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 횡령-배임 의혹..오점 얼룩진 효성그룹
수백억 횡령-배임 의혹..오점 얼룩진 효성그룹
  • 정우람 기자
  • 승인 2015.05.12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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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의 난’서 ‘그룹 부정-비리‘ 수사로 확대

이른바 효성판 ‘형제의 난’으로 불리는 효성그룹 내분사태가 갈수록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조석래 회장의 차남 조현문 변호사가 효성 형제를 고발한 사건에 대한 검찰수사가 다시금 가속도를 내고 있다. 도대체 효성그룹과 조석래 회장 일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으며, 어떤 부정과 비리 의혹이 있는 지를 시리즈로 엮는다.<편집자 주>

(1)‘형제의 난’에서 ‘그룹 부정-비리‘ 수사로

피는 물보다 진한가. 과거라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는게 요즘의 추세다. 집안 싸움에서 비롯된 ‘효성그룹 내분사태’의 배경과 파장을 보면 우애가 좋아야 할 형제간의 분쟁이 그룹 전체를 말아먹을 지도 모를 정도로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다.

 조현준 효성 사장
조현준(47) ㈜효성 사장 등 효성그룹 전ㆍ현직 임원들의 수백억원대 횡령ㆍ배임 의혹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수사에 나선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효성그룹판 ‘형제의 난(亂)’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지난해 조석래(80) 효성그룹 회장의 차남 조현문(46) 전 부사장이 형인 조현준 사장과 동생인 조현상(44) 부사장을 겨냥해 검찰에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이 사건은 당초 고소ㆍ고발 사건 전담부서인 조사부에 배당됐었으나, 정치인 또는 대기업 사정(司正)을 담당하는 특수부가 넘겨받게 됨에 따라 향후 고강도 수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조사1부(부장 조종태)에 계류돼 있던 효성그룹 관련 고발 사건들을 최근 같은 검찰청의 특수4부(부장 배종혁)로 재배당했다. 조현문 전 부사장이 지난해 7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조 사장 등 그룹 계열사 전ㆍ현직 임원 9명을 고발한 지 각각 10개월, 7개월 만이다. 검찰 관계자는 “업무 분담 차원에서 특수4부로 사건을 넘긴 것이며,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각종 고소ㆍ고발 사건이 몰리는 조사부의 업무 과부하를 막고 사건의 신속한 처리를 위한 조치일 뿐이라는 뜻이다.
 

검찰, 효성에 이례적 고강도 수사 예고

 
그러나 법조계 주변에서는 이 사건 재배당은 예사롭지 않다고 말한다. 다른 부서도 아닌 검찰의 대표적인 인지 사건 전담부서인 특수부가 조사부의 업무를 부담해줄 만큼 한가롭지 않다는 점에서다. 당사자 간 화해ㆍ조정이 이뤄지기도 하는 조사부의 사건처리와는 달리, 특수부의 수사는 거의 대부분 기소를 전제로 이뤄진다. 과거부터 서울지검 특수부는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고 하지 않았던가. 따라서 검찰 안팎에서는 조 회장이 8,000억원대 탈세ㆍ배임ㆍ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던 2013년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의 수사에 이어, 이번에 또 다시 효성그룹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단순한 ‘형제의 난’이 아니라 ‘그룹 비리’ 쪽으로 사건의 성격과 수사의 방향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효성가 네 父子
효성 내분사태에서 단연 '태풍의 눈'은 차남 조현문(왼쪽 아래 사진) 전 부사장이다. 그는 조석래 회장의 3형제 가운데 차남이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해 6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조현준 사장과 조현상 부사장을 비롯한 효성그룹 전현직 임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해 6월 효성그룹 계열사인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와 신동진의 최모 대표를 100억 원대 횡령과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두 회사는 조 사장과 조 부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다. 조 전 부사장은 이어 지난 10월에도 조 사장과 류모 전 노틸러스 효성 대표이사 등 8명을 같은 혐의로 고발했다.
 

조 전 부사장은 소장에서 “조 사장 등이 효성그룹 계열사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 노틸러스효성,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등에서 수익과 상관없는 거래에 투자하거나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에 주식을 매입하고 허위용역 기재와 계열사 부당지원 등으로 최소 수백억 원에 이르는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조 전 부사장은 하버드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돌아와 2007년 효성중공업 PG부문 부사장으로 승진하는 등 경영에 적극 참여했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고 귀국한 그는 주변사람들로부터 스마트하고 겸손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조현문 전 부사장은 내부비리 고발자(whistle blower)"

 
그러나 조 전 부사장은 지난해 2월 부사장에서 물러나며 보유주식도 전량 처분하는 등 집안과 완전히 등을 돌렸다. 조 전 부사장은 이어 형제들을 고발해 형제간의 골이 깊어진 상태다. 특수부가 사건을 맡게 되면서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조 전 부사장의 고발사건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먼저 고발인을 조사한 뒤 조현준 사장 등 피고발인에 대해서도 소환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그룹 입구
이번 사건은 재계에서 흔히 있는 형제간의 재산 다툼 성격과 거리가 멀다. 조 전 부사장은 지분이나 승계를 노리고 있은 탓이다. 그룹 경영에 깊숙이 참여하는 과정에서 아버지는 물론 형,동생과 경영방식을 놓고 ‘감정의 골’이 깊어진 만큼 오히려 내부비리 고발자(whistle blower) 성격이 짙다. 그는 검찰수사를 통해 회사를 바로잡고 진실을 밝혀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전 부사장은 “기업은 사회에 대해 막중한 공적 책임을 지고 있고 특정 개인들이 기업을 사금고로 이용하는 불법행위는 단호히 근절돼야 한다”며 “효성처럼 횡령, 배임, 비자금조성, 해외재산도피, 페이퍼컴퍼니, 분식회계, 탈세, 증거인멸 등의 불법비리를 통해 주주가치를 훼손하고 임직원들과 채권단을 기만해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는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1년 효성그룹 전사적 자원관리(ERP)시스템을 교체하는 500억 원 규모의 대형입찰을 주도적으로 진행하던 중 여러 비리증거를 포착했다고 주장하며 관련 증거자료를 소장에 첨부하기도 했다.
 

조석래 회장, "회삿돈 수백억 횡령..1,000억대 세금탈루 혐의" 재판중

 
    조석래 회장
조석래 회장은 2013년 회삿돈 수백억 원을 횡령하고 1000억 원대 세금을 탈루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조 회장에 대한 공판은 지금까지 18차례나 열렸으나 아직까지 결론이 나지 않고 법적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조 회장이 장남인 조현준 사장의 개인 사업이나 다름없는 회사들을 계속 지원하고 있는 점을 놓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조 회장은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를 사들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조현준 사장이 경영하는 LED조명 제조사다. 효성그룹 내 소그룹인 이른바 갤럭시아그룹의 계열사 가운데 한 곳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155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경영실적이 부실하다. 조 회장은 지난해 12월과 지난달에도 각각 갤럭시아디바이스와 갤럭시아디스플레이의 지분을 매입해 장남의 부실경영에 무리하게 돈을 쏟아붓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지난 해 조 전 부사장은 그룹의 부동산 관리 계열사인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와 ㈜신동진의 최모 대표를 고발하면서 “최 대표의 횡령ㆍ배임은 두 회사의 최대주주인 형과 동생의 이익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명목상 피고발인은 최 대표였지만, 실질적인 수사대상으로는 형제인 조 사장과 조 부사장을 지목했던 것이다. 3개월 후 2차 고발에선 아예 조 사장도 고발 대상에 포함시켰다. 노틸러스 효성과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 효성 인포메이션 등 계열사 3곳의 전ㆍ현직 경영진과 함께 조 사장도 165억원 횡령ㆍ300억원대 배임 혐의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조현문 “가족들 모두 감옥 간다” 진언하자 “회사 나가라”

 
조 전 부사장은 언론과의 접촉에서 그동안 세간의 궁금증을 낳았던 효성과의 결별 이유를 언급했다. “그룹 내의 불법행위를 바로잡고 진실을 밝히려고 해왔고,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 그룹을 떠났다.”
 
   효성그룹 전면 로고
결정적 사건은 지난 2011년 여름에 터졌다. 조현문 당시 부사장은 회사의 구매입찰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는 것을 보고 제동을 걸었다고 말했다. 조 부사장은 조석래 회장에게 “불법비리를 이대로 두면 안 됩니다. 가족들 모두가 감옥에 갈 수 있습니다”라고 강력히 진언했다. 돌아온 답은 차가웠다. “내 회사 내 뜻대로 경영하는데, 네가 무슨 상관이냐? 형의 자리를 다 차지하려는 욕심 때문이냐? 차라리 (회사를) 나가라.” 사실상 파문(破門) 선언이었다. 조 부사장은 2011년 9월 회사를 떠났다.
 
효성은 이에 대해 “(조 부사장의) 리더십과 경영능력이 문제가 있었다. 정상적인 마케팅 활동 등에 대해 사사건건 반대하고 이의를 제기하는 등 ‘비정상 행태’를 보였다. 조석래 회장도 그런 둘째에 대해 점점 기대를 접었다”고 해명해 왔다.
 
그 이후 효성에서는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계속>
 
 

[관련 기사]

 효성과 조석래 회장

    조석래 회장
효성은 1966년 설립된 동양나이론(현재의 효성)이 모체다. 창업자인 조홍제 회장의 장남인 조석래 회장은 1982년 효성의 2대 회장에 취임했다. 조 회장은 돌다리도 두드릴 정도의 신중한 경영 스타일로 유명하다. 이를 바탕으로 타이어코드지, 나일론, 스판덱스 부문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했다. 2007년에는 재계의 수장으로 불리는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맡았다. 조 회장은 조현준·현문·현상 3형제에게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효성의 주식을 골고루 나눠 주었다.
 
세 아들은 각기 국내외 유명 대학을 졸업한 뒤 10년 이상 효성에서 근무하며 효성의 핵심사업인 무역과 섬유, 중공업, 산업자재 등을 나눠 맡았다. 유교적 전통이 강한 효성은 일찍부터 장남인 조현준 사장 중심의 승계구도가 명확히 정리돼 있었다고 한다. 세간에서 제기하는 경영권 승계경쟁은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얘기다. 조현문 변호사는 “형제들이 어릴 때부터 (부친으로부터) 형을 잘 보필해야 한다는 말을 마르고 닳도록 들었다. 형제간 경영권 다툼은 생각도 못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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