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퇴(半退)시대'와 은퇴 난민
'반퇴(半退)시대'와 은퇴 난민
  • 정종석 발행인
  • 승인 2015.01.25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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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가 생각보다 일찍 올 수도..취업하면서 은퇴를 준비하는 시대

 
“집에서 밥을 한 끼 먹으면 일식이, 두 끼 먹으면 두식이, 세 끼 먹으면 삼식이라 부른다. 한 끼도 안 먹는 남자에게는 특별히 ‘영식님’이라고 존칭을 쓴다...”

은퇴한 한국 남자들이 자기 집에서의 초라한 위상을 풍자할 때 흔히 쓰는 우스개소리다. 밖으로 나가자니 돈이 없고 딱히 갈 데도 없다. 집 안에 있자니 아내의 눈총이 따갑다. 그래서 공연히 마른기침만 해대는 게 ‘두식이’와 ‘삼식이’다. 이런 생활을 얼마간 계속하다 보면 찾는 전화도 끊어지고, 상실감이 커지면서 사회와도 멀어져 간다. 요즘엔 은퇴 후 집에다 돈을 벌어다 주지 못해 부인으로부터 맞고 사는 남편들이 급속히 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이 얼마 전 ‘은퇴 후 8만시간’이라는 개념을 강조하고 나섰다. 하루 24시간에서 밥 먹고 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11시간이 남는다. 이것을 60세 은퇴자의 기대수명 20년에 적용하면 8만시간이 나온다는 것이다. 8만시간은 연간 2,000시간을 근무하는 근로자가 40년간 일한 시간에 해당되는 긴 시간이다. 은퇴 이후의 삶을 준비하지 않았다가는 긴 세월 은퇴난민으로 보낼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인구 고령화의 급속한 진전으로 60세 이후의 삶은 긴 시간이 됐다. 제대로 계획하지 않으면 이 시간을 무의미하게 소비하는 정년난민 혹은 은퇴난민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이제 노후설계는 남의 일이 아니다. 성큼 다가온 장수시대에 노후설계 서비스는 이제 필수적이다.
 
문제는 노후설계가 60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 희망퇴직과 같은 50대들의 조기 퇴직이 늘고 있다. 통상적으로 1955년에서 1963년 사이 태어난 이른바 베이비붐 세대들의 정년 시기가 다가오면서 5년 후에는 퇴직 쓰나미 현상이 나타날 거라고 한다. 해마다 80만 명 정도의 퇴직자가 쏟아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렇게 평균 수명에 비해서 빠른 퇴직을 하게 되고 다시 구직을 하는 현상을 요즘은 ‘반퇴(半退)’라고 얘기한다. 현재 퇴직하는 세대가 이른바 베이비붐 1차 세대이다. 그래서 퇴직 후 재취업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작년 경우에 전체 퇴직자 수가 53만 명 늘어났다. 이 가운데 50대가 24만 명이고 60대가 20만 명이다.
 
이른바 50,60대 반퇴자가 취업자 증가의 80%를 차지하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지금 대학을 갓 졸업한 20대 취업자는 5만6천명이 증가, 오히려 30대 취업자가 2만 명이 줄어들었다. 결국 지금 오히려 취업 시장의 80퍼센트를 말씀하시는 반퇴자가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청년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에서 많은 중장년과 청년들이 노동 및 창업시장에서 부딪치는 사례가 빈번하다. 손쉬운 아르바이트 자리도 60대와 20대가 경합을 벌인다. 심지어 한 집안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똑같이 취직경쟁을 하는 기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평균 퇴직 나이가 49세, 남자는 52세다. 그리고 52세가 임원이 되는 평균 나이다. 51세 후반에야 임원이 된다. 임원이 된다고 하더라도 평균 2년 반, 그러니까 55세가 못 돼서 퇴직한다. 은퇴 후에 재취업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2013년 생명표’라는 계획에 따르면 60세 남녀가 앞으로 얼마나 사느냐, 기대 연령이 남자는 22년이고 여자는 27년이다. 그러니까 55세에 퇴직한다고 하더라도 남자는 22년을 더 살 수 있다.
 
따라서 삶의 질을 유지하는 측면에서 일이 필요하다. 50대 중반이라고 해도 아직 대부분 자녀가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결혼 문제 등으로 해서 목돈 지출이 남아있다. 따라서 재취업이 절실하다. 특히 65세 이상 되는 노인 빈곤률이 48%에 이른다. 그만큼 노후 준비가 부족하다. 따라서 재취업에 대한 압박감이 심하다. 또 퇴직금만으로 생활하기 어렵다. 물론 퇴직금이 많으면 노후 준비에 당연히 유리하다. 하지만 중요한 건 퇴직금이 많다 적다가 아니다.오히려 50대 중반에서 거의 30년 가까이에 얼마나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국민연금 같은 사회안전망이 중요한 이유다.
 
그런데 지금 현실을 보면 믿을만한 구석이 하나도 없다. 퇴직자들에게는 국민연금이 용돈 수준 밖에는 되지 않는다. 실질적인 생활비애 훨씬 미달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달리 어디 돈 나올 구멍도 없는 딱한 실정이다. 베이비부머들의 퇴직 문제가 생각보다 굉장히 심각히 화약고를 향해 달리는 ‘사회적 뇌관’으로 비화하고 있는 것이다. 통상 베이비부머 가운데 예를 들면 60년에서 63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는 대체로 80년대 후반에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시장에 나온다. 그러니까 1986년에서 1990년 사이가 우리나라가 개발경제 시대를 맞아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을 맞게 된다.
 
이 5년 간에 늘어난 취업자 무려 310만 명이다. 이 사람들이 10년이 지나서 98년 외환위기를 맞는다. 그 다음 10년이 지나서 세계금융위기를 겪는다. 그러고도 남는 사람들이 지금 50대 후반에 들어서서 은퇴를 맞는 것이다. 은행의 경우에는 올해 1960년생이 금년의 명퇴 대상이라고 한다. 문제는 이 사람들이 앞으로는 구조조정에 쫓기고 있는 겁니다. 급속한 고령화에 접어드는 시대 흐름을 앞두고 지금 한국 경제의 저성장 저수익 시대와 맞물려 은퇴 세대들은 재취업 시장에서 생각보다 훨씬 치열한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들은 앞선 1955~1959년의 베이비부머 세대보다도 훨씬 더 어려운 재취업 전선에 나설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주변을 보라. 퇴직후 노인이 되면 병에 걸리고, 오랜 병치레 끝에 자식과 멀어지는 하면 늘그막에 이혼도 한다. 그러다가 독거노인이 되고 외로이 한많은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불행한 사이클이다. 이렇게 은퇴 후 자력으로 의식주를 해결하지 못하고 이웃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을 일본에선 ‘노후난민’이라 부른다. 주목할 것은 우리나라다. 일본보다 더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 중인 까닭이다. 한국에선 ‘은퇴난민’이 더욱 걱정이다. 노후연령이 되기 전 직장에서 은퇴하고 나면 생활은 곤궁한데 오갈 데는 없다. 자식이나 누군가의 보호가 필요한 난민으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은퇴난민이 되지 않으려면 은퇴 이후를 미리 계획하고 준비하는 게 필요하다. 그러나 실제 준비해서 은퇴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당장 눈앞에 닥친 일 처리하기도 바쁘다. 그런 처지에 미래를 어떻게 준비하고 어디에다 시간을 투자해야 할 지 막막하다. 과거에 지금까지 우리는 주로 조직에 들어가면 주로 연공서열이나 또는 직위 중심으로 일을 했다. 직위 사다리를 올라감으로써 모든 걸 해결하려는 그런 구조였다. 이제 이 ‘반퇴’가 보편화한다면 연공서열이나 직위 중심의 사고를 버려야 한다. 전문가의 경력 개발을 중시하는 그런 개인적인 준비가 필요한 시대인 것이다.
 
재직 중에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기본적인 방향만이라도 빠른 시간 내에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정해진 분야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사람을 사귀어야 한다. 이를 통해서 인적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사람은 정보이고 기회의 통로다. 필요할 때에 협력자 역할을 한다. 따라서 자기 분야에 폭 넓게 평소 유대관계를 맺어 놓아야 한다. 결국 사람이 자산이다. 은퇴는 자신의 생각보다 어느 날 갑자기 더 빨리 올 수도 있다. 은퇴는 개인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큰 충격이다. 제때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소속감과 상실감은 물론 지갑도 얇아져서 일상적인 생활을 할 수가 없다.
 
은퇴준비는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고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 은퇴난민이라는 미래의 모습을 진단한 보고서를 굳이 예로 들지 않더라도 이제는 취업하면서 바로 은퇴준비를 해야 하는 절실하고 비상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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