 상품을 처음 출시한 이후 현재 6개 카드사와 7개 할부금융사가 제휴관계를 통해 복합할부금융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복합할부 이용액은 2010년 9000억원에서 2013년 4조6000억원으로 연평균 74.4% 증가했다. 반면 할부금융 이용액은 2010년 9조2000억원에서 2013년 10조3000억원으로 연평균 4.0%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체 할부금융 이용액 대비 복합할부 이용액 비중 역시 2010년 8.6%에서 지난해 기준 30.7%로 급등했다.
◇복합할부 구조가 이해관계자 참여 유도=복합할부는 자동차 판매사가 지급한 가맹점 수수료 중 일정 부분을 신용카드사가 받고 나머지를 자동차 구매자 및 판매 사원에게 배분하는 구조로, 이해 관계자들의 참여를 확대하는 것이 특징이다. 카드사는 가맹점 수수료의 상당 부분을 할부금융사와 소비자에게 배분하지만 자동차의 경우 결제금액이 크기 때문에 매출이 확대되는 이점이 있다.
또 소비자는 대출 원리금을 금융회사에 상환하는 구조는 할부금융과 동일하지만 카드사로부터 결제금액의 일부를 캐시백 받을 수 있으며 할부금융사로부터 금리할인을 제공받는다. 자동차 판매사원은 자동차 판매수당 이외에 할부금융사로부터 복합할부 권유 수수료를 받고, 캐피탈사는 수수료 배분 구조상의 이점은 없으나 자동차 판매사원의 적극적인 권유 및 소비자의 선호로 인해 영업 활성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자동차 산업 저성장으로 캐피탈사 경쟁 심화=복합할부의 급증 원인은 캐피탈사들의 자동차 금융 의존도가 매우 높은 상황에서 국내 자동차 시장이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 데 있다. 실제로 지난 10월 국내 자동차 등록 대수는 2백만 대를 돌파했다. 이는 전 세계 15위와 아시아 4위에 달한다. 또 한 자동차 1대당 인구는 2.56명, 가구는 0.97가구 수준이다.
승용차 판매량은 2010년 이후 연간 130만 대 내외에 머물고 있다. 증가율도 2009년 이후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특히 2004년 이후 전년대비 자동차 등록 대수 증가율이 2.2∼6% 범위에 머무는 등 국내 자동차 증가율이 둔화하고 있다. 이처럼 시장이 포화상태에 다다르자 전속판매 시장을 보유하지 못한 캐피탈사들은 복합할부 상품을 적극 활용해 돌파구로 사용하고 있다.
◇복합할부 가맹점 수수료 줄줄이 인하 전망=최근에는 자동차 판매사가 카드사에 지급하는 복합할부금융 관련 카드 수수료율이 과도하다는 자동차업계의 요청에 따라 일부 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율이 인하됐다. 앞서 자동차업계는 판매원가 상승 요인이 된다는 이유로 금융당국에 해당 상품 폐지를 건의했으나 금융감독원은 소비자의 선택권 보호 차원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후 현대자동차와 KB국민카드는 수수료율을 1.85%에서 체크카드 수준인 1.50%로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비씨카드는 합의점을 찾지 못해 계약 만료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또 내년 상반기 중 신한·삼성카드 등 주요 카드사들의 가맹계약 만료가 집중돼 있다. 계약 연장 과정에서 자동차 회사들의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요구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