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금리 대출자들은 어디에 '하소연'을 해야 할까. 정부 시책에 따라 고정금리로 주택자금을 빌렸던 대출자들이 잇따른 금리 인하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15일 금융권과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2012년 1월 연 5.06% 수준이었던 예금은행 가중평균 대출금리는 지난 1월 3.35%로 지난 3년간 1.71%포인트나 떨어졌다.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조정 단위(0.25%포인트)로 보면 이 기간 7단계나 금리가 내려간 셈이다.
이에 더해 지난 12일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치인 1.75%로 낮추면서 대출금리는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게 됐다.새로 주택대출을 하려는 사람이나 기존 주택대출을 낮은 금리 상품으로 갈아타려는 사람들은 이제 상당수가 2%대 대출금리를 누릴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돈을 빌리는 사람에게 금리 인하는 일단 좋은 소식이다. 이자 부담을 덜기 때문이다. 2012년 1월 이후 3년간 평균 대출금리가 1.71%포인트 감소한 점을 고려할 때 2억원 대출자가 새 상품으로 갈아타면 1년에 342만원(월 28만5천원)이나 대출 금리를 아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이미 고정금리 대출을 받은 사람은 이자 부담 감소가 남의 집 얘기다. 대출금리가 고정돼 시중금리 인하의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대출을 받은지 1∼2년밖에 안 된 대출자들은 대출 기간에 따라 적지 않은 중도상환수수료를 물어야 해 싼 금리 대출로의 전환도 쉽지 않다.
사실 2011년 상반기까지 전체 가계대출에서 고정금리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 수준으로 미미했다. 그러나 그 해 정부가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내놓으며 가계대출 중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2017년까지 40%로 높이라고 일방적으로 목표를 부여하면서 고정금리 대출자 수가 급격히 늘었다. 은행들이 정부 시책에 따라 고정금리 대출로의 전환을 적극적으로 유도한 탓이다.
고정금리 상품은 대출자가 자신의 소득 흐름에 맞춰 확실한 상환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점에서 대출자 입장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정부도 시장 상황이 변해 대출금리가 높아지면 대출자의 채무상환 위험이 커질 수 있으므로, 고정금리 대출자를 늘여 그 위험을 예방하겠다는 취지로 이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이자 하락기와 정부의 고정금리 확대책 기간이 정확히 맞물리면서 정부 시책을 충실히 따른 고정금리 대출자만 뒤통수를 맞게 된 것이다.
정부가 얼마 전에 내놓은 2%대 대출상품은 고정금리 대출자들의 속을 더 상하게 한다. 정부는 가계부채 대책으로 2%대 갈아타기용 대출 상품(안심전환대출)을 이달 중 출시하기로 했는데, 자격을 변동금리 대출과 이자만 내고 있는 대출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고정금리 대출자들은 최근 금리 하락과 더불어 정책 혜택 대상에서도 제외되면서 이중으로 손실을 입는 격이 됐다. 또다른 문제는 고정금리라고 알려진 대출이 실상은 대부분 '혼합형' 대출이라는 점이다. 이 대출은 3∼5년간 고정금리를 유지하다가 이후 변동금리로 바뀌는 것이 특징이다.
고정금리 기간에는 그동안의 금리 인하 혜택은 누리지도 못한 채 변동금리로 전환된 뒤 앞으로의 금리 변동 위험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구조다. 애초 정책 도입 취지와는 반대의 효과가 나타나게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