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오는 3월부터 내년 9월까지 매달 600억유로(한화 약 75조원)의 국채 등 자산을 매입하는 총 1조1,400억유로(약 1,435조원) 규모의 대규모 양적완화(QE) 조치를 단행키로 했다.
지난달 유로존의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등 디플레 조짐이 심화되는 가운데, 부작용을 감수하고라도 경기를 살리겠다는 극단적 모험을 결국 선택한 셈이다. ECB가 시장 예상보다 큰 QE 규모를 전격 결정함에 따라 향후 국제 금융시장에 다각적인 파장이 예상된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22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ECB 본사에서 열린 통화정책이사회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규모의 QE를 단행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드라기 총재는 “국채의 경우, 각 회원국의 ECB 지분 비율에 따라 매입하고 그에 따른 위험부담(손실)은 해당국 중앙은행들이 나눠 지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QE를 통한 매입 대상 자산에는 국채뿐 아니라 민간 영역의 채권도 포함한다”고 덧붙였다.
드라기 총재는 또 “ECB의 인플레율 2% 달성이라는 중기 목표를 저울질하면서 QE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9월까지 QE를 시행하되 인플레율이 목표치에 크게 모자랄 경우, 추가 QE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ECB가 이날 밝힌 QE 규모는 당초 시장의 예상(5,000억~6,000억유로)을 크게 뛰어넘는 것이다. ECB 회의를 하루 앞둔 21일(현지시간)에는 외신들이 일제히 “드라기 총재가 통화정책이사회에 내년 말까지 1조1,000억유로를 더 푸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보도해 시장의 기대감을 키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