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손보협회장, 3억대 연봉받고 2~3억대 전별금까지 또 챙겨
생명보험협회(회장 이수창)와 손해보험협회(회장 장남식), 보험개발원(원장 김수봉) 등 보험 유관기관 단체장들이 임기 후 '공로금' 명목으로 수억원대의 '전별금'을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고을수장인 원님이 군림하다가 떠날 때 받아챙기던 권위주의 시대의 전별금 관행이 아직도 남아있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민주화시대를 맞아 청산해야 할 구태의연한 '모럴 해저드'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8년에서 2011년까지 생명보험협회장을 지낸 이우철 전 회장은 퇴직금과 별도로 업계로부터 3억5천여만원의 '전별금'을 받았다. 앞서 남궁훈 전 생보협회장도 2005년~2008년 임기 이후 2억2천여만원을 받았다. 이 전 회장은 옛 재무부 과장과 금융감독위원회 기획행정실장 등을 역임한 '모피아' 출신이다. 남 전 회장 역시 옛 재무부 과장과 재경부 세제실장을 지냈다.
손해보험협회도 상황은 비슷하다. 2010∼2013년 회장을 지낸 문재우 전 회장과 2007~2010년 회장을 지낸 이상용 전 회장도 업계로부터 퇴직금과 별도로 2억~3억원을 받아갔다. 문 전 회장은 옛 재경부 과장과 금융감독원 감사를 지냈다. 이 전 회장은 옛 재무부 과장, 재경부 국장과 국세심판원장을 역임한 고위 경제관료 출신이다.
공로금은 규정에는 없는 비공식적인 금액으로, 협회가 지급한 뒤 회사별로 분담액을 채워 넣는다. 협회의 한 관계자는 "회장 등의 퇴직금이 다른 협회나 금융회사에 비해 턱없이 적기 때문에 재임 기간 역할을 평가해 공로금을 지급해 온 것"이라며 "명문화하지는 않고 업계의 의견을 모아 관행적으로 지급해 왔다"고 밝혔다. 억대 퇴직금을 받는 여타 금융기관과 달리 이들 기관의 회장 퇴직금이 수천만원에 지나지 않아 별도의 공로금을 지급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업계의 한 관계자는 "억대의 공로금은 사실상 비공식적인 전별금"이라며 "그동안 회장에는 3억원, 부회장에는 2억원이 지급돼 왔다"고 말했다. 생보협회는 작년 세월호 사건 이후 '관피아'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자, 전별금에 대한 논란을 없애기 위해 작년 12월에 규정을 급하게 바꿨다. 공로금을 없애는 대신 퇴직금을 기존의 3.5배로 늘려 작년 12월 임기가 끝난 김규복 전 회장에게 3억여원을 지급했다. 김 전 회장은 옛 재경부 국장과 실장까지 지낸 인물이다.
손보협회는 지난 1월 임기가 끝난 금감원 국장 출신의 장상용 전 부회장에게 최근 1억6천만원을 지급했다. 퇴직금과는 별도 금액이다. 고위 관료 출신인 이들이 재임 중 수억원의 연봉을 받은 것도 모자라 수억원대의 전별금을 받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생명보험협회장 등 보험 기관장의 연봉은 3억5천억원 수준에 이른다. 2010∼2013년 금감원 부원장 출신의 강모 보험개발원 원장은 퇴임 후 2억원대의 전별금을 받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들이 임기 동안 10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고, 퇴직금과 별도로 왜 수억원 씩 받아가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모두 회원사들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갹출해서 내는 돈이며, 이런 관행이 이제는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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