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썽많은 KB금융 사외이사 선임 놓고 윤종규 회장 '실기' 우려
말썽많은 KB금융 사외이사 선임 놓고 윤종규 회장 '실기' 우려
  • 이민혜 기자
  • 승인 2015.01.22 02:37
  • 댓글 0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새 이사들 '우군'화 너무 뜸들여..'망건쓰다가 장 파한다'" 걱정

 
지난 9일 KB금융지주는 이사회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앞으로 모든 주주들에게 사외이사 예비후보를 제안할 수 있는 권한을 주기로 했다. 그러나 이 제도는 윤종규 회장에게는 ‘양날의 칼‘이 되고 있다. 감독기관인 신제윤 금융위원장의 '비위'도 맞춰야 하고, 새로운 사외이사 선임을 통해 KB금융을 안정적으로 경영할 수 있는 '우호적인 구도'를 만들어야 하는 까닭이다.

21일 금융계에 따르면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이 KB금융 사외이사 선임을 놓고 장고를 거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은 오는 3월 초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전원을 새로 선임해야 한다. 오는 23일까지 주주와 헤드헌팅회사로부터 신임 사외이사 후보 추천을 받기로 했다. 그러나 사외이사 선정에서 중간 심사단계를 맡을 후보인선자문단의 구성이 늦어지면서 사외이사 선정이 촉박한 일정에 쫓기고 있다.
 
KB금융은 지난 달 사외이사추천의 독립성 강화를 위해 3단계 선임방식의 도입을 골자로 한 지배구조개선안을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다. 자문단은 이 3단계 과정가운데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가 최종결정을 하기 직전에 100여명의 후보를 절반 이하로 압축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제출당시 자문단에 타은행 퇴직임원과 교수·연구원 등 지배구조 명망가, KB금융 우리사주조합장을 참여시키는 등 외압에서 벗어나기 위한 KB금융의 노력이 엿보인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KB금융은 아직 자문위원 최종후보도 결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당장 오는 23일까지 주주들로부터 사외이사를 추천받더라도 이 후보들을 검증할 자문위원단이 없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KB금융 관계자는 "현재 자문위원 후보를 물색하는 과정"이라고 해명했다. 설사 자문위원 최종후보가 정해지더라도 자문단이 제대로 역할을 하기까지는 상당한 준비와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사추위의 의결을 거치고 자문단이 사외이사 후보 선임방식과 원칙을 정하는 등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KB가 자칫 '망건 쓰다가 장 파한다'는 어리석음이나 실기(失機)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윤 회장은 금융위가 요구하는 기준에 맞춰 KB금융 사외이사를 찾아야 한다. 금융위는 지난 해 말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시행하면서 사외이사가 금융, 경영, 회계 등 다양한 금융분야의 지식과 현장경험을 모두 보유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또 KB금융의 사외이사 선임을 시발점으로 다른 금융회사의 지배구조도 개선해 나가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 KB금융을 비롯해 신한금융, 하나금융, NH금융과 6개 은행의 사외이사 63명 가운데 43명이 오는 3월에 임기가 끝난다.
 
윤 회장은 사외이사진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KB금융을 안정적으로 경영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그동안 금융지주 회장들은 사외이사 교체 과정에서 자기 사람을 심는 방식으로 이사회를 장악해 왔다. 특히 KB금융 사외이사는 금융지주회사 회장과 은행장 선임부터 기업 인수합병까지 은행경영 전반에 걸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윤 회장은 KB금융 내부임원으로 구성된 경영위원회의 비중을 늘려 사외이사 영향력을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그래도 윤 회장에겐 KB금융을 순조롭게 이끌어 가려면 자신의 경영방침을 지지해 줄 우호적인 사외이사들이 필요하다.
 
한 금융권 인사는 "KB금융 사외이사들은 워낙 권한이 막강하다 보니 옛날부터 당국의 말을 잘 듣지 않기로 유명했다"며 "이번에 제데로 된 사외이사들을 뽑지 않으면 앞으로도 당국과 사외이사들의 갈등이 쉽사리 풀리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내년 초 임기가 만료되는 KB금융지주 사외이사는 이경재, 김영진, 황건호, 이종천, 고승의, 김영과 이사 등 6명이다. 한 KB금융그룹 관계자는 "남의 집안 일에 감놔라 배놔라 하는 금융당국이 관치금융의 구태에 젖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당국과 맞서 이길 수 없는 것도 현실"이라며 "KB의 미래를 위해 새로 뽑는 사외이사들의 면모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윤 회장은 최근 사임한 정병기 전 KB국민은행 상임감사위원의 후임도 찾아야 한다. 국민은행은 그동안 이른바 ‘모피아(옛 재무부+마피아)출신인 정 전 감사를 포함해 전통적으로 관료 출신을 선임했다. 그러나 KB금융에서는 지난 해 KB내분 사태의 당사자인 정 전 감사가 윤 회장이 취임한 이후에도 유임되자 사실상 용퇴를 압박, 사퇴를 이끌어 냈다. 이 자리가 과거 ‘낙하산 인사’ 논란과 연결돼 있었던 점을 감안해 지금은 모피아 등 관료출신을 낙하산으로 선임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윤 회장이 한동안 국민은행 상임감사위원을 임명하지 않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지난 해 취임 뒤 기자간담회에서 “상임감사위원 제도 도입은 경영에서 견제와 균형을 철저히 하려는 의도였으나 다른 폐해가 생길 수 있어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금융회사 이사회 안에 감사위원회가 있다. 따라서 금융회사가 반드시 상임감사위원을 둘 필요는 없다. 그러나 상임감사위원이 전통적으로 금융감독원과 금융회사를 중재하는 자리인 만큼 오랫 동안 공석으로 두기는 힘들 전망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주)서울이코미디어
  • 등록번호 : 서울 아 03055
  • 등록일자 : 2014-03-21
  • 제호 : 서울이코노미뉴스
  • 부회장 : 김명서
  • 대표·편집국장 : 박선화
  • 발행인·편집인 : 박미연
  •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58, 1107호(여의도동, 삼도빌딩)
  • 발행일자 : 2014-04-16
  • 대표전화 : 02-3775-4176
  • 팩스 : 02-3775-41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미연
  • 서울이코노미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서울이코노미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eouleconews@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