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부터 손해보험료가 또 오른다. 손보사가 판매하는 암·간병·어린이·종합 등 장기 보장성보험료가 최대 10%까지 인상되는 것은 저금리 영향으로 보험사들이 예정이율을 내린 탓이다. 그러나 저금리를 핑계로 보험사들의 자체 경영합리화와 수익구조 개선 대신 매번 소비자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악습을 되풀이하고 있다.
20일 손해보험협회(회장 장남식)와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대해상·동부·LIG·메리츠·흥국화재 등 대다수 손보사가 다음달 장기 보장성보험 예정이율을 현행 3.5%에서 0.25%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삼성화재는 앞서 4월1일부터 15년 이상 초장기 담보에 해당하는 건강보험, 운전자보험, 자녀보험 등에 3.25%의 예정이율을 적용하고 있다.
예정이율이란 보험사가 고객이 낸 보험료로 운용해 거둘 수 있는 예상 수익률로 보험료 산정 기준 가운데 하나이다. 고객에게 지급해야 하는 보험금은 동일한데 보험사의 수익, 즉 예정이율이 낮아지면 그만큼 보험료를 더 거둬야 하는 셈이다. 평균적으로 업계에서는 예정이율이 0.25%포인트 떨어지면 7~10%가량의 보험료가 오른다고 보고 있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에 따라 대부분의 보험사가 예정이율 인하를 하고 있다”면서 “지금보다 금리가 더 떨어지면 보험사가 역마진 상황에 부닥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생명보험 상품은 이미 지난 3월 예정이율을 낮추고 보험료 산정 기준이 되는 잔여 수명예측을 하는 경험생명표가 조정되면서 보험료가 인상됐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8월과 10월, 올해 3월까지 3차례 걸쳐 기준금리를 1.75%까지 내리면서 보험사들은 과거 예정이율에 맞춘 수익을 거두기가 어려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