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들, 부실경영 문책..최용권 명예회장 장남 등 2명 이사 선임 부결
상장 폐지 위기에 놓인 삼환기업의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들이 반란을 일으켜 부실 경영에 책임이 큰 대주주 일가가 경영진에서 퇴출됐다. 22일 삼환기업의 정기주주총회 공시 결과에 따르면 소액주주들은 20일 열린 주총에서 회사 쪽이 선임하려던 사내이사 후보 5명 가운데 최용권(65) 명예회장의 장남인 최제욱(38) 상무의 연임안을 부결시켰다. 최 상무는 그동안 경영지원실장으로 일해왔다. 또 대주주 일가가 내세운 인물로 알려진 신양호 이사 후보 신규 선임안도 0.01% 표차로 부결시켰다. 회사가 요청한 감사의 보수한도 4억원은 2억원으로 50% 삭감시켰다.
삼환기업의 지분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최 명예회장 등 최대주주 일가가 22.89%를 갖고 있다. 64.71%를 갖고 있지만 흩어져있는 소액주주들이 모여 무책임한 경영 활동을 펼친 대주주 일가를 ‘퇴출’시킨 셈이다.
삼환기업은 1946년 고 최종환 회장이 창업한 뒤 줄곧 건설 사업에 주력해왔다. 중동에 국내 건설사로는 첫 진출했고, 1970~1980년대에는 워커힐호텔, 조선호텔, 플라자호텔, 신라호텔, 삼성 태평로빌딩, 서울지방검찰청, 대검찰청 등 국내 유명 건물을 잇달아 짓기도 했다. 하지만 최종환 회장의 뒤를 이은 2세 경영자인 최용권 명예회장은 임직원을 상습적으로 폭행·폭언해 반인권적 경영을 해왔다는 증언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최 명예회장은 경영 능력 차원에서도 허술해 계열사를 부당 지원하려다가 회사에 손실을 끼쳐 유죄 판결을 받았다. 2011년 완전 자본잠식이 예상되던 부실 계열사 신민상호저축은행의 유상증자에 건설업 불황으로 안 그래도 어렵던 삼환기업을 참여토록 했기 때문이다. 결국 회사에 180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가 인정돼 특정경제범죄 가중 처벌법상 배임죄 등으로 지난 1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형이 선고됐다.
앞서 최 명예회장은 2012년 삼환기업의 법정관리 중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삼환기업은 여섯달 만에 법정관리를 벗어났으며, 최 명예회장의 장남 등이 등기임원으로 재직해 대주주 일가의 영향력은 시들지 않았다. 대주주 일가는 경영 정상화 조건으로 노조가 제시한 전문경영인 체제 확립, 총수 일가 주식의 100대 1 차등 무상감자, 사재 출연 등의 요구는 모두 거부했다. 결국 삼환기업 주식은 지난달 13일 자본잠식을 이유로 거래가 중지됐고, 이달말까지 대주주 출자나 유상증자 등 별도 조처가 없는 한 상장 폐지가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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