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회장의 '읍참마속'
윤종규 KB회장의 '읍참마속'
  • 이민혜 기자
  • 승인 2015.05.13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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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 최하위 국민銀...희망퇴직 규모따라 효율성 제고방안 재설정

 
KB국민은행이 5천5백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단행한다. 그런데 하필이면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한 취업박람회날 기존 직원 에 대한 대규모 구조조정 소식을 알리면서 직원들이 혼란에 빠졌다.

일종의 ‘병주고 약주고’ 식인 셈이다. 이 발표가 13, 14 양일간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2015 KB 굿잡 우수기업 취업박람회'를 개최하는 기간에 이루어진 탓이다. 2011년 10월 첫 박람회 이후 9회째를 맞는 이 취업박람회는 KB국민은행에서 추천한 우수기업과 한국무역협회,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의 우수 회원사 및 코스닥상장사와 대기업 협력사 등 250여개사가 참여한다. 이들 250여개 참여 기업들은 이번 박람회를 통해 약 1천700여명을 취업시킬 계획이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이날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5 KB굿잡 우수기업 취업박람회'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은행 희망퇴직으로 조직 생산성 증대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희망퇴직이 조직에 활력소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윤 회장은 "육아 등 때문에 가정으로 돌아가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서 "(직원들에게) 제2의 커리어를 개척할 것인지 조직에 남아 끝까지 헌신할 것인지 희망퇴직이라는 선택지를 줬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과거에는 임금피크제 직원들을 특수직원으로 별도 관리했는데 (희망퇴직을 계기로) 조직에 남는 대상자들에게 통상직원과 차별 없는 근무환경이 제공될 것이며 그들이 조직에 헌신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희망퇴직은 윤종규 KB금융지주회장 겸 KB국민은행장 취임 후 처음으로 이뤄지는 '군살빼기'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윤 회장은 고 김정태 행장 재임 당시부터 재무담당(CFO) 임원을 지내면서 국민은행의 인력구조 및 비용 등을 감안한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희망퇴직 신청 규모에 따라 국민은행이 생산성 향상을 통해 한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은행의 직원수는 2만 1599명(남 1만 1387명, 1만 212명)으로 국내 은행중 가장 많은 수준이다. 평균 근속연수는 16년으로, 남여 별로는 각각 21년 11개월, 9년 5개월 등이다. 1100여개가 넘는 점포를 운영하기 위한 인력이 대부분이지만 인터넷 및 모바일 뱅킹 사용자 증가 등 비대면채널 증가로 인력효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1인당 생산성도 직원수가 1만 2000~1만 5000명 수준인 신한 하나 기업 우리 등에 비해 최하위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에 윤 회장은 취임 초부터 국민은행의 항아리형 인력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임금피크제도 개선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하고 희망퇴직제도 도입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 왔다. 문제는 지금 경기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희망퇴직자가 재취업을 하거나, 창업에 나서야 하지만 경기여건이 좋지 않아 사측의 기대에 훨씬 못 미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국민은행은 퇴직직원에게는 취업지원금 및 재취업 기회를 부여하기로 하는 등 당근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국민은행이 내부적으로 조사한 결과, 제2의 인생설계를 희망하는 직원수가 상당했다고 한다. 따라서 임금피크 대상 직원에게는 선택의 기회를, 장기 근속 일반직원에게는 인생설계를 위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강제 퇴직을 종용할 수 없도록 노사가 합의했다. 국민은행은 이번 희망퇴직과 함께 경영효율성 제고를 위해 임금피크직원에 대한 마케팅 직무 도입 등 임금피크 제도 개선도 함께 추진할 예정이다.
 
이러한 가운데 KB국민은행은 12일 저녁 급작스럽게 구조조정 소식을 발표하면서 직원들이 크게 동요하는 분위기다. 은행원들은 "대규모 취업박람회를 여는 날 우리는 퇴직을 고민해야하니 참 서글프다", "이런 날 취업박람회라니 타이밍이 절묘한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평소 직원을 아기는 윤 회장으로서도 5천 5백명의 대규모 희망퇴직 단행키로 하면서 마음이 아플 것이다. 그러나 인력효율서이 떨어지는 마당에 CEO로서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일종의 ‘읍참마속(泣斬馬謖)’식 처방을 내놓은 셈이다. 이는 서기 227년 제갈공명의 제1차 북벌 때 가정 전투에서 아끼는 부하 마속이 실수를 저질러 북벌을 실패하게 만들자 목을 벤 것에서 유래한 고사성어다. 지난 해 취임한 윤 회장의 '읍참마속 경영'이 빛을 발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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