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대출'-정책 위해 '형평성'희생?
'안심대출'-정책 위해 '형평성'희생?
  • 안규식 상임위원
  • 승인 2015.03.30 01:33
  • 댓글 0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0조는 전체 대상금액 112조의 36%..가계빚 '뇌관'제거 역부족
 

일단 '흥행'은 대단히 성공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가계부채 경감의 성과를 거둘까.

안심전환대출 인기가 폭발적이다. 4일 만에 당초 한도 20조원이 소진될 줄은 금융당국도 예상치 못했다. 30일부터 풀기로 한 2차 판매 한도 20조원도 모두 동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인기만큼 과연 효과를 장담하기는 어렵다. 제2금융권 대출자가 대상에 포함되지 않고, 기존 고정금리 대출자는 제외된다는 점에서 자격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29일 금융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안심전환대출의 예상밖 신청열기에 정부가 부랴부랴 20조원을 더 풀었다. 그러나 1·2차분을 합쳐도 전체 신청대상 금액의 36% 수준에 불과해 대출을 받고 싶어도 못받는 사람이 생길 전망이다. 사실상 정책목적과 목표 달성을 위해 전체 금융소비자들의 형평성과 보편성을 희생시킨 모양새다. 이에 따라 보완책으로 비슷한 종류의 상시전환상품을 마련하는 등 후속 보완조치가 없는 한 상당 기간 논란이 될 전망이다.
 
30일부터 추가로 공급되는 2차 안심전환대출은 1차와 대출 조건이 같다. 다만 일부 신청 방식이 달라졌다. 우선 30일부터 4월3일까지 5영업일만 신청을 받으며 추가 한도인 20조원에 미달하더라도 판매는 중단된다.
 
만약 2차 신청에서 추가 한도 20조원이 소진되지 않으면 신청자 모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추가 신청액이 20조원 한도를 초과할 경우 집값이 낮은 대출부터 배정하는 방식으로 처리하기로 했다. 신청대상중 일부 사람만 해주겠다는 차별을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에 따라 방식이 다소 변경되긴 했지만, 결국 2차 신청도 선착순과 사실상 같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이번 20조원 추가 공급이 끝나면 더이상 안심전환대출 판매를 안한다고 못박았다. 이번에 신청 대상에서 탈락했거나, 신청을 하지 못한 대출자들은 안심전환대출을 이용할 수 없게 된다.
 
1차 신청자가 먼저 발빠르게 신청했다는 이유로 혜택을 보게되고 한발 늦은 사람은 대상에서 빠질수도 있는 형평성 문제가 근원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다. 시간이 흘러 조건이 되는 사람들에게는 왜 항상적인 기회가 주어지지 말아야하는지 그것도 잠재적 시비거리다. 꼭 안심전환대출이 아니라도 비슷한 상품을 해달라는 대출자의 수요가 끊임없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시장금리가 들먹일 경우 그 압박이 만만치 않을 수 있다.
 
또 상품에 부부합산으로 일정연봉 이하로 소득기준을 들이댄 것이 아니어서 처음부터 초과수요 가능성이 컸다. 소득기준을 적용하려다 복잡해져서 못한 모양새다. 대략 연봉 6000만원 이하, 대출액 3억이하가 주류라고 보고 수요를 거기에 기댔다. 그러나 나머지 사람들이 비록 신청안했다고 수요가 없다고 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안심전환대출은 연체가 없고 원리금 상환이 가능한 계층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가계부채에 허덕이는 대출자들은 혜택을 받지 못했다"며 "결국 총 40조 한도 내에 들지 못하는 대출자들은 금리 역차별을 받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금융위는 이번 안심전환 대출의 확대시행으로 가계부채의 위험성을 줄이는 효과가 꽤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임종룡 위원장은 “40조원이 모두 전환되면 해마다 1조1000억원 정도 가계부채를 감축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체 가계부채 규모와 증가 속도를 감안할 때 그 효과는 장담키 어렵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1월 말 기준 은행권이 367조원이며 금리가 훨씬 높아 위험성이 더 큰 제2금융권과 주택금융공사 대출분을 합치면 540조원에 달한다. 소규모 자영업자를 포함한 광의의 가계부채(가계 및 비영리단체)는 지난해 말 1295조원을 웃돈다. 40조원이라야 전체 주담대의 7.4%, 전체 가계부채의 3%에 불과하다.
 
수혜 계층도 부채에 덜 취약한 상대적 고소득자 비중이 적잖다. 1차 판매의 수혜 계층을 보면 연소득 6000만원을 초과하는 차주가 30%를 차지했다. 또 주로 서민들이 고객인 제2금융권 대출은 배제된다는 점에서 서민들의 박탈감도 커질 수밖에 없다.
 
안심전환대출은 이자만 내는 대출을 원리금 균등분할 상환으로 바꾼다는 점에서 집단적인 채무 불이행 등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 미국 금리 인상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가계부채의 일부나마 저금리로 고정시켜 향후 위험성을 낮출 수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금융위는 1차로 판매된 안심전환대출 20조원으로 고정금리 대출과 비거치식분할상환대출 비중이 5%포인트 정도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가계부채 문제를 해소할 근본대책으로 보기는 어렵다. 임 위원장도 “안심전환대출만으로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전체 금융권 주택담보대출 잔액 규모에 비해 40조원은 7%대에 불과한 데다 안심전환대출의 수혜 계층엔 상대적 고소득층도 포함돼 있다. 1차 판매의 수혜층에 대해 금융위는 “1만건을 표본으로 분석한 결과 연소득(세전) 6000만원 이하 차주가 70% 수준이며 주택가격 6억원 초과 비중은 10%에 불과하다”며 “주로 중산층 이하 계층의 수요가 큰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연소득 6000만원을 초과하는 상대적 고소득계층도 30%라는 얘기다. 금융위는 보다 촘촘한 소득 구간별 분포는 이날 밝히지 않았다.
 

은행권 수익 하락도 불가피해 업계 반발이 예상된다. 은행업계에서는 앞서 안심전환대출 20조원이 소진될 경우 은행권 수익이 약 1천600억원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번 20조원 추가 공급으로 수익 하락폭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금융산업노조는 "은행들이 금융위의 강압에 못이겨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막대한 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그동안 빚내서 집을 사라고 부추겨왔던 정부가 가계부채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기 보다 당장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나서면 향후 빚더미를 더욱 키워 대출자와 은행을 더 깊은 수렁으로 빠뜨릴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주)서울이코미디어
  • 등록번호 : 서울 아 03055
  • 등록일자 : 2014-03-21
  • 제호 : 서울이코노미뉴스
  • 부회장 : 김명서
  • 대표·편집국장 : 박선화
  • 발행인·편집인 : 박미연
  •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58, 1107호(여의도동, 삼도빌딩)
  • 발행일자 : 2014-04-16
  • 대표전화 : 02-3775-4176
  • 팩스 : 02-3775-41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미연
  • 서울이코노미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서울이코노미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eouleconews@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