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의 'F학점'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F학점'
  • 정종석 발행인
  • 승인 2015.01.04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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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단기 부양책의 경험..일본-멕시코 전철 밟지 말아야

 
을미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 경제전망을 놓고 명암이 엇갈리는 가운데 국민들의 표정이 마냥 어둡다. 정부가 지난 해 최경환 경제팀 출범 후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쓰고 있으나 아직 그 온기를 피부로 느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 연말 어느 정권때보다  '취업전쟁'이 한창인 대학가에선 최 부총리를 비판하는 대자보가 잇따라 붙어 화제가 된 가운데 그의 경제 정책을 'F학점'에 비유한 대자보까지 등장했다.

또 지난 연말 한 중앙일간지가 현 경제팀을 학점으로 평가한 결과도 세간의 눈길을 끌었다. 서울신문이 경제계 인사 71명에게 물어서 박근혜 정부의 경제팀 성적을 한 결과 최경환 부총리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C+ 였고 경제팀 전원이 C이하였다. 현 경제팀 모두가 C학점 이하의 낮은 점수를 받았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그나마 최 부총리가 C+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체면치레를 했다. 박근혜 정부의 상징인 '창조경제' 주무부처 장관(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D+로 가장 나쁜 성적이었다.
 
최하 1점(F)에서 최고 5점(A)까지 점수를 매긴 결과, A학점은 커녕 B학점(4점대)조차 단 한 명도 없었다. 가장 높은 점수가 C+로 최 부총리를 포함해 이주열 총재,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3명이 차지했다. 이 중에서도 최 부총리가 만점인 A를 가장 많이(16명) 받아 '민망한 1등'을 차지했다. F를 준 평가자도 1명 있었지만 B를 준 평가자(35명)가 A와 C(16명)의 두 배 이상이었다. 지난 7월 16일 취임 이후 경제활성화 정책을 주도하면서 파워를 과시한 덕에 '만사경통((萬事炅通)'의 존재감을 보인 것이 높은 점수의 배경이었다고 한다.
 
글로벌 경제가 저성장의 '뉴노멀(New Normal)' 시대에 진입한 이래 지금 세계 각국에서는 정책 실패가 속출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대규모 양적 완화와 과감한 재정확대, 강력한 엔저 드라이브를 앞세운 아베노믹스의 성적표가 처참하다. 제대로 된 경제구조 개혁 없이 돈을 푸는 것만으로 경제를 살리겠다는 발상 자체가 헛된 것이었음이 여실히 증명된 셈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일본을 닮아가고 있다. 최경환 경제팀이 지난 7월 출범 후 무려 41조원의 재정 조기지출과 두 차례의 금리인하 등 돈 풀기에 힘을 쏟았지만  성장률은 주저앉았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와 ‘9·1 대책’으로 반짝 살아났던 부동산 시장마저 제자리로 돌아간 채 가계부채만 잔뜩 불려놓았다. 이대로 가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아베노믹스 실패의 전철까지 밟게 되는 것은 아닌 지 걱정된다.

지난 1994년 12월 21일, 멕시코에서는 금융사상 미증유의 대규모 자본도피가 시작됐다. 멕시코 페소화의 위기가 일어난 것이다. 이날 멕시코의 중앙은행(Mexican Central Bank)을 빠져나간 돈은 약 60억달러였다. 그 뒤에도 엄청난 외화가 멕시코 금융시장을 떠났다. 멕시코의 금융위기가 촉발된 것은 멕시코 페소화의 대미 달러 환율이 대폭 평가절하됐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하루 전날 멕시코의 제딜로(Zedillo)정부는 페소화의 대미 달러 환율 변동폭의 상환을 13%까지 확대했다. 페소화의 평가절하를 한 것이다. 이튿 날에도 또 다시 환율변동 폭을 확대, 15%의 평가절하 조치를 취했다. 제딜로 정부가 출범한 지 불과 4개월 만에 이같은 비상조치를 단행한 것은 심각한 경제난국을 타개하기 위해서였다.
 
멕시코의 경제위기가 발생한 1994년은 이 나라가 선진국들의 경제협의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해였다. 대통령선거를 치른 같은 해였다. 이 해는 우루과이 라운드(UR) 타결로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 멕시코가 상품시장과 서비스시장을 전면적으로 개방한 해였다. 또한 멕시코가 가입한 북미무역협정(NAFTA)이 발효된 해였기도 했다.
 
멕시코는 금융위기를 한 두 번 겪어온 것이 아니다. 지난 1820년부터 1994년에 이르기까지 170년동안 무려 6차례나 금융위기를 체험했다. 멕시코는 1820년에 최초로 대외채무를 갚을 수 없게 됐다. 1982년에도 외채 지불불능상태에 빠졌다. 1994년에 촉발된 금융위기도 1982년에 발생한 그 위기의 재판이었다. 1994∼1995년 멕시코가 겪은 경제위기는 지금까지도 신흥시장경제국가(emerging market countries)에 대해 심각한 충격과 함께 많은 교훈을 던져 주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싱크탱크였던 국가미래연구원(국미연)이 지난 해 9월 발표한 '역대 정부의 경제활성화 대책에 대한 비교 및 평가'에 따르면 지난 이명박 정부는 출범과 함께 구조개혁 과제를 제시했으나, 금융위기 발생 이후 개혁의 동력을 상실하고, 국가채무, 가계부채, 공기업 부채의 급격한 증대라는 구조적 문제를 남겼다.
 
박근혜 정부의 경우 “단기적인 경기활성화보다는 경제혁신에 정책의 초점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향후 경제정책의 초점은 우리경제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구조개혁에 둠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특히 ”단기적 경기부양의 반복으로 구조개혁이 지연된 일본의 사례는 구조개혁의 지체될수록 지속가능한 성장을 달성하기 어려움을 시사한다"고 구조개혁이 없이 경기부양을 반복하다가는 자칫 일본식 경기불황을 답습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금 한국경제의 최대 위협요인 가운데 하나는 미국의 올해 금리인상 단행 여부이다. 지난 1994년 미국이 사전 예고 없이 1년간 금리를 3%에서 6%로 올려서 세계경제에 크나큰 충격을 주었다. 당시 전 세계적으로 ‘채권 대학살’이 일어나서 결과적으로 멕시코에 외환위기가 일어났다. 이는 1997년초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단초를 제공한다. 올해도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신흥국 들의 금융불안이 한국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국내적으로 지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한번도 제대로 단행한 적이 없는 구조개혁을 단행해야 하는 절실한 상황이다. 최 부총리는 이제 취임 초처럼 "지도에 없는 길을 가겠다"는 것과 같은 공허한 말을 거두고 새해에는 진정으로 반성하고 고민할 때가 됐다. 우리 경제의 구체적인 미래의 청사진을 기업과 가계에 현실감있게 제시해야 할 시점이 된 것이다.
 
최 부총리가 경기부양 드라이브를 시작한 지 반년이 훨씬 넘었지만 그 효과는 아직도 미미하다. 새해에는 자신이 주도하는 경제정책의 전반적인 방향설정이 잘못된 점은 없는 지 원점에서부터 성찰을 해야 한다.그리고 나서 각론의 세부정책들을 조모조목 따져봐야 한다. 지난 반년 동안의 정책실패가 거듭되면 우리나라도 ‘제2의 일본’이 아니라 ‘제2의 멕시코’가 될 수 있다는 경고를 가슴깊이 아로새겨야 한다.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는 지난 1993년 7월 세제·금융·재정 부문 등의 제도개혁과 성장 잠재력 확충을 기본방향으로 하는 신경제 5개년('93∼'97년) 계획을 발표한다. 이에 앞서 3월부터 ‘신경제 1백일 계획’이라는 것을 수립, 시행한다. 신경제 5개년 계획을 본격 시행하기에 앞서 기업에 대한 금융 및 세제지원 확대와 투자환경 개선을 통한 단기 경기활성화가 주목적이었다. 경제를 1백일동안 단기 부양한  다음 이어서 5년짜리 장기 경제정책을 시행한다는 그럴 듯한 명분이었다.
 
그 당시 최 부총리는 경제기획원 사무관 시절이었다. 하지만 1백일 동안의 시행한 단기 부양책이 얼마나 경기에 군불을 땠는 지는 의문이다. 그 이후 정권이 여러 번 바뀌고 단기 부양책은 별로 약발이 없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 때 허황된 정치인들의 수사(修辭)와 작명(作名)에 영문도 모르는 경제관료들이 동원됐던 것은 아닐까. 
 
역대 정부를 거치면서 누구보다도 이런 사실을 잘 아는 정통 경제관료 출신인 최 부총리가 지난 반년을 그저 단기적인 경기부양책이라는 끈을 잡고 간신히 버텨온 것 같아서 한 가닥 ‘연민의 정’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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