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이 희망퇴직 신청자수가 1천명을 넘은 가운데 주요 퇴직 대상자였던 임금피크제 직원들 가운데 절반 가까이 명예퇴직을 신청해 눈길. 이번에 퇴직을 신청한 한 임피직원은 "하루하루 갈수록 압박이 조여오는데, 조직에 남는다 해서 남는게 아닌 것 같았다"며 "다들 '뒷방 늙은이' 취급할 게 뻔한데 눈치밥 먹는 것보다 나가는 게 현명하다고 결정했다"고 말해 행내 분위기를 전했다.
국민은행 희망퇴직 최종 확정자 1천121명 가운데 임피직원이 약 450명이었다. 희망퇴직 임피대상자가 1천명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거의 절반 가까이 사표를 쓴 셈이다. 국민은행이 이번에 시행한 희망퇴직 접수는 사실상 임피직원들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돼 왔다.
국민은행은 임피 운영제도를 정비하면서 올해 새로 임피 대상자로 분류된 만 55세 직원부터 3가지 선택지를 주기로 한 것은 눈여겨 볼만 하다. 선택사항은 28개월치 월급을 미리받고 희망퇴직을 하던가, 기존 임금의 50%를 받으며 일을 계속 하던가, 영업현장에서 뛰며 마케팅 업무를 하는 것이다.
신청기간 초반 임피직원들은 희망퇴직에 대해 시큰둥했다. 당장 그만두고 나가서 '제2의 인생'을 설계하기도 막막할 뿐 아니라, 기존 임피직원들의 업무량이 과도하지 않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일단 버티는 것이 상책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하지만 계속 남아 일반직무를 할 경우, 앞으로는 영업점에서 일반 직원들과 똑같은 업무 강도를 견뎌내야 할 뿐 아니라 후배 지점장과 팀원들의 눈치도 살펴야 한다.
마케팅직으로 빠지면 성과에 따라 기본급의 200%까지 월급을 받을 수 있지만, 적지않은 나이에 자신의 네트워크만을 활용해 고객을 유치하기란 쉽지 않다. 성과가 좋지 않을 경우 짤릴 수도 있어 3가지 선택지 중 스트레스도 가장 크다. 여기에다 내년부터 임피직원들을 대상으로 매년 희망퇴직을 실시하면서 매년 퇴직 압박에 시달리게 된다. 1년 더 버티다 내년에 나가면 올해보다 퇴직조건은 좋지 않다.
한편 국민은행은 지난 2008년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55세부터 직전 연봉 총액의 50%로 삭감하는 대신 60세까지 정년을 연장해 줬다. 하지만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향후 수년간 임피제 대상 직원도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정부의 청년 일자리 창출 요구가 더해지면서 이들에 대한 인력조정이 불가피했다.