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취직준비생 울리는 '갑질 횡포', "아카데미라더니 보험팔이.."
삼성생명, 취직준비생 울리는 '갑질 횡포', "아카데미라더니 보험팔이.."
  • 이보라 기자
  • 승인 2015.01.09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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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집후 정규직 전환 걸고 영업 강요…실제 전환은 거의 없어"

 

삼성생명 등 대형 보험사들이 대학가의 취직준비생들을 상대로 또 다른 '갑질 횡포'를 일삼고 있다.

9일 대학가과 금융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금융 교육 프로그램이라는 명목으로 대학생들을 모집해 정규직 전환을 빌미로 보험판매를 종용하는 행태를 되풀이하고 있다고 머니투데이가 보도했다.

학생들은 취업난에 정규직 전환을 믿고 가족, 친척, 지인들까지 동원해 실적을 올리려고 애를 썼지만 상당수 시간만 낭비하고 취업기회마저 놓치는 피해를 입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청년들의 절박한 마음과 정규직 전환에 대한 기대를 이용한 기업들의 이 같은 행태가 문제라고 보면서도 법적인 제재가 쉽지 않다며 제재에 소극적인 입장이다.

대학생 권유리씨(27·여·가명)은 2013년 7월 학내에서 나눠준 팜플렛을 보고 삼성생명 '금융 아카데미'에 지원했다. 인턴은 아니지만 수료증을 준다기에 또래 대학생 40여명과 4주간 교육을 받으러 다녔다. 교육이 끝나자 회사에선 정규직 전환을 위한 과정이 있다며 권양을 SFP(Special Financial Planner) 프로그램으로 안내했다. 권양은 바늘구멍에 가까운 공채를 거치지 않고도 정규직 채용이 가능하다는 말에 기대에 부풀었다.

회사는 관리자가 되기 위한 '실습' 차원이라며 권양에게 보험판매를 요구했다. 권양은 "아는 지인들의 이름과 연락처, 연봉수준을 적고 만나서 가입조회 동의서를 받아오고 또 고객으로 가입시키라고 했다"며 "기본급도 없었고 교육 프로그램 이수할 때 받은 80만원으로 회사 노트북이나 태블릿PC까지 사게 했다"고 말했다.

권양과 함께 했던 또래들은 가족과 친척까지 보험에 가입시켰지만 계속되는 압박에 못 이겨 줄줄이 그만뒀다. 권양은 "금방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며 "대기업이라 자부심도 있었는데 결국엔 값싼 대학생 인력을 교육수료를 명목으로 보험설계사 시험을 치게 하고 보험판매를 하게끔 하는 거였다"고 토로했다.

취업준비생 박민철군(30·가명)은 취업사이트에서 정보를 얻어 2013년2월부터 6개월간 70여명과 함께 동부금융네트워크 TFA(통합금융전문가) 과정을 경험했다. 금융전문가를 양성한다는 말에 재무와 컨설팅 같은 업무를 배울 수 있을까 싶어서다. 박군은 "보험판매에 대한 안내는 전혀 없었고 그룹에서 인재 육성을 위해 만든 조직이라며 리더십 교육도 시키고 일반 기업 인턴과 유사했다"며 "3개월 교육기간이 끝나고 통합금융지점으로 갔더니 보험과 증권, 화재 등 영업을 시켰다"고 전했다.

박군은 교육 기간 동안 월 100만원을 받았고 이후부터는 기본급 50만원에 영업실적에 따라 추가 수당을 받았다. 박군은 "대부분 통합금융전문가를 양성한다고 해서 지원했는데 결국은 보험영업이라는 것을 알고 스트레스에 그만뒀다"며 "오히려 취업준비를 해야 할 시간에 6개월을 낭비해 그해 공채에 모두 떨어졌다"고 한숨 쉬었다.

보험사들이 정체된 보험시장의 새로운 돌파구를 청년층에서 찾으면서 대학들은 학생들의 피해가 커질까 우려하고 있다. 일부 대학에선 인턴이나 전문가 양성, 아카데미 등으로 학생들의 관심을 유도하는 보험사들의 설명회를 차단할 정도다. 그러나 서울시내 주요 대학가 학생회관이나 화장실, 취업정보 게시판 등에는 보험사들의 이 같은 홍보 팜플렛과 포스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삼성생명에서 2013년 3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1년 가까이 대학생들을 상대로 리크루팅 업무를 담당했던 이원철군(29·가명)은 "한 달에 3~4번은 서울 시내나 근교로 지역을 나눠 대학을 돌면서 학생들을 모집했다"며 "4주간 아카데미를 거쳐 보험판매 자격증을 따게 하고 영업에 투입하려는 의도였다"고 털어놨다.

이군은 "3~4학년 학생들을 주로 접촉하고 보험판매를 한다고 설명하기보단 금융권 관련해 교육하고 정규직 전환도 가능하다는 것으로 설득을 한다"며 "모집이 실적에 중요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지 실상은 1년간 일하면서 해당 지점에서 정규직이 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전했다. 학생들을 모집했던 이군도 해당 회사에서 정규직으로 채용되지 못하고 현재 다른 곳에서 인턴을 하고 있다.

보험사들의 이 같은 행태는 보험판매 자격과 판매인 모집제도 등과 관련해 감독당국이 제재할 만한 법적 근거가 불명확함을 교묘하게 이용한 사례다. 과거 보험사들이 인턴 제도를 악용해 보험판매를 종용해 부작용이 잇따르면서 2013년5월 당국은 보험회사 임원들을 소집해 모집 과정에서 관리직과 영업직을 명확히 구분하고 실적을 채용과 직접적으로 연계하지 말 것을 지도한 바 있다.

그러나 여전히 보험사들은 '인턴'이라는 용어만 사용하지 않을 뿐 아카데미 등의 명목으로 대학생들을 대거 모집하고, 정규직 전환을 내세워 판매 자격증을 취득하게 한 뒤 영업실적을 강요하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피해학생들은 "취업시장에서 절대적인 '을'의 입장인 청년들을 속이고 제대로 된 취업에 오히려 방해가 되는데도 하소연할 곳도 없어 답답할 뿐"이라며 "주변에서 누가 한다고 하면 말리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인력을 통한 신규 계약이 계속해서 이뤄져야 하는 보험사 입장에선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내딛는 대학생들이 좋은 타깃인 셈"이라며 "보험영업 자체가 나쁜 게 아니라 청년들의 절박한 마음을 이용해 시간을 낭비하게 하고 실적만 빼앗고 끝나는 행태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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