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금융위원장과 진웅섭 금감원장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진웅섭 금감원장
  • 안규식 상임위원
  • 승인 2015.03.19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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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한 지붕, 두 가족'에서 과연 '한 배 타는 혼연일체' 될까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일란성인가 아니면 이란성인가?

 금융위와 금감원은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을까. 간단히 말하면 어느 금융회사가 법률을 어겼을 때 금감원이 이를 적발하고, 금융위가 그 내용을 토대로 행정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이처럼 금감원은 은행과 같은 금융사를 감독하는 곳이고, 금융위는 감독한 내용에 대해 행정적인 조치를 하는 곳이다. 또한 금융위는 정부기관으로서 금감원 역할과 기능을 결정한다. 즉 금융위가 금감원이 금융사를 감독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주는 것이다.
 
정부기관인 금융위가 감독 업무를 직접 하게 되면 정부에 의해 금융회사들이 좌지우지될 위험이 있다. 따라서 금감원이란 별도 기관을 만든 것이다. 금감원은 금융위가 만든 민간기관이다. 그러다 보니 업계에서는 금융위를 금감원의 상부 기관으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 공무원으로 구성돼 있는 금융위와 달리 금감원 직원은 공적인 업무를 하는 회사원이다. 금감원은 회계사 변호사 등 전문인력을 채용하기도 한다. 이는 금융사를 감독하기 위해 전문적인 지식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두 기관에 소속된 사람들 신분이 다르다 보니 월급이 나오는 곳도 다르다. 금융위는 공무원이기 때문에 나랏돈을 받지만 금감원은 은행, 보험회사, 저축은행 등 금융사에서 낸 분담금과 유가증권 발행 분담금, 한국은행 출연금 등에서 재원을 마련한다. 두 기관을 가리켜 흔히 '한 지붕 두 가족'이란 말을 한다.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서로 견제도 필요해 붙였을 것이다. 원래는 여의도의 한 건물에 있었지만 지금은 금융위가 떨어져 나왔다,
 
과거 여의도 시절에는 현재의 금감원 건물에 금융위가 세를 들어온 상태였다. 금감원은 상부 기관인 금융위가 들어왔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자리를 내줬다. 하지만 서로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금융위는 금감원 건물을 떠나 태평로 프레스센터로 이사를 했다. 원래는 일란성이었으나 덩치기 크고 난 다음 이란성으로 변했다고 할까.
 
지난 2013년 6월 '관치금융' 논란의 중심에 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한 판 붙었다. 금융사에 대한 제재권을 놓고 3년 만에 전면전에 돌입했다. 금융사 목줄을 틀어쥔 제재권에 금융위가 눈독을 들였기 때문이다. 이른바 '슈퍼갑'들의 싸움이었다. 금융위는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추진하면서 금감원장에게 부여된 기관 및 임직원 제재 권한을 일부 가져오려고 했다. 금감원은 이럴 경우 금융감독 체계가 '옥상옥'의 구조로 변질돼 금융사만 괴롭다면서 반발했다.
 
현재 금융위는 금융소비자보호처 형태로 소비자 보호 조직을 금감원에 두는 대신 금감원의 금융사 제재권을 일부 가져오는 방안을 내부에서 비중 있게 논의하고 있다. TF 관계자는 "금감원은 민간 조직이기 때문에 정부 조직인 금융위가 어떤 식으로든 금감원의 제재권을 감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면서 "이와 관련해 금융위와 금감원이 팽팽히 맞서 있다"고 전했다.
 
양측은 2010년 4월에도 제재권을 놓고 다툼을 벌였다.당시 금융위가 은행의 제재권을 금융위로 이관하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자 금감원이 반발하고 나섰다.은행법은 금감원장이 금융사 제재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금융위는 금감원과 협의 없이 모든 제재권한을 금융위로 귀속하고 시행령에서 일부 제재 권한을 금감원장에게 위임한다는 내용의 개정안을 내놓았다.
 
자본시장법이나 저축은행법, 보험업법 등 다른 관련법도 금융위에 제재 권한을 부여하고 시행령에서 권한을 금감원에 위임한다는 게 금융위의 법 개정 논리였다.논란 끝에 국회 정무위원회는 은행의 제재권을 금감원에 그대로 부여하기로 했다. 그러자 금융위는 그해 7월 금감원이 금융사를 행정 지도할 때 금융위에 사전 협의하도록 규칙을 바꿔버렸다. 이처럼 5년 전이나 지금이나 금융위와 금감원 간에 갈등의 골은 깊다.
 
신임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금융개혁을 논의하기 위해 앞으로 격주마다 얼굴을 맞댈 예정이라고 한다.18일 금감원을 방문, 진 원장과 면담을 마친 임 위원장은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 간 '2인 주례회의'를 개최키로 했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이 취임 전부터 강조해 온 금융개혁에 속도감을 내기 위해서다. 2인 회의는 격주로 열리는 금융위원회 직후 열기로 했다. 주목할 것은 이날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진웅섭 금감원장을 만나 '금융개혁 혼연일체(金融改革 渾然一體)'라고 쓴 액자(학정 이돈흥 선쟁의 작품)를 전달했다는 점이다.
 
임 위원장 취임 후 첫 방문지로 금감원을 선택한 이유가 글귀 속에 그대로 담겨있다. 이는 금융 컨트롤타워인 금융위와 금감원이 한 몸처럼 공조하려는 임 위원장의 의지다. 이는 역설적으로 두 기관이 따로 논 적이 많았다는 얘기도 된다. 그래서 결국 잘해보자는 뜻이 아니겠는가. 임 위원장은 금융개혁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유능한 파트너이자 동반자인 금융감독원의 협조가 절실함을 역설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왠지 공허한 느낌도 없지 않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금융개혁이라는 사실상 한 배를 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임 위원장의 말처럼 금융위와 금감원이 한몸이 되는 협력이 필요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권력이 강하면 다툼이 있는 법이다. 문제는 견제와 균형이다. 앞으로 금융당국의 '슈퍼갑' 두 기관이 조화를 이루며 두 수장의 다짐처럼 한 목소리와 혼연일체하는 시스템을 갖출지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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