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일감몰아주기 규제에도 삼성SDS의 내부거래 비중은 오히려 늘어나 빈축을 사고 있다. 삼성SDS의 최대주주인 삼성전자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지는 탓이다.
이달 14일 시행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르면 자산 5조원 이상의 대기업그룹 총수 일가가 상장 계열사의 지분을 30% 넘게 보유한 상태에서 200억원 이상 또는 매출의 12%에 달하는 일감 몰아주기를 하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를 제재한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정부의 일감몰아주기 규제로 IT서비스 기업들의 계열사 간 거래는 전반적으로 감소하고 있지만 삼성SDS가 지난해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의 종속기업과의 거래를 통해 올린 매출은 5조4천64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매출 가운데 무려 68.5%에 해당하는 수치다.
그룹 최대 계열사인 삼성전자(종속기업 포함) 매출 비중은 최근 몇 년 동안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다.
2011년 전체 매출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51%에 불과했지만 이듬해에는 56.4%로 증가했다. 급기야 2013년에는 65.5%까지 비중을 늘렸다.
반면 경쟁사들은 내부거래가 감소하고 있거나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거듭하고 있다. SK C&C의 지난해 3분기까지 특수관계자 매출은 6천47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줄었다. 내부거래 비중도 41.1%에서 37.1%로 낮아졌다.LG CNS는 작년 3분기까지 특수관계자들로부터 7천347억원의 매출을 거뒀는데 이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6.3% 늘어난 수치다. 다만 내부거래 비중은 37.2%로 2%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유독 주요 IT서비스 기업 가운데 삼성SDS의 계열사 간 거래가 급증한 이유는 신사업으로 육성 중인 물류 업무처리 아웃소싱(BPO) 사업의 유일한 고객사가 삼성전자이기 때문이다. 물류 BPO는 고객에게 물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4자물류(4PL)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4PL은 한 기업의 공급·조달·판매 등 전 영역을 IT 솔루션으로 관리해주는 통합물류 시스템을 말한다.삼성SDS는 지난 2011년부터 삼성전자의 해외 사업장에 물류 시스템을 제공하며 사업 규모를 키워왔다.
한편 정재찬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6일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자산 5조원 이상의 기업으로 유지하겠다"고 말했다.정 위원장은 "순환출자대상 자산규모를 5조원에서 7조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그러면 일감 몰아주기 대상기업도 7조원으로 올라가는 것 아닌가"라는 이상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