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홍라희 여사와 신정왕후 조 대비
삼성 홍라희 여사와 신정왕후 조 대비
  • 정종석 발행인
  • 승인 2015.05.24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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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온 '이재용 시대', 주목받는 어머니 홍 관장의 영향력

  홍라희 관장
가끔 옛 덕성여대 자리인 서울시 종로구 운현로 앞을 지날 때마다 상념에 잠긴다. 바로 구 한말 격동의 역사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흥선 대원군의 집터여서다.

김동인의 소설 ‘운현궁의 봄’을 보면 흥선대원군 이하응이 ‘상가집 개’라는 수모를 참고 견디며, 마침내 권력을 차지하는 과정을 잘 그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빼놓을 수  사람이 바로  신정왕후(神貞王后) 조 대비였다. 조 대비는 순조의 아들 효명세자의 아내이자 헌종의 어머니로  풍양 조 씨 집안이었다. 세도가였던 안동 김씨들로부터 설움께나 받고 살았던 여인이다. 하지만 당시에 궁궐에서 가장 어른이었다.
 
따라서 그는 후사 없이 죽은 철종의 다음 왕을 지명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된다 그런 점을 알고 조 대비의 친정 조카인 조성하와 일찍부터 친하게 지냈던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심모원려(深謀遠慮)가 놀랍다. 철종 승하 후 조 대비는 이하응의 둘째 아들 명복으로 대통을 잇게 한다. 본인이 수렴첨정을 하려 고 나선 것은 궁궐법도 상으로는 당연한 수순이다. 그래서 안동 김씨들도 반대할 명분이 없었다. 왕실에서 가장 어른이신 분이 옥새까지 틀어쥐고 내리는 교시였던 때문이다.
 

조선왕조 말기 '운명의 여인' - 신정왕후 조 대비

 
김좌근을 비롯한 안동 김씨들도 나름대로 속셈이 있었을 것이다. 흥선의 국량이 깊다 하지만 혼자 힘으로 백년을 누려온 안동 김씨들의 권세를 어찌 이길까 싶었을 법 하다. 그가 부려온 온갖 행태도 가소롭다고 생각했음직 하다. 또 조 대비 정도야 어르고 뺨치면서 살살 긁어주면 금방 자기들 편이 될 줄 알았던 듯 싶다. 하지만 조 대비가 흥선군을 대원군으로 올리고 삼공보다 높은 지위를 허락한다. 또 섭정의 지위를 내리는 데서는 졸지에 이들 세도가들도 눈앞이 캄캄하고 간담이 서늘해졌다. 권력지형이 바뀐 탓에 그것이 자기들이 죽는 것인줄 알았던 까닭이다.
 
흥선 대원군은 권력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잘 알고 있던 인물이었다. 여성이었지만 조 대비가 고종 초기 노련한 정치를 한 것은 사실이다. 흥선대원군의 개혁이라 알려진 모든 개혁이 대부분 대왕대비의 입과 언문하교를 통해 이루어졌다. 고종 초의 굵직한 개혁조치들이 그의 입을 통해 시행된 것이다. 대원군이 미리 마련한 개혁조치들을 조 대비를 통해 시행했을 뿐이라는 일각의 주장도 있지만 그가 대원군의 개혁 파트너로서 역할을 했던 것은 분명하다. 그는 고종의 나이 15세가 되자 수렴청정을 거두고 망설임없이 물러난다. ‘운현궁의 봄’을 읽다 보면 150여년 전의 얘기가 오늘날의 변화무상한 세상처럼 느껴진다.
 
1년 넘게 장기간 와병 중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부인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은 어떨까. 언론에 잘 노출되지 않는 홍라희 관장이 최근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야구장에 나란히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지 1년이 지나면서 경영권 승계작업이 가속화하고 있다. 바깥주인이 와병 중인 가정에서는 안주인의 역할과 발언권이 세지기 마련이다. 홍 관장 모자 간의 이번 야구장 동반관람도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행보가 아닌가 싶다.
 
‘엄격한 아버지와 자애로운 어머니’-. 전통적인 한국의 유교문화 가정에서는 엄부자모(嚴父慈母)의 전통이 이어져 내려온다. 홍 관장은 비교적 자애로운 인상이다. 그가 야구장에 직접 모습을 보인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이 부회장은 야구광으로 소문나 종종 삼성전자 임직원들과 야구장을 찾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처럼 모자가 나란히 야구 관람에 나선 것은 별로 전례가 없던 일이다.

 

아들과 함께 야구장 찾은 홍라희 관장.."삼성그룹 승계 사실상 추인" 관측 

 
홍 관장은 지난 해 5월 10일 이건희 회장이 자택에서 쓰러져 입원한 뒤 대외활동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식석상에 모습을 내비친 것은 손에 꼽을 정도다. 알려진 언론노출은 홍 관장이 지난 해 9월 서울 한남동 리움 강당에서 열린 아트포럼에 참석해 환영사를 한 것 정도다. 이 회장의 건강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인데도 공식적 자리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리움이 개관 10주년을 마련한 중요한 행사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 회장이 자택에서 쓰러져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한 이후 그는 지금까지 이 회장의 곁을 지켜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의 건강상태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컸던 만큼 외부행사에 일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홍 관장은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함께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한 것이 알려지면서 관심을 끌기도 했다. 그런 그가 최근 대외활동을 늘리고 있다. 지난 21일 리움미술관을 찾아 전시현황과 사업현안을 살펴 본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일에도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과 함께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을 찾아 ‘마크 로스코’ 전을 관람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이 부회장의 막내딸이 출연하는 발레공연 ‘호두까지 인형’을 이 부회장과 함께 관람하며 손녀에 대한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또 지난 3월 송인상 효성그룹 고문의 빈소에도 참석해 삼성그룹 안주인으로서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최근 들어 삼성그룹 경영권을 승계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5일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에 선임됐다. 이 부회장은 또 올해 호암상 시상식에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참석하기로 했다. 이 부회장의 ‘삼성 회장’승계는 이제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말이 나온다.
 
홍 관장이 이 부회장과 함께 야구장을 찾는 모습을 대중에게 보인 것은 삼성그룹 승계를 사실상 추인하는 의미가 담겨있는 것은 아닐까. 필자의 눈에는 홍 관장과 150여년 전 조 대비의 모습이 서로 교차하며 어른거린다. 시간과 장소는 달라도 ‘대왕대비’로서의 역할은 같은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철종 사후에 흥선군의 아들이 왕이 되려면 조대비의 승인이 필요했다. 그 당시 왕실 최고의 어른이었던 까닭이다. 조 대비가 아니었다면 조선왕조의 막바지 승계구도가 어떻게 흘러갔을 지 아무도 모른다. 이런 측면에서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경영권을 실질적으로 이어받으려면 무엇보다 홍 관장의 의중과 승인이 중요하다.
 

홍 관장은 이건희 회장 1대 상속인..전 재산 66% 차지하며 지배 주주 역할할 듯

 
홍 관장은 현재 병석에 있는 이건희 회장의 1대 상속인이다. 이 회장 사망 뒤 재산의 약 66%를 홍 관장이 받게 된다는 분석도 나왔다. 삼성가의 향후 후계구도에서 홍 관장의 지분이 그만큼 많아진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 부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하더라도 상당기간 어머니의 실질적인 영향권 아래 놓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나아가 ‘포스트 이건희’ 삼성에 있어서 홍 관장이 이재용 부회장을 사실상 수렴청정{垂簾聽政)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올 법 하다.
 
홍 관장의 선친 홍진기 전 내무부장관은 일제 강점기에 고등문관시험에 합격해 젊은 시절 판사를 지낸 수재였다. 해방 후 자유당 치하에서는 법무, 내무부장관을 지내다 4.19 발포사건으로 무기징역 선고를 받고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홍석현 현 중앙일보 회장은 홍 관장의 친동생이다. 다른 친정 동생들도 막강하다. 이 부회장으로서는 외가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가 없다. 향후 삼성의 경영에서 홍 관장은 물론 외척의 입김과 관여정도가 중요한 변수가 될 수 밖에 없는 구도다.
 
홍 관장은 이건희 회장과 결혼 당시 “(유명한) 아버지 홍진기의 딸로서 살기도 힘드는데 (한국 최고의 재벌인) 삼성그룹 이병철 회장의 며느리는 너무나 벅차다..”라며 손사레를 쳤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우리나라에는 친정과 시댁이 모두 막강한 가문에서 유명세를 치르고 사는 명문가 며느리들이 많다. 일반적인 중견 재벌의 며느리도 그럴진대 최고 재벌의 며느리가 된 다음 그룹 경영권까지 승계한 회장의 안방마님으로서 겪은 삶의 중압감과 애환이 보통은 넘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피할 수 없는 잔’이라면 받아야 한다는게 필자의 판단이다. 누구나 부러워하고 선망하는 재벌가의 사모님에서 이제 자신도 모르게 최고 재벌의 ‘대왕대비’로 위상이 달라진 홍 관장-. 그가 앞으로 어떻게 처신하고 움직이느냐에 따라서 삼성그룹, 나아가 한국 경제의 흐름과 진운이 바뀔 지도 모른다.
 
 
<필자 소개>
 
   
 
   정 종 석
 (elton2023@hanmail.net ) 
 
금융소비자뉴스  발행인
세종대/가천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언론학 박사)
한국언론인연합회 임원
(전) 동아TV 대표이사 사장
(전) 서울신문 베이징특파원/경제과학부장/정치부장/편집부국장
 
* 저서 : 언론국제화의 마피아들(공저/나남,1995년)
* 논문 : 디지털 다채널 시대 - 채널브랜드 이미지가 광고효과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박사학위, 세종대 대학원 신문방송학과
박사과정,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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