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형 흑자' 시대...기업의 수출 경쟁력 큰 타격
'불황형 흑자' 시대...기업의 수출 경쟁력 큰 타격
  • 이종범 기자
  • 승인 2015.05.06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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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감소폭이 수출감소폭 상회...선제적 대책 마련돼야

 

경기가 불황기에 접어 들었을 때 수출과 수입이 함께 둔화되면서, 수입이 수출 감소량 보다 더 많이 줄어 들어 발생하는 것을 불황형 흑자라고 한다. 즉 불황형 흑자는 수입감소폭이 수출감소폭을 상회해 무역수지가 흑자로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불황형 흑자는 주로 높은 환율에 의해 나타난다. 높은 환율에 의해 해외에서 한국기업의 제품들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수입보다는 수출이 덜 줄어든다. 전반적인 불황 속에서도 무역수지의 흑자를 기록하게 되는 것이다.

일본은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이 떨어지기 시작한 1990년대 초중반에 이른바 '잃어버린 20년'에 들어섰다.최근 우리나라 주요 수출 품목의 상황이 바로 20년 전 일본과 같다는 암울한 분석이 나온다. 22년 전(1993년) 세계 수출시장의 10분의 1(9.6%)을 차지했던 일본. 지금 일본의 파이는(2014년 3.6%) 당시의 절반도 안된다. 일본의 수출행진이 감소하기 시작했을 즈음 주요 수출품목은 기계와 운수장비였다.

그런데 요즘 한국의 잘나가는 수출 품목이 그때와 같다. 실제로 품목별 점유율을 일컫는 비교우위 지수를 보면, 기계와 운수장비가 다른 품목에 비해 월등히 높다. 암울한 기시감(旣視感)을 주는 지표는 또 있다. 과거에 통신·녹음기기 부문에서 일본을 밀어냈던 한국이 이제는 중국에 밀리는 형세다. 중국의 수출 잠재력이 높아지면서 장기적으로 한국의 수출 약세가 뚜렷해지는 조짐이다. TV와 통신기기 부품의 경우 2017년이면 한국의 시장점유율이 30% 정도 하락할 전망이다.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가 한국 경제의 주름을 깊게 하고 있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줄어드는 ‘불황형 흑자’ 구조 탓에 원화가치 상승과 수출경쟁력 약화 현상이 동시에 전개되는 것이다. 원화가치 상승→수입 증가→경상수지 균형→원화가치 하락이라는 환율 복원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선진국을 모방하는 전략에서 벗어나 독보적 기술과 차별적 역량을 확보해나가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경상수지 흑자는 한국이 외국에서 수입한 상품과 서비스 등의 금액보다 외국에 수출한 상품과 서비스 등이 더 많다는 것이다. 원론적으론 국가 경제에 바람직하다. 경상수지가 흑자를 기록하면 국민소득이 늘고 일자리가 늘어난다. 또 벌어들이는 외화가 많아지면서 외채를 갚고 투자를 늘릴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한국은 경상흑자 규모가 ‘많아도 너무 많다’는 게 문제다. 지난해 기준으로 경상수지는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6.3%로 세계적으로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독일(7.5%)보다는 적지만,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산유국을 제외하면 세계 최고 수준이다.
 
특히 수출보다 수입이 더 줄어드는 ‘불황형 흑자’라는 점이 경제에 부담을 지운다. 보통은 경상수지가 흑자를 기록하면 국내에 달러가 많이 들어온다. 따라서 원화가치가 높아진다. 이 경우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수출은 타격을 입는 반면 수입은 늘어나게 된다. 이런 흐름으로 경상수지가 자연스럽게 균형점을 찾아가면서 원화가치가 하락하고 수출이 다시 늘어난다. 하지만 한국 경제는 내수 부족으로 수입이 줄어들고 있어 이런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세계 각국이 돈풀기 정책을 지속하고 있는 데다 저유가도 장기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환율 방어를 위한 외환당국의 개입도 견제를 받고 있다. 주요국들은 한국이 경상수지 흑자 규모에 비해 원화가치가 낮게 평가돼 있다고 보는 탓이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달 9일 환율 보고서에서 한국의 외환시장 개입을 경고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 같은 흑자가 불황의 징후라는 점이다. 경상흑자는 수출이 늘어난 게 아니라 수출과 수입이 동반 감소하는 가운데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줄어든 데 따른 것이다. 이 때문에 넘쳐나는 달러 탓에 원화가치가 올라가고 기업의 수출 경쟁력도 큰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정책 당국은 그동안 긍정적인 전망만 내놓다가 경기가 나빠지면 뒤늦게 조정하기 급급했다. 최근에는 대외환경이 악화하고 있다. 더 이상 낙관적으로 경제전망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다. 선제적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적정 수준으로 경상수지 흑자를 관리하는 방안에 대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지금처럼 막대한 상황에서 인위적으로 원화를 절하시킬 방법은 없다. 해외투자 확대, 내수 확대 등을 통해 흑자폭을 줄이고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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