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하나-한동우 신한금융 회장, 반토막 실적에도 '초고액 연봉'
김정태 하나-한동우 신한금융 회장, 반토막 실적에도 '초고액 연봉'
  • 김준희 기자
  • 승인 2015.03.30 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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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회장들, 이렇듯 자기 연봉 마구잡이로 쓸어담을 수 있나?

우리나라 금융지주 회장들은 도대체 돈 앞에만 서면 이성도 염치도 없는가. 지난 해 초고액 연봉 논란에 휩싸이며 연봉을 자진 반납했던 금융지주 회장들이 1년 만에 다시 '잃어버린 돈'을 되찾기에 나섰다. '돈독'이 올라도 너무 엄청 오른 모습이다.마치 얼굴이 후끈거릴 정도다.

지난 27일 주주총회를 연 하나금융은 이사의 성과연동 주식보상 한도를 5만주에서 7만주로 늘리는 내용의 안건을 처리했다. 성과연동 주식보상제도는 3년간 장기 경영성과를 평가해 실적에 따라 경영진에게 주식을 지급하는 제도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정기 주총에서 성과연동 주식보상 한도를 기존 7만주에서 5만주로 줄였다. 김정태(사진 왼쪽) 하나금융 회장은 2013년 기본급으로만 9억원을 받았다. 여기에 기존의 상여금을 없애는 대신 3년 뒤 경영실적을 평가해 현금을 지급하는 성과연동주식 한도 3만 9580주(3월 25일 종가 기준 11억 2600만원)가 붙어 내년에는 연봉 21억 2600만원을 받게 된다.
 
신한금융도 지난 25일 정기 주총에서 비슷한 안건을 처리했다. 한동우(오른쪽) 신한금융 회장은 2013년 기본급·상여금 14억원과 성과연동주식 3만 40주(14억 2000만원)를 더해 28억 2000만원을 받았다. 고액 연봉 논란에 신한금융 역시 60억원이었던 이사보수 한도를 지난해 30억원으로 대폭 삭감했다. 하지만 올해 주총에서 이 한도를 45억원으로 늘렸다. 신한금융 측은 “2011년 취임한 한 회장이 3년간의 경영활동을 평가받고 5년차인 올해 장기성과급을 일시금으로 지급받을 예정이어서 한도를 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무려 30억원 정도나 되는 연봉을 받는 금융지주사 최고경영자(CEO)들의 모럴해저드가 도를 넘어섰다. 수익이 나빠지자 직원들은 희망퇴직이라는 명분을 내걸고 사실상 길거리로 쫓아내면서 자신의 연봉은 스스로 올리는 탓이다. 말단 직원들은 거리로 나앉든 말든 내 잇속만 챙기면 된다는 발상이다. 리더로서 어디에도 이런 뻔뻔스런 '스크루지 영감'은 없다. 주요 금융사의 CEO들은 고액 연봉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자 지난 해 연봉을 깎았다. 하지만 올 주총 시즌을 맞아 1년 만에 슬그머니 다시 올렸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2013년 기본급 9억원과 성과연동주식 17억 4000만원 등 26억 4000만원을 받았다. 하는 일에 비해 연봉이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이 나오자 30%를 반납했다. 하나금융은 이사의 ‘성과연동 주식 보상’ 한도를 5만주에서 7만주로 늘리는 안건을 처리했다. 성과연동 주식 보상은 3년간 경영성과를 평가해 경영진에게 주식으로 주는 제도다. 한도를 높이면 전체 연봉도 높아진다. 하나금융은 지난 해 주총에서 7만주에서 5만주로 줄였던 성과연동 주식 보상 한도를 다시 7만주로 원상복귀하고 말았다.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은 2013년에 기본급·상여금 14억원과 성과연동주식 14억 2000만원을 합해 28억 2000만원을 받았다. 신한금융은 60억원이었던 이사보수 한도를 지난해 30억원으로 삭감했다가 그제 열린 주총에서 45억원으로 올렸다. 여론이 나빠져서 억지로 삭감한 것을 1년 만에 다시 올린 것이다. 이러한 행태는 국민과 고객들을 깔보고 우롱하는 짓이나 다름이 없다.
 
금융권에도 요즘 봄철에도 찬바람이 쌩쌩 분다. 수익이 줄면서 직원들은 길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신한은행은 올 초 310여명을 희망퇴직으로 내보냈다. 국민은행도 희망퇴직을 논의 중이다. 정부가 채용 규모를 늘리라고 압박하지만 지난 해보다 더 뽑기는 어려운 구조다. 저금리가 고착화하면서 수익은 더 줄 것으로 보인다. 인건비를 절감하고 싶다면 오히려 CEO가 먼저 연봉 삭감에 나서는 게 도리다. 제대로 된 수장이라면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하다.
 
우리나라는 경제 규모는 세계 15위지만 금융시장의 성숙도는 80위다. 아프리카 저개발국 우간다 수준이라고 한다. 세계 50대 은행이 한 곳도 없다. 이대로는 우리 금융산업의 미래가 없다. 글로벌 경쟁력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금융 CEO들이 좋은 집무실에 앉아서 하루종일 돈챙길 생각만 하지 말고  정말로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 더 이상 금융지주 회장들은 현직 때 어떻게 하면 연봉을 더 챙길까를 고민해서는 안 된다.
 
문제는 연봉 액수 자체보다 그 연봉이 적절한 유인구조에 따라 지급되지 않는 현실이다. 주주들이 연봉의 적절성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도록 성과평가 체계와 보수기준을 상세히 공개해야 한다. 국내 금융사 CEO의 연봉은 현재 지나치게 많다. 2001년 금융지주체제가 출범할 때 3억~4억원이던 게 지금은 20억~30억원까지 치솟았다. 주요 금융사의 자산과 순익은 모두 일본 리딩뱅크의 10분의1 수준이지만 CEO의 연봉은 오히려 3배가량이나 많다. 금융지주 회장들은 마치 '한탕주의'에 물들어 한몫을 잡으려고 눈알이 벌겋게 달아올라 돈독이 가득찬 노름판의 전주(錢主)같은 모습들이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에는 수백억원의 연봉을 챙기는 금융CEO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이들은 철저히 투자 성과와 경영실적에 따라 보수를 받는다. 그러다 투자에 실패하거나 경영 실적이 현저히 떨어지면 한 푼도 못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반면 우리의 금융지주 회장들은 투자와 경영 책임을 묻지않는 단순 관리직이다. 일반 근로자 평균의 100배 가까운 천문학적 연봉을 받을 이유가 전혀 없다.
 
이러한 상식을 벗어난 일들은 사외이사와의 ‘공생’으로 가능하다. 회장의 측근인 사외이사가 회장의 연봉을 결정하고 회장은 사외이사의 연봉을 결정한다. 현대판 ‘악어와 악어새’가 따로 없는 꼴이다. 이런 식의 임금 결정은 주주에 대한 배신이자 능멸이다. 시장의 감시와 통제가 가능하도록 관련 규정을 꼭 손봐야 한다. 경영실적에 걸맞은 보수를 받고 권한에 걸맞은 책임을 지는 게 주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의무이다. 이번에야 말로 금융지주회사 CEO의 성과 체계와 보수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금융 당국은 적정성 여부를 철저하게 감독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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