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대출 '역풍'-은행권 손실 약 4000억 예상
안심대출 '역풍'-은행권 손실 약 4000억 예상
  • 이민혜 기자
  • 승인 2015.03.31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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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대출도 조기 소진될 듯..판매손실 미리 앞당겨 2분기에 반영 탓

지난 24일 출시한 안심전환대출이 4일 만에 20조원이 전액 소진됐지만 은행권은 별로 반갑지 않다. 당초 예상했던 4000억가량의 손실 반영 시점이 앞당겨진 탓이다. 여기에 직원들의 업무 강도가 높아지면서 피로를 호소하는 등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30일 서울 강서구 가양동 국민은행 지점. 9시에 지점 문이 열리자마자 안심전환대출을 받으려는 고객이 몰리면서 이 지점은 오전 내내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점심시간이 지난 후 고객이 집중적으로 몰리면서 오후 2시에 발급된 번호표는 이미 60번을 찍었다. 대기하는 시간이 50분을 넘기자 그냥 발걸음을 돌리는 고객도 적지 않았다. 노원구 중계동에 있는 농협은행 지점도 상황은 비슷했다. 오전에만 총 30여명의 고객이 안심전환대출 신청을 마쳤다. 직원들은 대출에 필요한 서류를 챙기느라 점심도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안심대출 판매 2차 판매가 시작된 이 날 각 시중은행 대출창구에는 금리혜택을 보려는 수요자가 몰리면서 장사진을 이뤘다. 1차 때 수요자가 몰려 2차 땐 다소 잠잠하지 않겠냐는 예측은 그대로 빗나갔다.한 시중은행 영업팀 팀장은 “이미 예상한 대로 2차 안심대출에도 수요자가 몰리고 있는 만큼 이번 2차 역시 조기에 한도 20조원이 소진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초 정부와 16개 은행이 안심전환대출 판매를 계획했을 당시에는 20조원이 점진적으로 소진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출시 4일 만에 모두 소진되자 정부와 은행 모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문제는 16개 은행이 1·2차 판매 물량인 40조원 규모의 안심전환대출 판매 손실을 당장 올 2분기(4∼6월) 내에 모두 반영해야 한다는 점이다. 애초 순차적일 것으로 예상됐던 손실 반영 시점이 앞당겨지는 셈이다. 금융권에서는 총 40조원 규모의 안심전환대출 판매 손실을 약 4000억원으로 추정한다. 은행권 전체 주택담보대출(350조원) 취급액 중 25%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 국민은행의 손실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며 우리· 신한· 하나· 기업은행 등도 일정 손실이 불가피하다.

주택저당채권(MBS) 매입에 따른 자금운용도 문제도 심각하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일시에 몰리면서 자금 운용에 상당한 애로가 발생했다”며 “40조원 규모의 MBS를 단기물(2~3년) 중심으로 일정 기간 매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단기물의 일시적인 품귀현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안심전환대출 판매 이후 은행권의 업무스트레스도 높아지고 있다. 안심전환대출 2차 판매가 시작된 30일에도 비상대책반을 운영 중인 대부분 시중은행은 일선 지점의 출근 시간을 평소보다 한 시간 넘게 앞당기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내 한 시중은행 지점장은 “지난 금요일(27일) 안심대출 판매가 끝난 줄 알고 있었는데 일요일(29일)에 곧바로 2차 판매가 결정되면서 오늘 2차 판매 준비를 위해 전 직원이 출근을 1시간가량 앞당겼다”고 말했다.

안심전환대출 판매에 따른 은행권의 피로가 누적되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노)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안심전환대출 판매를 즉각 중단할 것을 금융위원회에 요구했다.

금노 관계자는 “수 많은 대출자들이 은행 창구로 몰려든데다 전환대출 요건이 되지 않는 성난 고객들의 폭언에 시달리며 은행원들은 새벽까지 근무해야 하는 등 살인적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며 “은행들은 금융위의 강압에 못 이겨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막대한 손실을 감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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