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척간두' 선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백척간두' 선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 이민혜 기자
  • 승인 2015.01.1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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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통합 ‘염불’보다 회장직 연임 ‘잿밥’에 속셈있다면 낭패

 

"마지막 순간까지 한식구가 될 외환은행 가족들을 설득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간 조기통합 논의가 막판 진통을 겪는 가운데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11일 "이제 정말 (외환은행) 노조도 변해야 한다"며 "제발 조직과 조합원들을 생각해 달라"면서 이같이 읍소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를 놓고 마지막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금융당국이 정규직 문제 합의 없이도 통합을 승인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하나금융은 중대한 고빗길에 서 있다. 김 회장의 발언은 노조에 사실상 ‘최후 통첩’을 한 셈이다.

 
지난 주 하나금융이 하나·외환은행 조기 통합 이후 두 은행의 계약직 사원 34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오는 3월 초 조기 통합을 앞두고 외환은행 노조가 요구했던 전제조건이다. 하나금융이 노조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다만 정규직 전환 이후 처우문제로 이견을 보여 협상이 교착 상태다. 하나금융은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을 수용하되 전원을 일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고 심사를 통해 선별적으로 전환하겠는 입장이다. 또 임금 수준 등 노조가 요구하는 처우조건이 무리하다는게 사측의 주장이다.
 
이에 외환은행 노조는 현재 여전히 입장을 굽힐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당국이 노사합의 없이 승인을 선뜻 해주지 못할 것"으로 내다보면서 강공모드다. 따라서 노조의 책임론도 나온다.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내걸고 김 회장을 비롯한 양 은행 경영진을 무턱대고 몰아붙이고 있다는 비판이다. 중요한 것은 유례없는 대규모 정규직 전환을 두고 김 회장이 혹시라도 무리수를 두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시선이다. 최근 시중은행들이 인력 구조조정을 추진중이다. 그렇다면 이번 결정은 거꾸로 가는 추세인 셈이다. 이 과정에서 김 회장에겐 연임을 향한 정략적인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해 9월 김 회장이 돌연 하나·외환은행 통합 시기를 2017년에서 올해 초로 앞당기겠다고 선언했을 때부터 연임을 노린 포석이란 해석이 나왔다. 그의 임기는 오는 3월 끝난다. 당초 오는 2월 초 통합은행 출범을 계획했지만 노조와의 협상이 지지부진하며 통합시기를 한 달 뒤로 연기했다. 두 은행의 조기 통합 성패는 김 회장의 연임 가도에 중요한 변수다. 그는 이미 연임을 위한 사전정지 작업을 거의 끝냈다. 회장 임기를 3+1년에서 3+3년으로 2년 더 늘렸다. 회장후보추천위를 구성하는 사외 이사진도 김승유 전 회장의 그림자를 지우고, 자기 사람들로 대폭 물갈이했다. 이사회 장악력을 높인 것이다.
 
해외법인은 물론 하나카드와 외환카드의 조기 통합도 성과로 내세울 만 하다. 또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 통합 역시 공론화만으로도 충분히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게다가 하나금융 내부에 김 회장에게 필적할 만한 뚜렷한 경쟁자가 없다. 연임이 유력한 이유들이다. 김 회장으로서는 두 은행의 조기 통합이 필요하다. 통합을 성사시키면 주주와 이사회로부터 사실상 연임을 확실히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금융권에서 경영전략 차원에서 스스로 별명을 짓고 의미를 부여하는 보기 드문 대표적인 CEO다. 그는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한 직후인 2012년 3월 취임했다. 하나금융과 외환은행의 원활한 통합을 도모한다는 의미로 김 회장 스스로 이름 이니셜(JT)에 ‘Joy Together’(함께 즐기자)라는 ‘해몽’을 달았다. 올 신년사에서는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를 화두로 내세웠다. 백척간두는 백자나 되는 높은 장대의 꼭대기에 올라선 모습을 말한다. 
 
김 회장에겐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 통합 이슈가 바로 연임을 위한 진일보한 카드라고 할 수 있다. 야심을 갖고 추진한 두 은행의 통합이 눈앞에 와 있다. 그러나 만일 순수한 은행통합이라는 ‘염불’보다 회장직 연임이라는 ‘잿밥’에 관심이 있는 것처럼 보일 경우 일을 그르칠 수 있다. 그는 이미 올라갈 수 있는 만큼 충분히 올라가서 백척간두에 서 있다. 여기서 혹시라도 잘못 진일보하면 발을 헛디뎌서 언제든 절벽 밑의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 있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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