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재벌 오너들, 국민연금보다 더 적은 지분율로 그룹 지배...3월 주총 의결권 행사여부 주목
"어흠, 물렀거라! 이재용-정의선."
삼성전자·현대차 등 국내 대표기업들의 국민연금 지분율이 대주주 일가 보유분을 뛰어넘는다.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이재용 부회장, 현대차의 정몽구 회장-정의선 부회장과 같은 최고 재벌그룹의 오너일가가 국민연금보다 더 적은 지분율로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는 ‘순환출자의 마법’이 깔려있다. 오는 3월 주총에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여부가 뜨거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11일 CEO스코어에 따르면 30대 그룹 191개 상장사의 국민연금 주식투자 현황(지난달 16일 기준)을 조사한 결과 국민연금이 지분을 보유한 107개 회사 가운데 64개(59.8%)는 국민연금 지분이 대주주 일가보다 많았다.
SK·LG·GS 등 지주회사 체제의 12개 그룹과 상장사가 없는 부영, 국민연금이 투자하지 않은 현대그룹과 동국제강, 총수 일가가 없는 포스코 등 20개 그룹을 빼고 10개 그룹으로 범위를 좁혀도 국민연금 지분율이 대주주 일가를 능가하는 회사가 32개나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전자·호텔신라·롯데푸드 등 8개 기업은 국민연금이 단일 최대주주 지위를 갖고 있다. 특히 삼성그룹은 국민연금이 주식을 보유한 13개 상장사 모두 대주주 일가보다 국민연금 지분율이 높았다.
삼성전자의 경우는 지분 7.8%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다. 이건희 회장(3.38%)을 비롯해 이재용 부회장(0.57%), 홍라희 라움미술관장(0.74%) 등 대주주 일가 지분율은 4.7%로 국민연금의 60% 수준에 불과했다.
삼성그룹 순환출자의 핵심 기업인 삼성물산도 국민연금(12.9%)이 최대주주로, 이건희 회장(1.41%)보다 지분율이 9배나 높았다. 제일기획과 호텔신라는 국민연금이 11.3%와 10.4%로 두 자릿수 지분을 보유한데 반해, 대주주 일가는 보유 주식이 전혀 없었다. 삼성증권·삼성SDI(각 9.2%), 삼성화재(7.0%), 에스원(6.1%), 삼성테크윈·삼성정밀화학(각 5.2%) 등도 국민연금 지분율이 대주주 일가보다 높았다.
현대차그룹은 국민연금 투자 계열사 9곳 중 주력 계열사인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를 포함한 6곳(67%)에서 국민연금 지분율이 총수일가를 앞섰다. 현대차는 정몽구 회장을 비롯해 정의선 부회장, 정성이 이노션 고문, 정명이 현대커머셜 고문 등 총수일가가 5.2% 지분을 보유했지만, 국민연금은 7.0% 보유중이다.
현대모비스도 국민연금 지분율이 8.0%로 정 회장(7.0%)보다 높았다. 기아자동차 역시 국민연금 지분율은 6.7%인데 반해 정 부회장은 1.7%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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