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노동조합...'노조설립 방해'가 불법이라는 걸 진정 모르나?
삼성과 노동조합...'노조설립 방해'가 불법이라는 걸 진정 모르나?
  • 정우람 기자
  • 승인 2015.05.08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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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육성하는 건전한 언로-대화의 장 마련해야

 

지난 2010년 7월 삼성SDS 안에 노동조합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일었다. 당시 언론에 소개된 삼성SDS 최모 차장이다. 그는 이 회사 직원 300여 명에게 노조 설립을 촉구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사내게시판조차 운영하지 않을 정도로 폐쇄적인 삼성SDS의 문화를 바꾸려면, 합리적인 평가와 보상 체계를 마련하려면, 경영의 도덕성을 확보하려면, 노조가 필수적이라는 내용이다.

하지만 메일은 순식간에 삭제됐다. 대부분의 수신자는 메일을 열어볼 틈도 없었다. 최 차장의 메일에 응답한 사람은 10여 명에 불과했다. 메일 발송 40여 분 뒤, 회사 인사팀은 최 차장에게 "회사의 자산인 사내 메일시스템을 업무 외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 한 번 더 이런 일이 있으면 엄중 처벌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회사 측은 최 차장의 근무지를 대전에서 서울로 발령냈다. 삼성SDS에서 노조를 만들려는 시도는 이렇게 무산되고 말았다.
 
최근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가 부당노동행위 판결을 받은 가운데 노조와해를 위해 가정사나 사생활을 이용하는 악랄한 수법을 동원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노조와해 공작은 협력업체 원청사인 삼성전자서비스의 요구에 의해 작성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이건희 회장의 무노조 경영은 아들 이재용 부회장 체제에서도 그대로 답습되고 있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최근 공개한 ‘조직 안정화 방안’과 ‘이슈 사항 대응 활동 계획’을 보면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가 노동자들의 이혼이나 금전문제 등 가정사까지 이용해 노동조합 탈퇴를 계획하고 실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문건은 울산 지역 삼성전자서비스센터에서 작성됐다. 이 문건에는 노동자들을 노조 탈퇴를 의미하는 용어인 그린(Green)화 시킨다거나 단순 가담인력은 심층 면담을 지속적으로 실시하는 등 사측이 노조에 가입한 조합원들을 탈퇴시키기 위한 대응 방안이 구체적으로 담겨있다.
 
지회측은 개인별 ‘액션플랜’이라는 항목에는 노동자 개인별 파악 정보에 따라 면담 ‘포인트’를 정하고 전담자와 활동 계획까지 세웠다. 이 플랜에서 충격적인 대목은 협력센터가 조합원들의 노조탈퇴를 압박하기 위해 사생활을 이용했다는 점이다. 최 모씨의 경우 이혼과 금전문제가 면담 포인트로 나와 있으며 사장이 금전지원을 통해 (노조탈퇴) 활동을 한다고 돼 있다. 홍 모씨는 타지역 직장생활에 따른 경제적 부담이 면담 포인트로 나와 있다. 울산센터는 홍씨에 대해 석식이나 술자리 등에서 적극적으로 (회유) 실시할 계획을 세웠다.
 
지회측은 협력센터가 징계나 소송도 불사한다는 식으로 노조원탈퇴를 압박했다고 지적했다. 노조 대의원인 조 모씨에 대해서는 무태만·근무지 이탈·업무지시 불이행 12월에 1차 경고, 3월에 정직, 4월에는 해고 한다는 방침이 들어있다. 분회장인 유 모씨에 대해서는 3월에 감봉, 4월에 해고시킨다는 계획을 세웠다. 해당 문건은 2월에 작성됐다. 노조 활동을 이유로 징계를 내리는 것은 부당 노동행위에 해당한다.
 
삼성에는 똑똑한 사람들이 참 많다. 그런데 노조에 대해서는 대부분 아는 게 없다. 예컨대 노조 설립 방해 행위가 불법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도 거의 없다. 오히려 반대로 아는 사람이 많다. 노조 설립이 마치 범죄쯤 되는 듯 여기는게 삼성의 분위기다. 노사협의회가 있는데 굳이 노조를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말도 많이 한다. 하지만 노사협의회는 노조가 아니다. 노사협의회 위원은 노동자가 뽑는 게 아니다. 당연히 회사 측 입장에 가까울 수 밖에 없다.
 
게다가 노사협의회 위원이 되면, 급여 및 인사 등에서 혜택을 누린다. 그러니 전체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기 어렵다. 자신이 좋은 대우를 받으니까, 부당한 대우를 받는 이들에게는 아무래도 관심을 갖기 어렵다. 가까운 예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발생한 백혈병 문제가 있다. 이런 끔찍한 일이 생기는데도, 다들 남의 일로만 여긴다. 물론 속으로는 안타까워하고 있다. 하지만 바뀌는 게 없다. 만일 노조가 있다면 이 정도는 아닐 것이다
 
회사의 미래를 결정짓는 경영권 승계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기업 총수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충분한 실력과 인품을 갖춰야 한다. 그릇이 안되는데도 단지 총수의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경영권을 물려받는다면 잘못이다. 반대로 뛰어난 사람이 총수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그것도 잘못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 그룹 경영권을 반드시 물려받아야 할 이유도, 그렇지 않아야 할 이유도 없다는 주장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문제가 합리적인 방식으로 이야기돼야 한다는 점이다. 노조가 있다고 해서 모든 게 풀리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적어도 이런 이야기가 자유롭게 나올 수 있는 분위기는 조성될 것이다.
 
삼성 내부에선 이건희회장 일가의 민감한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기 어렵다고 한다. 승계문제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만일 노조가 있다면 뭔가 좀 달라질 것이다. 과거 이 회장이 비자금을 조성하고 유죄 판결을 받아서 회사에 심각한 피해를 끼쳤는 데도, 회사 안은 마냥 조용하기만 했다. 평소 도덕성을 강조하던 이건희 회장이 알고보니 범죄자였다. 지난 2007년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이 있기 전까지만 해도 세상사람들은 이 회장을 훌륭한 사람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김 변호사의 양심고백은 이런 순진한 생각을 산산이 무너뜨렸다.
 
직원들에게 무한한 도덕성을 강조하던 한국 최고의 글로벌 기업 총수가 알고 보니 범죄자였다. 회삿돈을 비자금으로 빼돌렸고, 직원들의 땀이 배인 돈으로 공무원들을 타락시켰다. 그리고 2년이 지났다. 그 사이 이 회장은 법정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고, 곧 특별사면됐으며, 다시 삼성전자 회장으로 복귀했다. '유전무죄,무전유죄'의 극치다. 과연 '이게 말이 되나' 싶다. 죄를 지었다면, 비록 용서를 받았다고 해도 조용히 반성하는 시간을 갖는 게 순리다. 하지만 이 회장의 선택은 정반대였다.
 
세상은 변한다. 고인 물은 썩는다. 내부에서 비판하고 견제하는 세력이 없는 기업은 필연적으로 타락하기 마련이다. 전환기를 맞은 삼성에 지금이라도 노조가 결성된다면  노사 간의 진정한 '소통의 장'이 되는 것은 물론 위기의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육성하는 건전한 언로와 대화의 장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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