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증권사들은 참으로 무책임하다. 마치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배짱영업을 하는 인상이다. 이른바 ‘가짜 백수오’ 파문으로 내츄럴엔도텍 주가가 연일 하한가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극찬을 했던 증권사들이 이번엔 하나같이 모두들 함구를 하고 있다. 파문이 일어난 뒤에도 ‘매도’하라는 리포트는 없었다.
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초부터 최근 ‘가짜 백수오’ 파문이 벌어지기 직전까지 증권사들이 발표한 내츄럴엔도텍 보고서는 총 44건이었다. 내츄럴엔도텍에 대한 증권사들의 보고서는 대부분 매래가 유망한 '장밋빛’전망 일색이었다.
그러나 지금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꿀 먹은 벙어리 신세다. 그들의 기업분석과 주가전망 능력은 또다시 신뢰의 위기를 맞았다. 이번 사태는 또다시 증권사 분석·전망의 취약성을 드러냈다. 증권 애널리스트 출신의 한 금융권 인사는 “기업은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었는데 애널리스트들은 회사가 불러주는 것을 그대로 읊거나 거기에 부화뇌동해 장밋빛 리포트를 쏟아낸 것”이라고 혹평했다.
키움증권이 가짜 백수오 파문이 불거지기 보름 전인 지난 달 6일 내놓은 보고서에는 “여성 갱년기 장애 개선 기초소재로 성공적으로 안착했고 수출이 늘어나 글로벌 헬스케어 소재업체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목표주가를 기존 6만6000원에서 9만9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삼성증권과 교보증권은 지난달 10만원의 목표주가를 제시했다. 하나대투증권 역시 “주가가 우상향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했다.
하지만 한국소비자원이 지난달 22일 내츄럴엔도텍의 원료에서 가짜 백수오인 이엽우피소가 검출됐다고 발표한 이후 증권사들은 조용해졌다. 소비자원 발표 이후 보고서는 삼성증권이 소비자원 발표 당일과 이튿날인 23일에 낸 2개밖에 없다. 삼성증권은 “공식 조사결과가 발표될 때까지 주가의 급등락이 연출될 수 있다”면서 투자의견을 ‘적극 매수’에서 ‘매수’로 한 단계 낮췄지만 ‘팔라’는 조언은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